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열 ‘존재' 시리즈 사진전, 8월 7일까지 애니꼴

류태열 사진작가의 '존재Existence', 2014 시리즈 중 한 작품

[고양신문] 나무들이 안개에 싸여 있고, 비와 바람을 맞고 눈에 덮여 있다. 어찌 보면 흔히 마주치는 풍경일 수도 있다. 그것이 한 사진작가의 마음과 만나 작품으로 탄생했다. 불교사진작가로 불리는 류태열 작가는 85년에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 전시장에서 만난 류태열 작가

처음에 그는 사진을 잘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다. 점차 누가 봐도 잘 찍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내면 세계를 찾기 시작했다. ‘나만의 길이 어떤 건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흑백 사진에 대해서도 배웠다. 또한 불교 문화와 역사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불교의 언어에 심취됐고 불교사진을 찍었다.

그와 함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자연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성찰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람의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사물을 움직이게 한다. 이때는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폭풍도 몰아치고 나면 사방이 고요하고 잔잔하다. 없지만 그 흔적이 남고 새로운 생기가 생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 사람의 내면도 그렇지 않을까?

많은 사진의 대가들이 사진에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담을 수 있을까를 류 작가에게 물었다.

“경주의 선도산에서 찍은 사진은 4년만에 찍은 거예요. 갈 때마다 상황이 다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힘들어서 수십 번을 갔죠. 그 과정에서 ‘그냥 주시는 게 아니구나’ 생각을 하고 마음을 비우게 됐고, ‘욕심을 가지고 하면 안되는구나’를 느끼게 됐죠. 그런 생각 끝에 마침내 원하는 사진을 얻었을 때는 ‘이제 때가 됐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거의 모든 산 정상에 있는 마애불들을 찍기 위해 그는 산속을 수없이 다녔다. 미국에서 전시했던 ‘갓바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산에 77번 올라갔다. 비오는 날, 눈오는 날, 좋은 날 등 정말 다양했다. 그때도 욕심을 내기보다 ‘오늘 안되면 다음에 또 와서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물질적,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딘가를 가고 기다리고 하는 일은 힘들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자신의 일로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녀오면 늘 행복하다. 사진을 찍고 현상해서 잘 나왔다 싶으면 큰 희열을 느낀다. 그 순간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류태열 사진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주제인 ‘존재(Existence)' 시리즈의 작품에는 모두 나무가 등장한다.

흑과 백, 회색으로 탄생한 그의 작품들은 깊은 맛이 있고 흡사 운치 있는 동양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보통 사람들은 컬러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는 이유 때문에 흑백보다 더 선호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자연과 불교, 흑백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해탈의 경지에 오른 듯 싶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200만 명이나 된다는 이즈음. 그가 사진을 하는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세요. 경쟁자는 어차피 무한대예요. 계속해서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니까 계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계속 쌓아가다보면 서서히 알려질 거예요.”

현재 그는 통도사와 화엄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갓바위 시리즈 등의 사진들로 책도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소승의 수행자들’이라 불리는 500아라한(arhat, 나한)이나 16아라한을 봉안하고 있는데 그는 현재 16나한의 사진을 찍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만간 아주 넓은 장소에서 16나한 사진과 부처님까지 모셔서 전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걱정이라면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불교라는 특정 종교와 관련시켜서 보는 시각이다. 그냥 문화로 보면 좋겠는데 종교적으로 묶어서 보려고 한다. 그가 보여주려는 것은 우리가 살았던 삶과 역사를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표현한 것이다.

류태열 작가의 사진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들.

그는 2008년 대구 비엔날레 출품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포토페스트(FotoFest)’ 초대전에도 다녀왔다. 현재는 대구에서 사진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진 작업도 하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한 한 관람객은 “사진 작품을 봤더니 가슴에 전율이 쫙 오더라” 고 말했고, 또 다른 관객은 “마음이 편하고 평온한 느낌이 든다. 위안을 준다”고 전했다.

전시는 풍동 애니골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 8월 7일(월)까지 계속된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는 불교 사진이 전혀 없다.

작품 전시 공간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을 제공한 김희성 전 영남대 교수(왼쪽)와 함께 한 류태열 작가(오른쪽)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