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변상요구에 이동환 불이행
주민소송단 일부 승소 판결
핵심 쟁점에 대한 위법성 확인돼
백석 이전 사업 정당성 무너져
주민소송단 "끝까지 책임 묻겠다"
[고양신문] 고양시청사 백석 업무빌딩 이전 사업 추진 과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주민소송 1심 판결에서 법원이 사실상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동환 시장이 시의회의 변상요구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시청사 이전 사업의 핵심 동력이었던 타당성 조사 용역의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지면서 향후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이우희)는 16일 ‘고양시 시청사 이전 주민소송단’(이하 소송단)이 이동환 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에서 "피고(고양시장)가 고양시 의회의 시정요구 중 (타당성 조사 용역비 예비비 지출에 대한) 변상요구 부분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함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소송단이 제기한 4가지 청구 항목 중 3가지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된 항목은 △본예산·추가경정예산 미편성 △의회 승인 없는 예비비 지출 △의회 감사요구 불이행에 대한 위법 확인 청구다. 재판부는 해당 사안들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음) 위법 확인 소송’의 대상이 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송단 관계자는 "일반적인 법 위반과 달리 부작위 소송은 법률에 명시된 절차나 이행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가 앞선 3개 항목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며 "다시 말해 내용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소송 요건 미비를 이유로 각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의회의 변상요구 불이행'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관련기사 권용재 의원 “청사 이전 용역비 7500만원 변상해야”>. 지방재정법상 시의회의 시정 요구는 '의회 과반수 의결'과 '지체 없는 조치 이행'이라는 명확한 조건과 절차가 규정되어 있어 부작위 소송의 요건을 충족한다. 즉, 법원은 경기도 주민감사 결과와 고양시의회의 시정요구를 통해 '예비비 지출이 위법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시장의 '부작위'가 위법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예비비 지출의 위법성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소송단은 판결 직후 "예비비 지출이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의회의 변상요구를 시장이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재판부가 명백히 ‘위법’이라고 판결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예비비 지출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청사 이전 사업의 첫 단추였던 타당성 조사 용역의 절차적 정당성이 이번 판결을 통해 무너진 셈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시청사 이전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용석 주민소송단 대표는 “이번 1심에서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위법 사실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의회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한 시장과 시 집행부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민소송단 측은 시청사 백석이전의 첫 행정사무인 타당성조사용역 예비비 지출이 위법으로 확인된 만큼, 고양시의 항소여부와 관계 없이 관련자에 대한 형사고발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민소송은 2022년 이동환 시장이 시청사 백석 이전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비 7500만원을 시의회 동의 없이 예비비로 지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했고, 경기도는 '지방재정법 위반'이라며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지만 고양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작년 말 주민소송 재판으로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