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고양신문]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이 배고픔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먹고 싶은 욕구도 없으며, 입맛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먹어도 소화가 안 돼 소화불량이나 만성 체기가 있다고 호소하곤 한다. 

몸의 건강은 육체적으로는 세포의 활동성, 정신적으로는 욕망의 정도를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바탕 속에 우리 몸의 세포를 점막 세포, 근육세포(체세포), 골세포(신경 포함)로 구분한다면 가장 원초적인 욕구는 소화기 점막 세포의 활동성을 기준으로 먹고자 하는 욕구다. 또 근육세포를 기준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욕구, 뼈세포를 기준으로는 지적 활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욕구는 중년을 고비로 점차 감퇴하는데,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식욕 감퇴부터 자각하게 된다.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을 비롯한 육체적 활동과 지적인 활동이 줄어들면서 몸의 에너지 소모가 줄어드는데, 만일 식욕만 왕성하다면 섭취한 영양분은 어떻게 되겠나. 결국, 살이 찌면서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고 완만하게 이루어지는 식욕 감퇴는 정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급격한 식욕 감퇴다. 이에 따라 모든 세포의 활동성이 저하되면서 외형적인 움직임이 줄어들고 자칫하면 내면의 정신활동도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것은 위장의 용적과 소화기 장관의 운동성의 합에 의한 물리적인 당김과 준비된 소화액의 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동성이 한계 이하로 줄어들거나 소화액 생산이 기준에 못 미치면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거나 심한 경우 배고픔도 느끼지 않게 된다. 억지로 먹더라도 소화를 못 해 거대한 이물질만 유입된 비상사태가 돼 괴로움만 커지게 된다.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이 운동성이 느려졌는데 예전과 비슷하게 먹으면 장운동을 온전히 할 수 없게 되는데, 거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먼저, 잘못된 식습관 문제다. 제때 먹지 않는 것, 끼니를 거르다가 폭식하는 불규칙한 섭취, 수시로 먹는 것, 밤늦게 먹는 야식,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않고 빨리 삼키는 습관 등은 소화기를 망친다.

둘째, 먹는 것도 귀찮은 활력 저하의 문제다.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원초적인 욕망 중 으뜸은 식욕이다. 그런데 몸의 기능과 세포의 활력이 떨어지면 식욕이 저하되면서 움직이기 귀찮은 상태가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먹는 것마저 귀찮아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새로운 도전, 취미활동, 생활 동선의 변화 등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꼭 필요하다.

셋째, 과도한 스트레스도 문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부담을 준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즉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러한 끈이 끊어진 상태이고, 반대로 스트레스가 없는 무료함은 끈의 탄력이 사라진 상태다. 따라서 적절한 스트레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소책이 필요하다. 

그럼 나이 들면서 생기는 식욕저하 증상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 먼저, 무조건 음식을 씹도록 하자. 음식 섭취는 치아로 씹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씹는 리듬을 따라 식도와 위장이 운동하며 위장을 자극해 그 반사 반응 운동에 따라 장운동이 이루어진다. 아울러 장의 움직임의 리듬을 따라 소화액이 분비된다. 따라서 식욕이 전혀 없더라도 ‘씹는 행동’ 자체에 목적을 두고 열심히 씹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소화기 장관이 운동에 협응하고 소화액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둘째, 걷자. 햇볕이 좋은 낮 딱 30분만 걸어보자. 걷기는 육체 활동의 기본으로, 내적 세포의 활동성을 키워주고 소화기관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가볍게 흘리는 땀은 몸속 노폐물 배출이나 변비 증상 해결에도 탁월하다. 맨발로 땅을 걷거나 수영장에서 물속을 걷고, 추운 날씨에는 집안에서 지압 매트나 소금밭을 설치해서 꾸준히 걷는 것을 권장한다.

셋째, 한방 소화제를 복용하자. 식욕부진 환자 중 한방 소화제를 수시로 먹는 사람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먹고 나서 뭔가 거북해도 먹고, 체해도 먹고, 어지럽고 머리가 무거워도 한방 소화제를 복용한다. 원래 한방 소화제는 그 순간을 해소하고, 본인의 소화 능력에 맞춰 소화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나이가 든 사람에겐 더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의학적 진료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자. 만일 생활습관을 개선했는데도 식욕저하 증상이 계속된다면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자. 진료 후에는 맞춤 처방으로 내 몸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다스리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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