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질문_정민경 의원
4조원 북경차는 협약 다음날 부인
1.17조 투자 기업 묻자 "모르겠다"
‘협약 전 검토’ 시 조례 위반 논란
"시민 속이는 숫자 부풀리기" 비판
[고양신문] 이동환 고양시장이 민선 8기 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해 온 7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실적이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는 지적이 시의회에서 나왔다.
지난 13일 고양시의회 제2차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정민경 시의원(능곡동·백석1동, 더불어민주당)은 이동환 시장의 7조1000억원 투자유치 내역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정 의원의 거듭된 검증 요구에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실무진이 확인했다”며 즉답을 피해, 투자유치 성과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7.1조 중 4조원, 협약 다음 날 “관계없다” 부인
이날 정민경 의원은 시정질문의 상당 부분을 이동환 시장의 핵심 공약인 경제자유구역과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유치 실적 검증에 할애했다.
이동환 시장은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현재까지 국내외 기업 및 기관과 업무협약(MOU) 74건, 투자의향서(LOI) 132건 등 총 206건의 투자유치 관련 협약을 체결했으며, 협약서상 명시된 예상투자금액은 총 약 7조1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 7조1000억원이라는 투자유치 성과 대부분이 부풀려지거나 허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바로 ‘북경자동차’ 투자유치 건이었다. 고양시는 앞서 2024년 3월 6일, 북경자동차로부터 4조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북경자동차 측은 협약 다음 날인 3월 7일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GOMSD 및 고양시와 아무런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며 “한국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정 의원이 “북경자동차가 즉시 부인했는데 어떻게 4조원이 아직도 투자유치 실적에 포함되어 있나”라고 묻자, 이 시장은 “계열사와 (협약을) 맺은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북경자동차는 그 계열사(GOMSD)와도 관계를 부인했다”고 재차 반박하자, 이 시장은 “그 기사에 대한 부분은 다시 확인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지속 모니터링” 주장 무색… 5개월 전 사명 변경도 몰라
300억원 규모의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일본 기업 ‘나이티(Nigh-Ti)’의 부실한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시장은 답변서에서 “나이티 관련 협약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질의 과정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민경 의원은 “확인한 바로는 해당 기업은 지난 6월 18일, 즉 5개월 전에 ‘라이덴(Raiden)’으로 사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5개월 전에 변경된 사명도 모르고 있으면서 어떻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한다고 답변할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일본 스타트업 정보 웹에서는 나이티로 유지되고 있다. 확인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깜깜이’ 투자의향서(LOI)의 실체도 드러났다. 정 의원은 “전체 LOI 3조1500억원 중 37%를 차지하는 두 개 기업, 즉 67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A기업과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N기업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1조17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기업의 실체를 시장에게 질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동환 시장의 답변은 “모릅니다”였다. 이 시장은 “워낙 많아서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해 의원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정 의원은 “300억원 나이티는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1조1700억원 기업은 모르신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런 기업이면 최소 500대 기업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 협약, 후 검토’… 조례 위반 지적까지
문제는 이러한 부실한 협약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정민경 의원은 시정질문의 핵심 질문으로 “204건의 협약 중 실사를 거쳐 기업의 재무 상태, 사업계획, 투자 능력을 검증한 것은 몇 건인가”라고 물었다.
이 시장은 또다시 “모르겠다. 실무진에서 다 확인을 했기 때문에 맺은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고양시 업무 제휴 및 협약에 관한 조례’ 제5조에 따르면 ‘협약 체결 전 제휴 기간의 적정성과 업무 처리 능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 의원이 “검토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 시장은 “제출하겠다”고 답했지만, 이후 질의답변 과정에서 ‘협약 전 검증’이 아닌 ‘협약 후 관리’ 수준의 답변을 반복하며 사실상 사전 검증 절차 없이 협약이 이뤄졌음을 시인했다.
정 의원은 “4조원은 부인당했고, 협약한 기업의 사명 변경도 모르고, 1조원 넘게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누군지도 모르고, 협약 전 검토조차 없었다. 이것이 이동환 시장이 자랑했던 7조원 투자 유치의 실체”라며 “시민을 속이는 숫자 부풀리기를 중단하고 실사를 거친 실제 투자 가능 기업만 재집계해서 보고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