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인터뷰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고양시 교통문제, ‘서울로 집중, 내부교통망 취약’
승용차 감축의 핵심은 ‘규제와 인센티브 연결’
‘소외지역 공공 개입’ 등 실효적 운영 필요
자전거 정책은 대중교통·보행과 함께 풀어야

[고양신문] 고양신문은 지난 7회에 걸쳐 고양시의 교통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가능교통으로의 전환 방안을 모색해왔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버스는 수요 논리에 따라 운영되면서 중심과 외곽의 격차를 키웠고, 자전거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열악한 인프라 속을 달리고 있었다. 결국 하나로 모아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통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무엇일까. 본지는 지난 15일, 성미산 마을극장 건물에 자리한 녹색교통운동 사무실에서 김광일 사무처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사무처장은 고양시 교통 문제의 핵심을 ‘도시계획의 실패’와 ‘교통체계 위계의 붕괴’로 진단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혼잡통행료, 주차요금 정책, 도로 공간 재편 등 과감한 ‘교통수요관리(TDM)’ 정책과 함께 마을버스 공영제의 현실적 대안, 자전거 교통 활성화를 위한 ‘전환 패키지’ 도입 등을 제안했다. 행정의 의지와 시민 참여를 통해 ‘걷고 싶고, 자전거 타고 싶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제언을 정리했다.

고양시와 같은 수도권 대규모 신도시가 공통적으로 지닌 교통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모든 교통 체계가 서울로 집중됐고 지역 내, 지역 간 이동은 그것보다 불편하고 소외됐다. 광역버스나 광역철도 중심으로 교통 체계가 형성돼 있는 반면 광역 교통을 연결하는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마을버스가 시내버스 역할까지 하고 있거나, 광역버스가 진입한 지역 내부에서 시내버스처럼 도는 등 교통체계가 위계가 안 맞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광역교통의 연계교통이 미비하다는 거다.

대중교통이 내부 교통망에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시내에서는 자동차 이용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런 교통체계로는 탄소중립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의 도시 구조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 도시의 물리적 공간 자체가 너무 넓어 대중교통으로 그곳을 다 감당할 수 없다. 승용차 이용률이 제일 낮은 곳이 서울(약 23~25%)이고, 그 다음이 부산이다. 서울은 넓지만 집약도가 높다. 지하철역 주변만이 아니라 이외의 지역까지 대부분 개발되어 있고 그 정도의 수요가 나온다. 그러나 서울을 벗어나면 주거지 외에는 개발이 덜 되어 있다. 

물론 모든 지역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구 단위나 그 밑 단위들이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 교통 문제는 결국 도시계획의 문제다. 도시 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문제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시가 더 작게 분리되어서, 각 생활권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교통수요관리(TDM)' 정책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것으로 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광역교통 수요와 시내 내부교통 수요가 혼재된 고양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혼잡통행료, 주차요금 정책, 도로 공간 재편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혼잡 통행료는 특정 구역의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고, 운행 제한은 그것보다 넓은 구역에 유해물질이 많은 차량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최근 유럽에서는 ‘LEZ(Low Emission Zone, 차량배기가스 규제지역)’를 운영하는 경향이 일반적인데, 이 제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고양시에 적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도로에 들어올 수 있는 차량 등급을 단계적으로 올려서, 장래에는 무공해 차량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차요금 정책의 경우 한정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공영주차장은 요금 상향이 가능한데, 민간 시설은 강제로 상향하는 게 쉽지 않다.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의 주차 요금을 높이고 싶어도 그 사업장에서 안 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혼잡통행료, 주차요금 정책, 도로 공간 재편 모두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다. 주차 요금은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지자체 조례 범위에서 상향을 최대로 했다. 또 주차장법에는 ‘주차 상한제’라는 게 있다. 서울은 사대문 안 10개 지역과 강남 일대가 주차 상한제 적용을 받아서, 건물의 수요 대비 주차장 설치 비율이 제한된다. 현재 주차 상한제가 시행되는 곳은 서울과 부산 정도다. 

다만 운행 제한 제도나 주차 요금 제도보다는 도로 공간 재편이 시민들이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인 만큼, 최대한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규제 정책은 서민들의 생계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지 않나. 
규제 정책과 인센티브 정책이 적절히 연결돼야 교통 정책 효과가 난다. 예를 들어 도로 공간을 재편해서 4차로 중 2차로를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전용으로 바꾸면 자동차가 막히게 된다. 이때 다른 쪽에서도 수요를 감당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버스 배차 시간을 줄이거나, 자전거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대안을 양쪽으로 제시해야 불만을 다른 곳으로 전환시키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본지에서 마을버스 공영제를 비롯한 '공공교통 강화'를 핵심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재정 여건과 노선 현황을 고려할 때, 마을버스 공영제 도입의 타당성과 기대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두 가지 고민 지점이 있다. 첫째는 공공이 하면 다 잘할 수 있는가, 둘째는 기존 준공영제의 문제 해결 대안으로 공영제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민영제든 공영제든 운영 방식이지 않나. 현재 드러난 문제가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가 판단이 서지 않아서, 공영제를 해야 한다고 확답을 하긴 어렵다.  

