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2025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적정한 운동과 일자리… 다시 살아가는 힘
“고립 벗어나 연대, 공감해야 새길 열려” 
‘암생존자통합지지실’ 참가자들 눈길 모아 

환영사를 하는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유금혜 단장.
환영사를 하는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유금혜 단장.

[고양신문] 국립암센터가 암 치료 이후 삶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6일 오후 국립암센터 검진동 대강의실에서 열린 '2025 사회적경제 아카데미'에는 암 치료를 마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행사는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유금혜 단장의 환영사로 문을 열었다. 유 단장은 “공공의료기관은 단순히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지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아카데미가 암 경험자들에게 새로운 사회적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강의는 엄방울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실 실장이 맡았다. 엄 실장은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을 인용해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에 있어 최고의 약은 바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주 5회, 또는 고강도의 운동을 하루 25분-주 3회 하는 것을 권고한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산 등 익숙한 활동이 모두 해당된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한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실 엄방울 실장.
첫 번째 주제발표를 한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실 엄방울 실장.

엄 실장은 “꾸준한 운동은 기대수명을 현저히 높이고,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강의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참여한 암 경험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운동 실천법부터 생활 관리까지 실질적인 조언이 오갔다.

이어서 서정주 한국 에자이 사회혁신팀 이사가 ‘암 경험자의 일자리 복귀와 지속 가능한 경력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0%를 넘어서고 있지만, 치료 이후 실제 직장 복귀율은 30.5%에 불과하다”며 현실을 짚었다.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수치다. 그는 “신체적으로 가능하다면 일자리 복귀가 오히려 정신적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며, 암 경험자들이 사회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표자가 제시한 대안은 구체적이었다. 치료와 정기검진 일정에 맞춘 시차 출퇴근, 단축근무, 재택근무 등 근무 시간의 유연화, 체력 저하를 고려한 단계적 복귀제도, 암 경험자에 대한 낙인을 줄이는 조직문화 조성이 그것이다. 더불어 직장 내 심리 상담과 동료 지원 프로그램 운영, 치료로 인한 경력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재교육과 역량강화 기회 제공 등도 제안됐다. 그는 “암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인 만큼, 동료와 조직의 열린 마음과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은종 공감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장 이사장은 암을 경험한 뒤 홀로 겪는 고통 대신 연대와 공감을 택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고통을 나누면 무거움은 줄어들고, 함께할 때 자립의 길이 열린다”며 협동조합 활동을 소개했다. 문화와 예술 콘텐츠 기획을 통해 암 경험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사회적 경제 모델로 성공적으로 정착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암생존자통합지지실이 주목을 받았다. 국립암센터 환자뿐 아니라 타 병원에서 수술받은 암 환자들에게도 열려 있는 암생존자통합지지실은 암 경험자가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건강 증진과 사회적 기능 복귀를 돕는 곳이다. 초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영양사 등 여러 전문가가 상담과 교육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환자들이 스스로 삶의 균형을 되찾도록 지원한다.

이번 행사는 암을 경험한 이들이 사회 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치료가 끝났다는 이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되는 삶의 여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였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번 아카데미는 암 경험자들이 단순히 병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앞으로도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치료 이후의 삶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암생존자통합지지실 이용 및 상담 신청은 국립암센터 공공의료사업팀(031-920-2617) 또는 이메일(cssc@ncc.re.kr)을 통해 가능하다. 자세한 안내는 국립암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트레칭을 따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스트레칭을 따라 하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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