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추워지고 밤이 짧아지면서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겨울이 되니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추운 겨울에 떨고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도 겨울이라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송년회다 무슨 모임이다 해서 밤늦게 술을먹고 늦게 귀가하는 일도 많아졌다. 사람들과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부르고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어느 날이었다.

한 10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길거리에서 막대사탕을 팔고 있는것이 눈에 띄었다. 옷은 이곳저곳 헤진 흔적이 보였고 얼굴에는 땟물이 흐르는 지저분한 아이였지만 너무 밝은표정을 하고 있어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사탕 파는거니?’하고 물었더니 ‘천원이에요~’라는 귀여운 회답이 나와 나는 결국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사탕을 사들고 가려는 순간 한 아주머니가 ‘아이고, 이 불쌍한것. 추운데 무슨 고생이야’라며 아이 손 을 붙잡고 큰소리로 요란을 떠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10여장의 만원권 지폐를 꺼내고선 ‘이 돈가지고 가서 맛있는거 사먹고 옷도 사라’며 연신 불상하다는 말을 연발하는것이 아닌가. 내가 기분이 나빠져 한소리를 하려는 순간 여자아이가 ‘아줌마, 사탕 하나에 천원이구요 나머지는 거슬러드릴게요’라며 웃으며 만원짜리 한 장을 받고 9천원을 거슬러 주는 것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다보니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불우이웃돕기다 뭐다 하며 화면에 웃으며 돈봉투를 건네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것은 훌륭한 일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평상시에 꾸준히 그런 활동을 하지 않고 연말연시만 돼면 사진찍고 요란을 떠는 것일까? 화면에 보이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장애인들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 그들의 자존심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보여 기분이 나쁠 때도 많이 있다.

요즘‘불우이웃에 성금전달’이라는 뉴스에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돈봉투를 건네는 기관장들과 사탕팔던 소녀의 얼굴이 자꾸 비교되게 된다. 그 소녀의 티 없지만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거은 왜일까. 또 내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나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이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일까?                      

<김진호 주교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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