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시 이것이 급하다

고양시민 중에 중국의 치치하얼시와 고양시가 자매결연 도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더구나 치치하얼시에 한강하구와 같은 중요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게다.

얼마전 한강하구 장항습지를 둘러보던 한 시의원에게 치치하얼에 ‘자룽습지’라는 국제적으로 중요습지가 있다고 했더니 수년간 교류를 가졌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할 정도다.

두 도시간 교류가 단편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했다. 국제습지조약에 가입된 람사습지가 있는 치치하얼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없다니 말이다. 앞으로 습지를 통한 교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기에 간략하게나마 생태적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양시에는 한강하구가 있다. 냉전의 산물로 철책이 둘러져 있지만 덕분에 수십년간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 수만마리의 물새들과 수십마리의 고라니가 떼를 지어 다니는 독특한 야생의 공간으로 변했다.

일산신도시와 김포의 부도심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라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특히 장항동과 신평동 사이의 버드나무군락은 독특한 경관과 높은 생물부양능력으로 생물다양성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지난 겨울 100여마리의 재두루미가 월동하고 40여마리의 고라니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큰기러기, 떼까마귀, 흰죽지가 집중적으로 도래해서 큰 무리를 이루었다. 이렇게 찾아오는 새가 해마다 2만마리 이상이면 국제습지보호조약인 람사조약에서 관리사이트로 등록하여 보호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람사습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한강하구는 아직 국내 습지보호지역에도 지정되지 못했다. 군사보호지역이기 때문에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사정이 달라져 이곳도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한강하구는 재두루미의 2대 월동지로서 국제 두루미네트워크의 주요서식장소로 지정만 되어 있을 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들어서야 환경부는 한강하구지역의 보전을 위한 대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고양시는 그 중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치치하얼시는 중국 동북쪽 흑룡강성에 있다. 이곳은 러시아와 접경지역으로 헤이룽강(러시아명 아무르강)의 배후 도시이다. 고양시와 같이 접경지역의 도시라는 측면에서 개발이 제한되어있었던 치치하얼은 일찍이 자룽습지라는 두루미 번식지를 람사습지에 등록시켯다.

오래전부터 두루미 인공부화에 성공해 두루미도시로 더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강하구 장항습지에서 월동한 재두루미들이 자룽습지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의 의견이다.

앞으로 두 도시간 공동조사가 이루어지면 밝혀지겠지만 명백한 것은 자룽습지를 비롯한 북만주에서 번식한 두루미류가 한강하구 장항습지와 철원,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한다는 것이다.

두 도시를 이어주고 있는 외교사절 재두루미를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은 당면한 과제이다. 더불어 공동조사와 습지 교환방문으로 민간외교가 활발해 진다면 두 도시간 관계도 보다 풍요로와 질 것이다.

특히 요즘 시민들 사이에 습지와 물새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민간 습지교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때이다. 습지를 통한 두 도시간의 교류가 국가간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제 평화 공원으로 지정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동욱/한강하구습지보전모임 물깃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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