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 강바닥 퇴적 겹쳐 시설물 ‘기우뚱’
희망 대체부지 1순위는 가양대교 하단
시, 용역까지 했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
“수상스포츠 수요 폭증, 대책 서둘러야”

고양시요트협회가 20년 동안 사용해 온 수상 시설물이 부분 침수돼 시급하게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협회 이두재 회장(오른쪽)과 박영희 부회장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시요트협회가 20년 동안 사용해 온 수상 시설물이 부분 침수돼 시급하게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협회 이두재 회장(오른쪽)과 박영희 부회장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신문] “시설 안까지 물이 찬 모습을 보니 참담합니다. 우려했던 상황이 터진 것이죠.” 

고양시요트협회(회장 이두재) 회원들은 요즘 큰 근심에 빠졌다. 20여 년 동안 사무실과 장비보관실, 계류장으로 사용해 온 수상 건물에 물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시설물이 놓인 곳은 방화대교와 마곡대교 사이 한강 대덕생태공원 수변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직사각형 바지선 형태의 시설 안에는 윈드서핑, 보드, 카약 등 수상스포츠 장비들이 빼곡히 보관돼 있고, 한강 방향으로는 요트를 정박하거나 출발시킬 수 있는 접안시설이 붙어있다. 안쪽에는 사무실을 겸해 회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꾸며져 있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되고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이다 보니 시설물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일부가 물에 잠겨버린 것이다.      

시설물 내부에 물이 차오른 모습. 
시설물 내부에 물이 차오른 모습. 

사실 시설물 침수 우려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었다. 20년 전 행주어촌계에서 사용하던 시설물을 구매해 요트협회 회원들의 활동 거점으로 요긴하게 사용해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새로운 거점 시설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고양시에 지속적으로 전했지만, 아직까지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협회는 2003년 윈드서핑협회로 출발해 2013년 고양시체육회 정식 소속단체인 고양시요트협회로 승격한 후 수상레저스포츠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현재 2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소속돼 있고, 매년 고양시장배, 고양시의회 의장배, 협회장배 대회를 주최·주관하고 있다. 또한 각지에서 열리는 다수의 요트대회에 출전해 전국의 수상스포츠 체육인들과 친선을 쌓고 있다. 

요트 계류장 부교에서 기울어진 시설물을 살피고 있는 모습. 
요트 계류장 부교에서 기울어진 시설물을 살피고 있는 모습.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협회가 처한 상황은 답답하다는 게 이두재 회장의 하소연이다. 

“사실 건물에는 전기도, 수도도 안 들어오고, 화장실도 없어요. 요트와 윈드서핑, 카누와 카약 등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즐기는 수상스포츠 시설이라기엔 너무도 열악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침수까지 시작됐으니 이젠 정말 서둘러 대안을 찾아야 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회원들이 내심 시설 이전을 희망하는 장소 1순위는 바로 고양시 대덕생태공원의 최상류 지점인 가양대교 하단이다. 현재 잔디광장이 조성된 곳에 장비를 보관·관리할 수 있는 육상 시설물을 만들고, 수변에는 윈드서핑 등 각종 수상스포츠 체험장을 조성하면 다양한 활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시설물 안쪽에는 다양한 수상스포츠 장비가 보관돼 있다. 
시설물 안쪽에는 다양한 수상스포츠 장비가 보관돼 있다. 

박영희 부회장은 새로운 거점시설 마련이 단지 협회 회원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이나라고 강조한다.

“젊은 층을 비롯해 수상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고양시가 선제적으로 잡아서 관련 시설을 설치한다면, 고양시민은 물론 서울 시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경기도요트협회가 김포에서 요트학교를 운영하는데,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교통과 입지 면에서 가양대교 하단은 김포보다 훨씬 조건이 좋지요.”

이어 박 부회장은 “시설이 만들어지면 요트협회 회원들의 재능기부를 활용한 수상안전대 운용, 생존수영 교육장 등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덕생태공원 육갑문 인근에 있는 기존 시설물. 물 위에 떠 있어 부교를 건너 접근해야 한다. 
대덕생태공원 육갑문 인근에 있는 기존 시설물. 물 위에 떠 있어 부교를 건너 접근해야 한다. 

수상스포츠 거점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고양시 담당부서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시 체육정책과는 ‘고양시 공공체육시설 확충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가양대교 하단에 새로운 요트장 신설 계획을 구상하기도 했다. 또한 2024년에는 생태하천과가 행주산성 일대 관광명소화와 연계해 행주 한강공원에 선착장과 계류장을 순차적으로 만드는 ‘한강 수변거점 행주나루 조성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은 진도를 못 내고 있다. 행주나루 조성사업을 담당하는 생태하천과 담당자는 “시의회에서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대한 의결이 이뤄져야 구체적인 설계와 예산 수립이 가능한데, 시의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상시설에 대한 장기적인 방향은 잡고 있지만, 현실화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가하천인 한강의 둔치를 이용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관련 절차도 복잡하다. 시설물을 새로 설치하려면 한강유역환경청의 부지 용도변경 허가가 있어야 하고, 해당 구역의 내수면 어업권을 가지고 있는 행주어촌계의 합의도 있어야 한다.

이두재 회장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협회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고양시요트협회가 처한 절박한 상황, 그리고 수상 레저스포츠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시너지 등을 고려해 고양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왼쪽부터) 고양시요트협회 이두재 회장, 박영희 부회장. 
(왼쪽부터) 고양시요트협회 이두재 회장, 박영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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