11일 개막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강진석 프로그래머 인터뷰

고양 메가박스 킨텍스점 주상영관
50개국 143편 국내외 최신작 상영 
“친구와 함께 보면 재미·감동 두 배”

[고양신문]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들여다보고, 다양한 고민과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 Docs)가 11일부터 17일까지 고양 메가박스 킨텍스, 파주 CGV야당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DMZ Docs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다큐영화제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50개국 143편의 국내외 최신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상영된다. 해외 팬들도 찾아올만큼 화제작이 풍성한 영화 축제가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고양시민들에게 커다란 선물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DMZ Docs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강진석 프로그래머를 만나 영화제를 알뜰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들어보았다.

DMZ Docs의 위상을 소개해달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많은 영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17회를 이어온 영화제는 몇 안 된다. 부산, 전주, 부천영화제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로 손꼽힌다. 특히 다큐멘터리를 주제로 하는 영화제는 DMZ Doc가 유일하다.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있지만, 방송 기반의 영화제라 극장에서 직접 관객과 만나는 오프라인 영화제와는 결이 다르다. 다큐 장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DMZ Docs에서 가장 먼저 상영돼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흥행의 시동을 걸었다. 역사와 규모 면에서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성장했다고 자평한다.

올해 슬로건이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인데.

기후는 점점 혹독해지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많은 나라가 정치적 불안정을 겪고 있다. 평범하고 안정된 하루를 산다는 게 얼마나 각별한 일인가를 되새겨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다큐 작품들은 세상의 문제에 대해 무언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추구하는 바람이 바로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가 아닐까.

개막작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
개막작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다양성’이다. 앞서 말했듯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고, 질문도 다양하고, 접근법과 표현법도 저마다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재밌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이 그런 ‘다름의 재미’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     

상영관과 관람 방법을 소개해달라.

고양에서는 메가박스 킨텍스점, 파주에서는 CGV 야당역점이 상영관이다. 전관을 임대해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대별로 다양한 작품들을 고를 수 있다. 영화제 홈페이지에 상영작과 상영시간, 티켓 예매가 상세히 안내되어 있다. 관람료는 8000원인데, 고양시민은 50% 할인된 4000원이다. 특별한 혜택을 놓치지 마시기를. 

폐막작 ‘오웰: 2+2=5’.
폐막작 ‘오웰: 2+2=5’.

영화를 배치한 섹션이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영화제는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이 있다. 영화제의 꽃인 경쟁부문은 말 그대로 상을 주는 부문인데, 다시 해외 경쟁과 한국 경쟁으로 나뉜다. 경쟁 부문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최신작들이다. 당대의 고민과 이슈가 무엇인지를 흥미롭게 만날 수 있다. 

비경쟁 부문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 초청된 작품들로 채워진다.  비경쟁 부문 역시 베리떼, 다큐픽션, 에세이, 익스팬디드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베리떼는 ‘진실’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인데, 다큐멘터리의 본령에 충실한 작품들이라고 보면 된다. 다큐픽션에서는 실제 사실과 연출된 장면을 의도적으로 뒤섞어 놓는 등 다큐멘터리의 전통적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실험들을 볼 수 있다. 에세이와 익스팬디드 섹션에서도 좀 더 자유분방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주는 영화들을 골랐다.

고양신문과 영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강진석 프로그래머.
고양신문과 영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강진석 프로그래머.

다큐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프로그램도 있다던데.

하나는 다큐멘터리의 살아있는 역사인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회고전’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다큐 작가인 프레더릭 와이즈면이 60여 년 동안 만든 45편의 작품 전작을 내년 상반기까지 예술독립영화관에서 순회 상영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인데, DMZ Docs에서 20편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또 하나는 지난 1년간 공개됐던 한국 영화들을 비평가들과 함께 선별한 ‘크리틱스 초이스’다. 최근 한국 다큐멘터리의 관심과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작품 2편을 꼽아달라. 

첫 작품은 한국경쟁 무분에서 상영되는 <사진의 얼굴>이라는 작품이다. 고희영 감독의 작품으로, 구와바라 시세이라는 일본의 전설적인 보도 사진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뤘다. 1960년대 일본의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을 알린 분으로도 유명한데, 지금까지 한국을 100번 정도 방문하며 한국에서 벌어진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기록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굉장히 놀랍고 울림이 있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영화제 기간 중 방한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다른 하나는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배우 틸다 스윈튼이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육각의 동굴과 미궁 속의 생쥐>라는 작품이다.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배움’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영화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질문만 하면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한다.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여러 가지 방식의 배움을 돌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강진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육각의 동굴과 미궁 속의 생쥐'. 
강진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육각의 동굴과 미궁 속의 생쥐'. 

다큐멘터리가 낯선 초보자들에 팁을 준다면.

다큐멘터리가 마블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재미를 줄 순 없다. 그러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하지만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질문을 던져준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를 가장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친구와 함께 보는 것이다. 보고 나면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쾌감을 누릴 수도 있다.

개막식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11일 저녁 7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탁 트인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 요즘 핫한 밴드 ‘단편선’의 공연을 비롯해 재미난 볼거리가 준비됐다. 올해 개막작은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러시아 교사가 직접 영상을 찍은 내부고발 성격의 작품인데,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가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개막식에 앞서 조금 일찍 임진각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평화곤돌라, 인근 식당 할인 쿠폰도 준비했다. GTX-A 운정중앙역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낭만적인 추억을 남기시길 바란다.   

크리틱스 초이스에 소개되는 ‘에디 앨리스: 리버스’.
크리틱스 초이스에 소개되는 ‘에디 앨리스: 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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