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70대 축구회, 대한축구협회장기에서 우승

장장곤씨 부상투혼으로 MVP
전선필씨 77세로 최연장자 

[고양신문] 일흔을 넘긴 어르신들로 구성된 축구단이 고양시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70대 축구단이 같은 연령대와 경합한 전국대회에서 파죽지세로 우승을 한 일이다.

고양시축구협회(회장 조정래) 산하 ‘고양시 70대 축구회’가 제36회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축구대회 황금부(70대 연령대 축구 토너먼트 경기)에서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고양시 70대 축구회는 지난달 23일 홍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황금부 준결선전에서 부산 대표팀에 1대0으로 이긴 여세를 몰아 같은 날 결승전에서 서울관악팀에게 역시 1대0으로 승리했다. 결성된 지 약 10여 년이 흐른 후에야 맛 본 전국대회 우승의 기쁨이었다. 고양시 70대 축구회는 지난해 11월 평택에서 열린, 이 대회 출전자격의 성격을 지닌 ‘경기도 협회장기 대회’에서 우승해 도 대표팀으로 선발된 바 있다. 

 

▲ 일흔을 넘긴 어르신들로 구성된 ‘고양시 70대 축구회’가 지난달 23일 제36회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축구대회에서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축구대회의 황금부 경기 규정상 전·후반 각각 25분씩 경기를 펼치며 선수 교체는 자유롭다. 스타팅 멤버가 교체되어 쉬었다가 다시 뛸 수 있다. 단, 50분 동안 ‘70~74세의 선수 9명, 75~79세의 선수 2명’이라는 황금부 선수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받쳐주지 않은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없다.

고양시 70대 축구회원들이 모두 열심히 뛰었지만 이중에서 주목할 회원들이 있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77세로 최연장자인 전선필씨는 1년 4개월 전에 무릎 연골 수술을 한 몸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장을 누볐다. 전씨는 “비록 무릎 연골 수술을 했지만 관리만 잘 하면 90세까지 공을 찰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전 씨의 오랜 친구인 허석 전 도의원은 “무릎이 안 좋은 친구에게 더 이상 운동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다”며 “그런데 우승을 하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친구에게 두 손 들었다”고 말했다.

고양시 70대 축구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임경규(70세)씨는 서울관악팀과의 시합에서 결승골을 넣은 장본인이다. 임씨는 어깨가 성치 않은 상태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시합의 중요한 고비마다 골을 넣어 팀에 사기를 불어넣었다.

송준근(74세) 감독, 방진광(74세) 회원 함께 사무국장인 이기영(74세)씨는 예선·본선 7경기를 모두 뛰는 체력을 보였다. 70대의 나이가 아니더라도 4월 22일 두 경기, 바로 다음날인 4월 23일 다시 두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기영씨는 체력소모가 큰 중앙 미더필더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부회장인 장장곤(70세)씨는 예선과 본선 동안 고양시 70대 축구회가 성공시킨 20골 중에서 10골을 혼자 넣어 대회 MVP를 차지했다. 장씨의 MVP가 빛나는 것은 부상 투혼 때문이다. 이기영 사무국장은 “탈장으로 수술을 할 상황인데 탈장대를 걸치고 시합을 뛰는 투지를 보인 동생”이라며 “시합을 마치고 바로 수술대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의 말에 따르면, 레프트 윙을 맡고 있는 장장곤씨는 몸이 60kg이 되지 않은 왜소한 체구이지만 회원들 중 가장 날렵하고 돌파력을 갖춘 골 게터다. 결승전 후반 19분경 터진 임경규 회장의 경승골에 결정적 도움을 준 패스 역시 장씨가 했다.    

비록 70대가 되지 않아 준회원에 머물러 있지만 안계복(62세)씨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회원들이 시합을 마치면 식사와 숙소를 준비하고, 시합이나 연습 장소로 회원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교통 관련 업무 등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28명의 고양시 70대 축구회원들은 여타 기관의 도움 없이 회원들의 자비를 털어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은 1주일에 1번씩은 모여 산황동의 한국수자원공사 축구장, 신평동의 원릉친환경사업소 축구장 등을 빌려 축구연습을 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앉으라는 말을 들으면 언짢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축구화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오는 9월 전국대회 규모의 대통령배 축구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우승을 지켜본 이은만 문봉서원장은 “1년에 한 번 열리고 30여 개 팀이 겨룬 전국대회에서 고양의 대표팀이 우승한 것은 기막히게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허석 전 도의원은 “몸이 성치 않은데도 공을 차는 회원들을 보고 처음에는 ‘미친 노인네’라고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을 멋지게 사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팔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사한 인생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부럽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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