다만 배차간격이 지나치게 긴 외곽지역은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요가 적은 지역일수록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버스를 자주 운행할 이유가 없다. 지원금을 받아 간신히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만 운행하는 식이다. 이런 곳에 차라리 노선권을 공공이 직접 가져와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민간이 운영비 자료를 제출하면 시가 이를 토대로 적자를 보전해주는데, 공공이 직접 운영해보면 실제 원가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 한 대당 유류비, 인건비, 1㎞당 단가가 얼마인지 알게 되면, 민간이 과도한 지원을 요구할 때 ‘우리가 직접 운영해보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첨언하자면 모든 지역에 일일이 버스를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지역은 이용객이 수십 명, 많아야 몇백 명 수준인데, 이런 곳은 오히려 DRT(수요응답형 이동서비스), 택시 바우처 등 대체 교통수단과 관련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공공버스정책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성동구 성공버스
공공버스정책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성동구 성공버스

대중교통 이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요금 할인 정책이나 무상교통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지 않나.
별도의 할인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를 통합해서 할인율을 높이는 방향이 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K-패스도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The 경기패스’의 경우 K-패스에 경기도의 혜택을 더한 카드로, 청년층, 취약계층, 다자녀 가구 등 대상별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이런 식으로 지자체가 예산을 더 투입해 지역 주민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할인 정책과 무상교통은 차이가 있다. 무상교통은 한 번만 타도 무료인데, 기후동행카드나 K-패스 등은 자주 이용하면 혜택을 더 많이 주는 방식이다. 다만 현행 할인율이 체감할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보다 적극적으로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교통 정책의 핵심은 결국 승용차 이용자들의 대중교통 전환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예산 대비 효용만 따지기보다, 기후 대응 차원에서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나.
과감한 교통비 지원은 가능하지만 결국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과제다. 독일의 9유로 정책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이 자료가 대중교통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로 쓰였다. ‘에너지 전환을 했을 때 이만큼 수요가 늘었으니 인프라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식으로 후속 조치가 뒤따랐다. 단순히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지원 이후 나타나는 이용 행태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양시는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지만, 실제 자전거 이용 분담률은 낮고 생활교통 인프라는 부족하다.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 고양시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문제는 레저용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지나치게 분리되어 있다는 거다.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레저용으로 타지는 않잖나. 실제로 도로는 한강으로 가기 위한 경로일 뿐이고, 자전거는 결국 한강에 가야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주변을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렇게 생활권 안에서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탈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 한결같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더 많이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자전거도로도 중요하지만 거점별 주차시설, 환승시설을 좀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학원가를 보면 자전거를 무분별하게 많이 세워두는데, 주차시설이 잘 안되어 있다. 이외에도 마트, 공공기관 등 주요 생활 거점에 자전거 주차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 이용자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 자전거 이용 교육, 자전거 이용 시 인센티브 제공(환승 할인, 자전거 수리권 등) 등도 필요하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들이 환승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주차 시 도난 문제, 휴대승차 금지 문제다.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전거 문제는 독립적으로 보면 안 된다. 교통 문제가 해결돼야 자전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대중교통 잘 돼 있어야 자전거가 따라오고, 보행자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어야 자전거도 탈 만하다.


대중교통과의 연계, 안전한 보관소 문제 등 열악한 인프라 현실을 고려할 때, 고양시 자전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영국은 운행 제한 제도 안에서 폐차 조건에 인센티브 제공이 있다. 폐차를 하고 신차를 구매하지 않으면 바우처를 준다. 자전거 구매권, 대중교통 1년 무제한 이용권, 공공자전거 이용권 등 대체 교통수단의 구매와 이용을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폐차를 하면 신차 구매시 전기차 보조금을 주지 않나. 실제적으로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차량을 안 사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이들이다. 폐차를 했는데 다른 대체 수단을 지원해준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전환 패키지’를 지원해야 한다. 그 안에서 공공자전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교통정책 전환을 위해서는 행정 의지와 더불어 시민 참여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고양시가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끌어낼 방안은 무엇이 있나.
전면적인 정책 수립 이전에 사회적 실험을 먼저 진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광화문 세종대로 일부 구간에 차량통행을 막을 때, 기간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며 임시 운영을 했다. 모든 사업이 세팅된 후 주민들에게 형식적으로 의견을 받는 게 아니라, 사전에 변화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며 민원과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의 행정은 이런 시도에 다소 소극적인데, 교통체계 변화는 시민 일상과 직결되는 만큼 빠르게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시민 의견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너무 일방적으로 행정을 밀어붙이거나 너무 정치적으로 교통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대다수의 거버넌스 기구는 실질적 권한이 없고 단순 자문 역할을 하는 데 치중돼 있다. 실행을 전제로 하되, 일정 부분 위임된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버스 노선을 개편하기로 했다면, 그 담보를 행정이 해줘야 한다.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행정도 줘야, 거버넌스 참여자들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인터뷰=남동진 기자, 정리=김현정 인턴기자

이 기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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