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영주 고양시 민생대회 공동대표, 김범수 고양시민회 정책위원장
6개월간의 고양시 예산 분석 통해
민선8기 ‘불통과 무능의 시정’ 고발
"시민을 파트너 아닌 적으로 간주"
"차기 시 정부, 예산 철학 바꿔야"
[고양신문] “시민만 바라본다고 하고, 정작 시민의 참여는 바라지 않는 시정이다.”
“시민의 현재 삶을 담보로 불투명한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
이동환 시장 취임 3년간의 예산 운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고양시민예산정책연구 네트워크(이하 고양예산넷)가 6개월간의 추적 끝에 내놓은 ‘2025 고양시 예산 분석 보고서’는 단순한 숫자 나열을 넘어, 데이터 뒤에 숨은 시정 철학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은 정책의 언어이자 행정의 의지다. 시민의 세금은 과연 어디로 흘러갔을까. 지난 24일 예산 분석을 주도한 송영주 고양시 민생대회 공동대표와 김범수 고양시민회 정책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사진만 있고 현재는 없는 ‘탁상공론 예산’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이동환 시정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의 삶과 철저히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범수 정책위원장은 이를 ‘청사진만 내세우는 탁상공론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역경제 예산을 줄이고 미래전략 산업 예산에만 치중한 것이다.
“기업 유치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비효율적이고 기만적이라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322억원에 달하는 투자유치기금입니다. 이동환 시장 임기 내내 이 기금의 집행액은 단 1원도 없었습니다. 돈만 쌓아두고 기업 유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죠.”
데이터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예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 시민 체감 지역경제 예산은 2021년 468억원에서 2025년 184억원으로 3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반면 경제자유구역 등 실체가 불분명한 미래전략사업 예산은 같은 기간 978억원에서 1430억원으로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김 정책위원장은 “불확실한 미래 투자를 위해 시민의 현재 삶을 희생시킨 꼴”이라며 “증액된 500억원 역시 킨텍스나 산업진흥원 같은 몇몇 기관에 돈을 나눠주는,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용역성 예산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데만 골몰했다는 지적이다.
비어버린 일자리 기금, 막혀버린 시민 참여
이러한 기조는 일자리 정책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송영주 대표는 “일자리 기금이 사실상 고갈 상태”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기금은 지역에 특화된 일자리 사업을 시범 운영하며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재원입니다. 그런데 2년 연속 신규 전입금이 없고, 집행액도 거의 없다는 것은 시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인 거죠. 게다가 본예산에 있던 사업을 기금으로 옮겨 숫자를 부풀리는 ‘예산 돌려막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의 ‘정책 의지 부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일자리 사업조차 온통 경제자유구역 지정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되다 보니 중장년, 경력단절여성 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작년 민생대회 시민 투표에서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높았지만, 관련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시민의 삶을 외면한 예산 편성은 시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송 대표는 이동환 시장의 시정을 ‘시민의 참여는 바라지 않는 시정’이라고 정의했다.
“단적인 예로 주민참여위원회 예산이 2억원에서 25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습니다. 마을공동체, 평생교육 등 시민들이 시정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통로를 모두 막아버린 겁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시정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거죠.”
김범수 정책위원장 역시 “지금 시대의 행정은 시민과의 협치가 필수”라며 “이동환 시장은 시민사회를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 결과 고양시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 시장은 예산 철학부터 바꿔야”
송영주 대표는 이번 예산 분석을 통해 지난 4년간 시민들이 느낀 박탈감의 근원을 ‘체감 예산의 실종’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시민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내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작은 예산”이라며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때 참여할 수 있는 100만~200만원짜리 교육 사업, 마을에서 함께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공동체 사업처럼 시민들이 ‘내가 낸 세금으로 이런 혜택을 보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예산이 모두 사라졌다. 이것이 시민들의 만족도를 역대 최악으로 떨어뜨린 핵심 원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6개월간의 고된 분석 작업을 마친 고양예산넷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구체화하고, 다가오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의회와 계속 협력을 이어가며 시를 압박할 계획이다.
김범수 정책위원장은 “시장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3년간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시민들의 선택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시민의 삶과 함께하는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