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양시 이것이 문제다

한 겨울 아파트 입구에 놓여있는 지역신문이 찬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지역언론의 현실을 생각해 보곤 한다. 얼마전 우연히 미국 서북부 오레건주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The Oregonian'의 웹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내용 하나를 발견했다.

오레건 지역의 성인 120만명에 대한 지역신문 구독율이 주중에는 54%, 주말엔 66%나 되고, 한주에 한번이라도 지역 신문을 보는 열독자 비율은 무려 82%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에게는 가히 상상키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에서 전국 뉴스는 CNN 같은 전용 뉴스매체가, 지역소식은 지역언론이 담당하는 2원적 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다 치더라도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중앙 언론의 절대적 위세앞에 가녀린 숨소리를 내뿜으며 간신히 연명하다시피 하는 우리 지역언론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조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와 이런 차이를 벌리게 한 것일까. 미국의 지역언론이 주민들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지역언론을 떠받치고 있는 재정기반의 건실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역별로 대표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기업들이 지역경제는 물론 지역언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키 하면 오레건주의 비버타운, 코닥 하면 뉴욕주의 로체스터, 보잉사 하면 워싱턴주의 씨애틀 그 외에도 지역에 소재한 유수 기업들이 광고나 스폰서의 역할로써 지역언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언론은 질적으로 우수한 보도를 생산해 내고, 그 결과로 주민들로부터 보다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인구 200만의 오레건주의 경우 나이키사로부터 년간 약 40억원 정도를 지역발전을 위한 용도로 기부를 받고 있고, 이에 그치지 않고 The Oregonian 같은 지역언론의 발전을 위해서도 상당액수를 우회적인 형태로 지원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지역언론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그것은 기업 나름대로 지역언론에 투자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또 기업 이미지를 드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람직한 지역 언론이란 지역 주민들이 낸 혈세가 누수없이 제대로 쓰여지는가, 주민들의 진정한 이해에 입각해 행정이 이뤄지고 있는가, 주민들이 선출한 지역 일꾼들이 그 소명을 다하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그 결과를 가감없이 주민들에게 알려서 올바른 지역 여론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어느 중앙 언론이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 고양 지역 언론이 이런 기능을 만족스럽게 수행할 것이라 기대할 만한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갖춰져 있는가. 미국처럼 지역언론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표 기업이 과연 있는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언론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흔히 행정기관의 직접적인 지원을 말하지만 그럴 경우 ‘성경을 보기 위해 초를 훔친다는 비유’ 처럼 많은 문제점들이 따르게 될 것이다. 지원이 커질수록 지역 언론의 편집권이 불가불 감시 대상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진정한 방안을 생각해 보자. 먼저 중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의 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촉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을 통해 주민세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지역 언론 지원을 위해 돌리는 방안도 검토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이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일은 지역의 대표기업을 유치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고용기반을 확대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원칙에 기반을 둔 건전하고 튼튼한 지역 언론의 발전 기반을 도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자치의 핵심은 지방 살림을 비판하고 감시함으로써 주민복리를 증진시키는 일이다. 지방의회와 함께 지역언론이 그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면 우리는 풀뿌리 자치를 올곧게 키워내기 위해서 지역언론을 살리는 일에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의호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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