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이것이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연령층의 수직분포가 아주 길어졌다. 주변에서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던 70세,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불과 30∼40년 전 만하더라도 50대 나이에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손자손녀를 두더라도 ‘할아버지’란 말이 어쩐지 쑥스럽다. 언제부터 노인행세를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연공서열을 따지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동네 곳곳에 노인정을 마련하는 것과 지하철에서 무료승차권을 주는 것을 첫 손에 꼽을 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지하철 승차권은 잦은 시비를 일으켜 눈길을 끈다.

지하철 좌석이 만석이 될수록 경로석은 화제를 낳게 된다. 어떤 때는 젊은이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일어나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몸이 아프더라도 경로석에 앉게 되면 항상 조마조마한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몰려들어 “요즘 젊은 것들이?” 하는 푸념 섞인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때로는 “아이구, 허리야?”하는 넋두리를 듣기도 한다. 경로석에 앉아 있는 것이 불안해 눈을 감고 있으면 사태는 때로 심각해지기도 한다. “여보게, 자네는 부모도 없나?”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무료승차권은 나이에 비해 외모가 젊어 보이는 노인에게는 으레 곤혹스런 상황이 빚어진다. 신분증을 꼭 소지해야 승차권을 받을 수가 있다. 반면 머리칼이 희거나 주름살이 깊으면 무사통과다.

평균 수명 ‘1백세 시대’가 다가오고 우리 사회에 노인층이 두터워지면서 문제는 인사와 말투다. 선진국에서는 길거리를 지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밝게 인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도 무표정하기가 일쑤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를 해도 심지어 “너, 나 아니?”하고 되묻는 사례도 있다.

나이가 보다 젊은 충에서 먼저 인사를 하고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겠지만 어른이나 노인층에서 ‘당연히 인사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는 식의 무례한 습관도 고쳐져야 할 풍토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자신의 건강상태가 앉아가야 할 상황이면 “여보게, 젊은이? 자리 좀 양보해 줄 수 없겠나?”하면 불응할 사람이 거의 없다. 핀잔 투의 말씨보다 분위기가 부드럽게 된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언제나 인사와 양보는 가진 자, 힘 있는 자가 실마리를 풀어야 가야한다.

우리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회에서는 여야 대화와 협상의 창구가 마련되고 화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해에 들면서 여야가 쟁점 차이에 대해서는 토론하되 대화로 풀어가려는 흐름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화와 협상, 양보의 분위기가 얼마나 가려는지 염려하고 있다.

혹시 일시적 현상이 아닌가하며 걱정한다. 정녕 어려운 경제 속에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주 어려운 국제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구상에 인권이 가장 메말라 있고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을 이웃하고 있다. 더욱이 “핵을 개발했다”며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이 골치 아픈 존재를 다독 거려 가며 선진국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선진경제 진입에는 많은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필수자원인 석유가 부족하고 중국이나 동남아와는 임금 경쟁을 하고 있다.

다행히 눈썰미가 뛰어난 우리나라는 쌓아온 기술력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첨단기술이 앞선 나라가 있지만 가격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문제는 내수부족이다. 성장하는 수출이 국내경기를 활성화 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땅 값과 인건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수출자금이 중국과 동남아로 다시 흘러간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과감한 정책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다.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앞장서야하며 국민들은 여유와 화합, 양보의 미덕을 발휘, 사회를 보다 훈훈하게 이끌어가야 할 때라고 본다.

<배유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