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참외 맛 수정같이 시원해/ 형님 생각이 나서, 어찌 차마 혼자 먹겠소 ? 新苽初嚼水精寒 兄弟情親忍獨看'
애틋한 형제애가 담긴 이 글은 조선 성종 임금이 형 월산대군에게 보낸 편지다.
성종 임금의 형 월산대군의 묘와 사당이 덕양대로를 따라 의정부 방향으로 조금 가면 나오는 낙타고개를 바로 넘으면 있다. 묘 앞 길가에 있는 외딴집에는 월산대군 19대 종손인 이택진씨가 살고 있다.
이택진씨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얘기 하나. "월산 할아버님의 묘는 북향입니다. 이분은 평생 책과 풍류를 벗하고 사셨고, 자손들도 정치나 벼슬길에 오르지 말라는 뜻으로 묘를 북향으로 쓰도록 하셨다고 합니다."
월산대군에 대한 성종의 형제애는 남달라 자주 대군의 집을 찾아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지금의 덕수궁이 월산대군의 옛집이었으며, 이곳 신원동은 그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다.
문장이 뛰어나고 책을 좋아했던 월산대군은 그의 작품이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하며 '풍월정집 20권'이 그의 작품으로 전해온다.
신원동에는 전주이씨 월산대군파 종친회 사무실이 있고, 월산대군이 장남이므로 서오릉에 묻힌 대군의 아버지 덕종의 기일과 월산대군의 기일(음력 12월 21일)이면 많은 종친들이 이곳에 모인다.
우리가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자노매라/ 낚시 드리오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라는 시조가 바로 월산대군의 작품이다.
<윤영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