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①아파트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일산신도시의 탄생
②도시팽창에 못 미치는 주거안정성  
③떠오르는 대안, 사회주택의 국내현황
④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1
⑤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2
⑥일산신도시를 통해본 한국의 주택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우리나라 아파트 정책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아파트 공급과 규제 강화를 통한 가격안정 대책, 그리고 경기부양을 위한 활성화 대책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기에는 각종 가격 안정대책이, 하락 및 침체기에는 경기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에서 대표적인 아파트 공급에 의한 가격안정 정책이 1989년 발표됐다. 바로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이었다. 아파트 공급을 늘려 상승하는 아파트 가격을 하락을 꾀하는 정책이었는데, 과연 이 정책이 효과를 가져왔을까.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는지 25년이 지난 후 현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평가의 기준은 크게 주거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기획 '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이번호에서는 일산신도시의 아파트 역사와 주택정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해본다.

일산신도시,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서 비롯
고양시에 5~6층 정도의 준고층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고양시는 1984년 이전까지 고양시에서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모든 건축물이 고도제한에 걸리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3층 이상의 건축물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양시 최초로 5층 이상 아파트 허가를 얻은 것은 1984년. 당시 주식회사 허스개발(당시 대표이사 허석)이 능곡동에 5층짜리 아파트 허가를 얻어 허스맨션 아파트 255세대(25.7평)를 건축함으로써 고양시는 3층 이상 건축 불허방침에서 풀려 비로소 5층까지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후 1986년에 주택공사가 시행한 5층짜리 원당주공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하게 됐고 1986년에는 고양시 최초로 성사동에 6층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진 리스쇼핑 (당시 대표이사 이은만) 건물이 그것이다.

고양시 최초의 1000세대 이상 대단위 아파트 단지는 1986년 주택공사가 지은 1050세대의 원당지역의 1차 주공아파트였다. 1988년 주택공사가 성사지역에 2차 아파트 건설이 이뤄졌는데 세대수는 1차 때보다 210세대가 많은 1260세대가 건설됐다. 

결정적으로 고양시에 도시팽창을 가져온 것은 6만9000세대, 27만6000명을 수용하는 일산신도시였다. 일산신도시의 탄생은 1980년대말 부동산 가격의 폭등 사태에서부터 비롯된다.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1989년 당시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도시계획안은 초창기부터 고양군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일산신도시 외에도 덕양구의 성사·화정·능곡·행신지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능곡지구에는 1992~1997년 사이 1만6112호가 건설됐고, 성사지구에는 1989~1993년 사이 3949호가 건설됐다. 행신지구는 1990~1995년 사이 1만724호가 건설됐고 화정지구에는 1992~1996년 사이 1만8750호가 건설됐다. 2000년대 들어와서도 풍동지구에 7703호, 덕이지구에 4872호, 식사지구에 약 7800호, 삼송지구에 2만1597호가 들어서게 된다.

고양시의 가구수가 1992년 고양시로 승격되기 직전 약 8만가구였는데 2015년 현재는 그 4배인 32만을 헤아리게 되는 것은 이러한 급격한 대단위 아파트 건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택공급해도 자가점유율 50%대
2016 고양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2월 현재 고양시의 주택수는 32만7970호다. 이중 아파트는 23만3536호(72.1%), 단독주택은 5만9729호(18.2%), 다세대주택은 2만1349호(6.5%), 연립주택은 1만3356호(4.1%)다.

고양시의 주택보급률(총주택수 / 일반 가구수 × 100)은 96.8%다<그래프 참조>. 주택보급률은 주택재고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들의 수에 비하여 얼마나 부족한지 또는 여유가 있는지를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고양시의 2015년 주택보급률 96.8%는 겉보기에는 주택이 그다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어떠할까.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2015년 기준) 국내 전체의 가구수는 약 1911만1000세대인데 국내 전체 주택수는 약 1955만9000호로 주택보급률이 102%로 나타났다. 주택보급률이 100% 넘는 것은 가구수에 비해 주택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준공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주택공급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43만호, 2015년 46만호, 지난해 51만호 등으로 신규주택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은 주거안정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라고 볼 수 없다. 다주택자와 전월세 세입자의 개념을 포함시키기 않기 때문이다. 전월세 등의 임대가 아니라 자기 집에서 직접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점유율(자가점유 가구수 / 총가구수 × 100)은 주거안정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자가점유율은 주택보급률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며, 다주택자와 전월세 세입자의 개념을 포함시키기 때문에 주거안정성을 보여주는 보다 정확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기 점유율은 주택보급률과 주택가격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치가 그대로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계속 50~60%대에 머물렀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2016년 12월 기준 56.8%를 나타냈고 수도권은 49.2%를 나타냈다. 자기 집에 사는 가구가 전체의 반 정도인 약 56.8%라는 것이며, 수도권의 경우 자기 집에 사는 가구가 절반 미만이다. 고양시만의 자가점유율을 정확히 나타내는 통계자료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토지주택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수도권 1기 신도시 도시성 분석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지표개발’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가구 비율은 2000년 28%로 나타났으나, 2005년과 2010년에는 22%로 2000년 대비 감소했다. 수도권의 전세가구 비율은 2000년 36%, 2005년 29%, 2010년 30%을 나타낸 반면 일산신도시는 2000년 34%, 2005년 30% 2010년 29%를 나타냈다. 고양시에 전세가구 비율이 전국평균보다 높고 다른 수도권에 비해서도 그렇게 낮지 않게 나타났다. 

자가점유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주택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주거 안정화를 꽤한다는 주택정책이 공허함을 말해주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주택 공급량을 늘리면 자동적으로 주택보급률이 늘어나게 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음에도 자가점유율이 낮은 것은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사람이 많고 임대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이 투기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는 주택보급률을 높이겠다는 형식적인 목표보다는 자가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