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 상대 운전자의 무례한 행동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차를 한쪽으로 몰아 상대방에게 경고하거나 창문을 내려 말싸움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상대 운전자를 위협하거나 복수하는 행위를 우리는 ‘보복 운전’이라 부른다. 한순간의 감정에 휘둘린 끝에 하는 보복 운전은 단순한 울분 해소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행위다. 

지금 우리 도로 위에서 보복 운전은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을까. 전국적으로 보복 운전은 끊이지 않는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보복 운전 신고접수는 모두 2만3520건으로 집계됐다. 한 해 평균 4704건, 하루 평균 13건씩 발생한 셈이다. 보복 운전 신고 건수는 2019~2020년 한해 5000건 넘게 발생하다가 2022년에 3806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엔 4321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 수치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운전자가 분노에 휘둘려 타인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더욱이 이 통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신고 대신 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복 운전이 왜 이토록 자주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자. 보복 운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도로라는 특수한 공간이 운전자에게 익명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라는 심리가 평소보다 과감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하며 작은 다툼을 대형 사고로 키우기도 한다.

둘째, 운전자 간의 소통 부족과 양보심 결여다. 사소한 양보를 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분노, 무시당했다는 감정이 곧바로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법적 제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보복 운전은 특수상해·특수협박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지만, 실제 처벌 강도가 예방 효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개인의 감정 조절 실패와 제도적 허점이 맞물리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운전자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법, 즉 ‘도로 위의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상대의 행동에 화가 날 때는 10초간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을 추천한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했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클 수 있다.

또한, 건강한 도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양보와 배려를 습관화하고 자신이 실수했을 때는 가볍게 손을 들어 사과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결국, 배려와 양보만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가장 확실한 방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보복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예방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랙박스 신고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신고자 보호를 강화한다면 피해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 위의 안전 문화는 이처럼 개인의 노력과 제도적 개선이 함께 해야 자리 잡을 수 있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도로 위는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한다면 이곳은 순식간에 위험한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 작은 양보와 인내가 도로 위의 평화를 지킨다.

한순간의 격한 감정을 누르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우리의 안전뿐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자. 그러니 오늘도 도로 위에서는 여유를 잃지 말고 평온한 마음으로 운전하자. 서로를 배려하는 운전자가 가장 멋진 운전자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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