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민간매각에 보존방안 강구
마포 대표적 근현대문화유산 추진
고양 민선8기, 인건비 예산 전액삭감
“일산 사저문제 공론화, 해법 찾을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3년부터 거주했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소재한 ‘서울 동교동 김대중 가옥’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됐다(사진 오른쪽). 반면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위치한 김대중 대통령 사저 기념관은 2023년 1월 1일부로 일반 시민 관람을 중단하고 사실상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다(사진 왼쪽).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3년부터 거주했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소재한 ‘서울 동교동 김대중 가옥’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됐다(사진 오른쪽). 반면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위치한 김대중 대통령 사저 기념관은 2023년 1월 1일부로 일반 시민 관람을 중단하고 사실상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다(사진 왼쪽).

[고양신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가 최근 국가유산 등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사저인 일산 정발산동 기념관 재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곳 일산 사저는 민선 7기 당시 고양시가 매입해 민주평화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이동환 시장 취임 후 인건비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3년째 문을 닫은 채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고양시 각계 인사들이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방치된 일산 사저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김대중 포럼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포구의 2년 노력 결실 
‘국가유산’ 길 열린 동교동 사저

앞서 지난달 28일 국가유산청 근현대문화유산분과위원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0년대부터 서거 직전까지 거주하며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과 국민 통합의 역사를 써 내려간 동교동 사저에 대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조건부 가결’했다. 이는 개인의 거주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현장으로서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강수)의 지난 2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포구는 2023년 7월 사저가 민간에 매각되자 즉각 보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강수 구청장은 현 소유주와 여러 차례 협의하며 보존 방안을 모색했으며, 같은 해 11월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신청서를 직접 제출했다.

또한 마포구는 ‘김대중 대통령 동교동 사저 보존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김대중재단, 유족 측과 함께 보존 계획 및 활용 방안을 논의해왔다. 사저 인근 140m 도로를 ‘김대중길’로 명예도로화하며 상징성을 높이는 등 환경 정비에도 힘썼다.

국가유산 등록이 최종 확정되면, 마포구는 현 소유자와의 협의를 통해 ‘김대중 기념관’ 조성 및 청소년 대상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 이곳을 마포의 대표적인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계획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김 대통령의 '화해와 용서, 평화와 대화'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양시장 바뀌자 ‘인건비 전액 삭감’ 
3년째 방치된 일산 사저 기념관

동교동 사저가 국가적 유산으로 재조명받는 것과 달리,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위치한 김대중 대통령 사저 기념관은 정반대의 운명에 처해있다. 이 사저는 민선 7기 시절인 2020년 3월, 고양시가 23억5000만원을 들여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2021년 6월 평화·인권·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22년 7월 민선 8기 이동환 시장이 취임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고양시는 2023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저 기념관 운영 예산 약 9000만원(사무관리비, 인건비, 운영비 등)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편성된 예산은 전기세, 재산세 등 최소한의 공과금 700여만원에 불과했다(이후 고양도시관리공사 2차 추경을 통해 관리비 및 관리유지비 명목으로 2973만원 추가 반영).

결국 기념관은 2023년 1월 1일부로 일반 시민 관람을 중단하고 사실상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다. 기념관 운영을 위해 채용됐던 관리자 1명과 해설사 2명 역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건비 예산 삭감으로 인해 개관 1년 반 만에 모든 기념사업과 교육 프로그램이 멈춰 선 것이다. 

이러한 고양시의 조치는 당시부터 큰 논란을 빚었다. 김대중 대통령 사저 기념관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경민 목사는 ”기념관은 정치성이나 이념을 뛰어넘어 평화와 인권을 향한 시민운동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지역 인사는 ”김 대통령을 한쪽 이념으로만 옭아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대중 포럼’ 출범 준비, 사저 활성화 해법 모색
이러한 가운데 최근 고양시의 각계 인사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얼마전부터 ‘김대중 포럼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지역 사회에서부터 되살리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아울러 내달 3일에는 풍동 YWCA에서 (가)고양김대중자치포럼 공식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준비위원회는 "김 대통령과 같이 살았던 고양의 이웃으로서 그의 삶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는 길을 찾는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김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여겼던 △지방자치(자치와 분권) △민주주의(생활 속 민주주의) △평화(햇볕정책, 평화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 4회의 정기포럼 개최, ‘김대중 민주주의 학교’와 같은 강좌 운영, 공교육 및 평생교육과 연계된 공공 프로그램 개발, 캠페인 및 미디어 작업 등을 통해 김대중 정신을 지역 사회에 확산시키는 다각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포럼 발족을 준비 중인 이영아 전 고양신문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오랜 단식투쟁을 통해 쟁취한 지방자치가 민선 8기에 들어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일산 사저 기념관 폐쇄 문제 역시 이러한 시대착오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럼을 통해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치와 분권의 의미를 되새기고, 3년째 방치된 일산 사저 문제의 공론화를 이끌어내며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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