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요리 동아리 '다요남'

매주 요리하며 대화ㆍ소통법 배우고 실천
“밥상은 말없이도 마음 전할 수 있는 공간"
마을공동체 회복, 개인성장 '성과공유'

달걀말이, 삼각김밥 등으로 성과공유회를 준비하고 있는 다요남 회원들 
달걀말이, 삼각김밥 등으로 성과공유회를 준비하고 있는 다요남 회원들 

[고양신문] “달걀말이는 두껍게 말아야 먹음직하지.” “삼각김밥 만들어서 오시는 분들 드리면 좋아할 겁니다.”

지난 16일, 고양시 정발산의 공유주방 ‘제이가’에 모인 ‘아저씨’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자연스럽다. 달걀말이, 삼각김밥에 콩나물국. 쌍화차를 넣은 빵까지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다.  ‘다요남(다 같이 요리하는 남자들)’이라는 이름의 요리 동아리로 모인 이들. 이날은 3년동안 요리를 주제로 모인 이들이 그동안 활동을 마무리하고 자랑하는 성과공유회이자, 중장년 남성들이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6시 행사여서 4시부터 모였어요. 3년 정도 해서 이제는 제법 음식 잘 합니다. 서로 너무 대견해합니다.”

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윤용석 전 고양시의회 부의장은 이날 달걀말이를 맡아 2시간동안 후라이팬 앞에 서있었다. 

‘다요남’은 경기도와 경기도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된 요리 동아리 ‘요알못(요리도 알지 못하면서 인생을 논하느냐)’의 일부 회원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모임이다. 이들은 2025년 고양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다요남은 매주 목요일 저녁, 일산동구 제이가 공유주방에서 모인다. 함께 요리하고 저녁을 나누며, 가족과의 대화법을 배우고, 지역 청년들과의 식사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요리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매개가 된다.

김영형 전 회장은 “한 번도 부엌에 들어가 본 적 없던 분이 이제는 된장찌개에 두부를 먼저 넣을지 나중에 넣을지를 토론할 만큼 달라졌다”며 “밥상은 말 없이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3년 요리를 했지만 매번 진지하게 요리를 대하는 회원들
3년 요리를 했지만 매번 진지하게 요리를 대하는 회원들

‘다요남’ 활동의 핵심은 단순한 요리 실습을 넘어선 공동체 회복에 있다. 요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게 된 중장년 남성들은 가정 내에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성과공유회에서는 직접 만든 가을철 메뉴와 함께, 사진과 영상으로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다요남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활동이 지역사회에 어떤 파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에 따라 요리 강습은 물론, 이웃과의 반찬 나눔, 청년 세대와의 대화 모임 등도 병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앞치마를 두른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과 아내의 눈에 다르게 보였다”는 회원의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요리 체험’이 아닌,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개인의 성장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자리였다. 요리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일상의 균열을 메우는 이들의 실천은 지역사회에서 점차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요남은 앞으로도 ‘1인 1요리’ 실천운동, 이웃과의 레시피 공유 등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요리는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발한 이들의 요리들은 충분히 따듯하고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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