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악은 선한 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을 지배한다’

[고양신문] 고양시 시청사 백석 이전 논란은 단순한 행정 논쟁이 아니다. 신청사를 원당에 건설할 것이냐, 백석으로 이전할 것이냐가 본질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108만 시민이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행정 최고 책임자가 법과 제도 안에서 합의된 절차를 무시하고 내린 자기모순적 결정을 어떻게 바로잡고 치유할 것인가였다.

2023년 1월 4일, 이동환 시장은 “시청사를 백석으로 이전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1·4 결정’은 신청사 건립사업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2년 반 넘게 백석 업무빌딩을 비워 두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한 재정손실 추정액만 해도 2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동환 시장의 결정으로 민선 8기 행정부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고, 시민들은 원당과 백석이라는 지역적 대립 속에 갇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시의회는 시장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세력으로 몰렸고, 공무원들은 위법·부당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명령에 충실했으며, 일부 양심 있는 공무원들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2023년 1월 4일의 고양시 지역사회는 혼란 그 자체였다. 당시 고양시 신청사건립과 관련된 의회의결 사항을 감당했던 8대 고양시의원으로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밤잠을 설치곤 했다. 분노의 이면에는 시작할 일이 많지만 그 책임을 감당하기에는 두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악은 선한 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을 지배한다’를 주문처럼 외웠다.

우리는 지난 2024년 12월 3일, 국민의 힘으로 내란을 막았다. 국회 앞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낸 것처럼, 시민은 행동할 때 세상을 지키는 힘이 된다.
고양시민 역시 시장의 독단적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다. 법정에서, 거리에서, 시의회 속기록의 한 줄 한 줄 속에서 시민들의 피와 땀이 녹아 있었다. 이 치열한 싸움 속에서 시의회는 시장의 위법한 행정을 견제하며 시민과 함께했다. 시민들의 헌신과 시의회의 노력이 이번 주민소송 승소를 가능하게 한 원천이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3년 10월 11일 의정부법원에 주민소송을 처음 제기하기까지, 고양시민은 1만 명이 넘는 주민청원을 통해 목소리를 냈고, 수천 명의 서명으로 주민감사를 이끌어 행정 집행의 위법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동환 시장은 이를 부정했다.
주민소송 과정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이동환 시장의 자기모순이었다. 2023년 1월 4일 내린 ‘백석 이전 결정’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며 신청사 건립사업을 중단시켰지만, 실제로는 경기도 주민감사에서 지적된 지방재정법·지방회계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예비비를 사용해 타당성조사 보고서를 납품받았고 이를 투자심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주민소송이 진행되면서 고양시는 2024년 12월 13일 법정에 “1·4 결정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적 행정계획으로 단순한 계획일 뿐”이라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스스로 ‘아무런 법적효력이 없는 결정’이라 자백한 것이다. 사실상 주민소송의 목표, 즉 ‘1·4 결정의 법적 효력 없음 확인’이 이미 달성된 순간이었다.
2025년 9월 16일 법원은 판결을 통해, 2023년 7월 21일 시장의 예비비 지출이 부당했으며, 2024년 6월 20일 시의회가 요구한 변상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시민의 저항과 시의회의 견제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니라, 우리 지방자치 성숙을 향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2년 반 넘는 시간 동안 공직의 명예와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싸운 시민들과 시의회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이제 위법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피할 길이 없다. 시민은 증거를 확보했고, 법은 판결했다. 역사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제 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고양시정의 정의를 바로 세울 때다. 고양시장이 항소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1심 판결문 공개와 2년 반 소송 기록 공개로, 시민과 함께 행정의 민낯과 진실을 마주할 것이다.
주민소송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시민의 힘으로, 고양시는 다시 정상화의 길을 갈 것이다.

윤용석 시청사이전 주민소송 원고
윤용석 시청사이전 주민소송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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