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럼-청소년들의 성문화 정책에 근본 치유가 필요하다. 배 유 현<고양포럼회장/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최근 밀양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장기간에 걸쳐 집단 성폭행사건이 발생, 사회적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용납할 수 있는 범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집단 성폭행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수백수천년 동안 뿌리 깊게 내려온 숨겨진 과제로 보인다. 신체발육으로 성인에 가까운 팔팔한 청소년들이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고 범죄의식 없이 성행위를 마구 남발하는 행태다. 문제는 피해 여성이다. 우리 사회의 통념상 피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노출되면 더욱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청소년들은 좀더 심각하다. 가임 청소년은 중절문제가 대두된다. 정신적인 상처는 손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결혼을 못하거나 불행해지는 사례도 많다. 원인을 꼼꼼히 짚어보자. 우리 국민의 성의식, 건전한 가족관계, 청소년의 유해 환경, 입시제도, 학력으로 서열화 된 사회 등 도대체 어디에서도 실마리를 풀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을 접하면서 답답함을 넘어 무력감까지 느끼는 것이 과민한 탓일까-. 돌이켜 보면 불과 20∼30년 전만해도 성교육에 대해서 아주 소극적이었다. 청소년기에 신체적으로 어떻게 변하고 어떤 과정으로 임신을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못했다. 부모들도 자녀의 까다로운 질문에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며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중고교 교과과정에 결혼과 가정생활, 성행위에 관해 자세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의 성폭력 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에 핸드폰이나 인터넷 대화 방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 여중생도 마찬가지다. 여학생이 핸드폰에 걸려온 남학생의 전화에 호기심을 갖지 않았으면 사건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단순한 호기심의 발동이 불량 청소년들에게 빌미를 제공했고 사건이 확대된 것이다. 비슷한 사건들은 참으로 사례가 많다. 부모들의 대화 부족도 큰 문제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려워지고 부모 사이에 결손이 발생하거나 관심 부족 상황이 오면 청소년들을 거침없이 유해 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부모의 경우 조금만 신경을 쓰면 사건을 예방할 수가 있다. 학교 교육도 문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문제 학생들을 잘 안다. 어떤 학생들이 신변 변화가 생기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정례 면담시간이 있다. 더욱이 통신수단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관리가 안 되는 것이 안타깝다. 막상 범죄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2∼3명의 여학생들이 어떻게 강간을 면하지 못하나?’하면서 의혹의 눈초리까지 준다. 그러나 여러 명이 허벅지와 아랫배를 걷어차거나 흉기로 위협하면 성인들도 위기를 헤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수사기관의 사건 수사과정은 정말 기가 찬다. 피해 여학생에게 가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용의자를 골라내게 한다든가 가해자 측 학부모가 피해 여학생 가족에게 ‘원망 섞인 협박’을 하게 만든 것은 정녕 아직도 원시적 수사방법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처벌방법도 문제다. 청소년의 경우 미성년자들이 많다. 따라서 처벌이 미온적인 사례가 있다. 어설픈 처벌은 충분한 반성을 가져오지 않는다. 교화방법도 매우 구태의연하고 형식적이다. 결국 교화되지 않은 범법자들은 사건을 재발시키고 사회문제를 만든다. 사건의 모든 책임을 우리의 사회적 환경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자칫 개인 범죄를 사회적으로 용납하는 반복 현상을 낳을 수가 있다. 철저한 책임과 재발 방지 차원의 적절하고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경우 재활을 위해 교화에 힘을 쏟아야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극심한 성문화의 혼돈기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유교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여성권익이 신장되고 ‘남녀 공존’과 ‘성 개방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청소년 성교육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시대에 걸맞게 새롭고 합리적인 성문화 정책을 정립해 갈 때라고 생각한다. ※배유현(HP018-353-3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