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고]
[고양신문] 오늘날 대한민국 청소년은 정치적 양극화와 혐오 표현을 너무 가까운 곳에서 접하고 있다. 미디어와 SNS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흑백논리와 혐오 섞인 정치적 표현을 너무 일찍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 지난 6월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광주제일고와 배재고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를 들 수 있다. 이날 배재고 일부 선수들은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한 달여 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등의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을 연상시키면서 지역 비하와 5·18 희화화 논란으로 번졌다. 이 사건은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거나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이 청소년들의 문화와 스포츠 현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과제를 던졌다.
그러나 정치적 양극화를 예방해야 할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라는 법적·제도적 벽에 가로막혀 청소년의 편향된 가치관에 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을 우려해 민감한 정치·사회 현안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는 현실도 있다. 정치적 중립이 자칫 정치적 침묵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토론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지금의 교실에서 지켜지는 것은 공정한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정치적 침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래 정치적 중립의 목적은 특정 이념 강요를 막고 학생들이 균형 잡힌 가치관을 갖도록 돕는 데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 극단적 견해가 오가든 침묵해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교육의 공백은 청소년들을 근거 없는 허위정보와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적 언어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
이제 침묵의 벽을 깨야 한다. 이 극단화의 고리를 끊기 위해 주목할 합의가 있다. 바로 1976년 독일에서 도출된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인 '보이텔스바흐 합의'이다. 이 합의의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이 명확하다.
*첫째, 학생들에게 교사가 원하는 견해를 강압적으로 주입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정치와 학문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셋째, 학생들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또한 특정 학교에서는 시사 토론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교육부 지정 민주시민교육 선도학교(2026년 150개교)를 제외하고는 교사의 재량일 뿐 의무적인 교육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정치·사회적 쟁점을 수업에서 다룰 때 지켜야 할 공통된 원칙이 마련된다면 단순 암기식 교육이 아닌 정치에 참여하고 논쟁하는 ‘참여형 민주주의’를 실습하며 민주주의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몸소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대상 정치 교육은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즉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혐오와 분열 대신,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성숙한 토론을 이어가는 교실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김상무(2019), 「독일의 정치・사회적 쟁점교육 원칙으로서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와 한국 학교교육에 적용가능성 탐색」, 『교육문화연구』, 25(6), 177-197.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교육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