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이야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이야기’
2년간 진행된 유족 99명의 증언

지난주 고양신문으로 도착한 한권의 책. 480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의 표지에는 『멈춘시간 1950』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자는 금정굴인권평화재단 부설 인권평화연구소장인 신기철씨다.

저자 신기철씨가 작년 말 출간한 『전쟁범죄』로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의 전개과정에 대해 정리했다면, 올해 2월 출간한 『멈춘시간 1950 : 못다 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이야기』는 민간인 학살자 유족들을 면담한 기록을 정리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고양신문 『전쟁범죄』 저자 신기철 인터뷰
http://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38211

유족들을 만나기 위해 그는 고양과 김포, 광주, 용인을 비롯해 강원, 충청, 전남의 영암, 순천, 경북의 상주, 경남의 합천지역을 자비를 털어서 다녔다.

『멈춘시간』은 지난 2년 동안 신기철씨가 만났던 99명의 증언을 기초로 한국전쟁 전후 이승만 정권의 고의적 국가 범죄에 의해 희생당한 민간인학살 사건을 시간과 성격에 따라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남편을 잃은 유족들은 65년이 넘는 지금까지 공포와 좌절감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 1950년 고양 금정굴 희생자와 함께 파묻힌 회중시계처럼 멈췄다. 벌써 유명을 달리한 유족들이 있다. 이제 진실을 알 수 ㅇ있는 시간,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표지 사진 해설> -

전국 각지의 희생자들을 다룬 이 책에는 고양시 희생자들의 유족 인터뷰도 실렸다. 희생자 이경렬의 아들 이형진씨(일산리 중산말). 희생자 김형렬의 아들 김기성씨(송포면 덕이리) 등 고양시에만 32명의 희생자들에 대해 각각의 증언자들이 그때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희생자 임윤근의 아들 임동철씨(벽제면 고양리) : 벽제지서에서 어버지께 밥을 주고 오는데 아버지 얼굴에 상처가 나고 손이 퍼랬어요. 어리지만(당시 14세) 그게 굉장히 가슴이 아팠어요. 참 비참했지요.-


저자 신기철

다른 지역의 이야기도 기록돼 있다.

-부여 이창훈 유족 : 이건 무법천지 아닙니까? 경찰들이 후퇴하면서 쏴 죽이고 9·28수복하면서 다 잡아다 쏴 죽여 버리고. 당시 우리처럼 부모 잃고 사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고생하고 사는 거예요. 옛날에 연좌제 했어요. 그런데 지금 경찰서에서 (자료를) 떠들어 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기철씨는 “희생자들에 대한 유가족들의 기억이 멈춘 곳, 그곳에서 시작된 아픔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 저자 신기철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다녔으며 금속노동자로 구로 영등포 등 서울남부지역 노동운동에, 1997년 지역공동체운동으로서 고양지역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 참여했다.

2004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일했다. 지금은 재단법인 금정굴인권평화재단에서 인권평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사건의 진실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 사건의 재발방지,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대, 평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서로 <진실, 국가범죄를 말하다>, <국민은 적이 아니다>, <전쟁범죄> 등이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