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책 찾아 헤매기 일쑤…사서 확충 시급

▲ 시민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 사진 황영철 기자

80∼90년대의 도서관은 공부방이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공부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고 책을 구입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에게는 거대한 책 창고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도서관이 지역문화의 중심지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 배움을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이 탈바꿈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도서관찾아 헤매기
고양시에 있는 6개의 시립도서관(아람누리도서관, 마두도서관, 백석도서관, 원당도서관, 화정도서관, 행신도서관)들을 살펴보면 고양시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신도시(아람누리, 마두, 백석, 화정)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위치에 있어서도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 원당도서관은 큰 길가가 아닌 골목길에 있어 모르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다른 도서관들은 교통편이 불편하지 않지만, 마두도서관은 암센터 근처, 백석도서관은 일산병원 근처에 있어서 위치적으로 주택가와는 떨어져 있다. 이는 비단 고양시도서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0월 1000여명의 도서관 관계자들이 모여 제주도에서 열렸던 제 44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청주 기적의도서관’ 서일민 발표자는 “공공도서관은 그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므로 위치는 주민들의 접근이 쉬워야 한다”며 도서관 위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도시계획 초기에 편리한 교통과 눈에 띄는 위치에 도서관을 선정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도서관은 한적하고 조용한 위치여야 한다’는 선입견 아래 지어져 접근성에서 문제가 있어왔다는 것이 서씨의 주장이다.

안전성도 고려해야
 

▲ 도서관 이용객들이 유용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사서의 도움이 필요하다. / 사진 황영철 기자
올해 고양시에 만들어진 도서관들을 보면 접근성에 있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아람누리 도서관은 중앙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3곳의 어린이도서관은 아파트와 학교 가까이에 지어졌다. 구도시들이 개발되면서 신도시에 밀집된 도서관 배치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문헌정보사업소 관계자는 덕이동, 삼송동 등 도서관 서비스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은 도시개발과정에서 기부체납 등의 방법을 통해 마을의 중심지에 도서관을 짓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 내년 개관을 준비중인 한뫼도서관은 대로변에 위치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중산에서 도서관을 찾아오려면 6차선 도로를 건너야 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위치적으로는 좋지만 안전성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희 시의원은 중산지역의 주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산과 한뫼도서관을 잇는 구름다리를 만들어 안전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도서관 위치선정에 있어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데 실질적으로 안전성과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 속에서 길을 잃다
일산에 사는 직장인  N씨는 최근 주식투자를 하기로 마음먹고 관련 서적을 찾기 위해 근처 도서관을 찾았다. 하지만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사서에게 도움을 받고자 사서를 찾았지만 대출대의 직원은 자원봉사자였고 담당사서는 휴가중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1시간동안 자료실을 찾아 헤맨 그녀는 그냥 제일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가지고 도서관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책에 대한 도움을 사서를 통해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정보를 사서에게 얻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사서의 인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협회 2006년 연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도서관 1관당 평균 직원수는 11.3명, 사서직원 수는 1관당 4.5명으로 사서 1인당 봉사 대상 인구수는 20780명이다. 이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 권장기준인 2500명당 1인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제 44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도 도서관사서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됐다. 대구대학교 중앙도서관 김지홍 씨는 도서관대회 기간 중 공동논문으로 ‘공공도서관 사서직 공무원 신규채용 현황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늘어나는 도서관 수에 비해 사서의 수는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도서관의 기능별, 주제별 전문사서의 모집 등을 통해 전문사서의 인원을 빠른 시일 내에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도서관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서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도서관법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토록 규정하는 등 사서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대해, 도서관장을 비롯해 사서직이 늘어나면 도서관서비스가 좀 더 능동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과 도서관에서 행정직을 갑자기 줄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서관협회 통계담당 강원영 연구원은 “최근 공공도서관의 관장의 사서직 유무 등과 관련해 도서관 직원 비율에 있어서 사서의 비율이 적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도서관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해야 하기에 행정직이 필요”하다며 “순차적으로 사서직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이 변한다


고양시 도서관이 올해부터 대출권수가 1인당 3권에서 5권으로 늘어났다. 지난 9월부터는 아람누리도서관과 화정도서관에서 대출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2시간 연장했다. 오후 6시까지 도서관을 운영할 경우 직장인들의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것을 고려해 도서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변화였다.

이은진 열람봉사담당자는 “2시간 연장으로 이용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 주변 직장인들이 보다 쉽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계기가 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직원 1인과 자원봉사자 2인이 무보수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정부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고양시 전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서가 도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고양시 공공도서관 사서 10여명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도서관 발전에 대해 연구모임을 가지는 ‘미래를 만드는 도서회’의 움직임도 또 하나의 변화다. 이들은 도서관의 발전방향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도서관 중장기 발전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 고양시 혁신동아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경희 시의원은 “도서관이 바로 서기 위한 열쇠는 사서에 있다”며 도서관 서비스 향상을 위한 사서들의 노력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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