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①아파트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일산신도시의 탄생
②도시팽창에 못 미치는 주거안정성 
③떠오르는 대안, 사회주택의 국내현황
④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1
⑤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2
⑥일산신도시를 통해본 한국의 주택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고양신문] 정부는 치솟는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렇지만 지난 20년간 아파트수가 4배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내 집 없는 사람은 여전히 절반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문제를 시장에만 맡긴 결과다. 현대적 고밀도 아파트가 최초로 지어진 1964년대 이후 아파트가 주거 수단으로보다 투자의 수단으로 고착화되어 왔던 것이다. 주택문제를 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서민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대안 모델로 떠오르는 ‘사회주택’이 조명받고 있다. 주택문제를 시장논리로 바라보기보다 복지라는 차원으로 바라볼 때, 사회주택은 고착화된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사회주택의 현황과 의미를 알아본다.

----------

사회주택은 정의하는 주체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서울시 조례에 명시된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사회적 경제 주체’는 대체로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말한다.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가 정의하는 사회주택은 ‘호혜성에 기초해 공공의 지원을 바탕으로 주거선택권을 확장하는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회주택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주택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민간이 공급한다는 점이다.

비영리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이 공급
사회주택 건설이 가장 활발한 서울시는 2015년 1월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조례’를 공포해 시행한 이후, 이듬해 조례를 개정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사회주택 건설에 참여를 허용했다. 이후 중간지원조직으로 지난해 6월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직전인 지난해 5월에는 사회주택 공급주체, 관련 시민단체 등 51곳이 회원으로 참여한 한국사회주택협회를 설립했다.

서울시의 사회주택 유형은 3가지다.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방 3개 이상)을 리모델링하는 ‘빈집 리모델링 사회주택’ ▲고시원·숙박시설·업무시설 등 노후된 비주거용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준주택 리모델링 사회주택’ ▲100평 기준 감정평가액 16억원 이하 토지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하고, 민간이 신축·리모델링해 운영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다.

사회주택 입주자는 시세 80% 이하의 저렴한 임대료로 6∼10년의 거주 기간을 보장받는다. 리모델링 사회주택은 규모와 의무임대기간에 따라 건물 리모델링 비용의 50∼80% 이내에서 시 예산이 보조된다. 사회주택의 공급대상은 가구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1인가구 월소득 350만원 이하, 2인가구 월소득 440만원 이하)의 계층과 장애인, 고령자 등의 주거약자 등이다. 사회주택의 공급주체는 주거관련 사업을 시행하는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다. 입주자 입장에서 사회주택의 장점은 임대료부담이 적고 집주인과 갈등 없이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7년 5월 현재 서울시에서는 녹색친구들, 두꺼비하우징, 완두콩주택협동조합, 드로우주택협동조합 등 11개 공급주체가 447호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순수민간에 의한 사회주택까지 모두 합하면 전국의 사회주택수는 2762호에 이른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지어지는 주택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의 의미를 크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공급·운용하는 주택이라는 점 ▲도시재생의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 2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상호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우리사회에서 점차 활성화되면서 전문성과 자본이 필요한 주택건설에 이제는 민간이 참여할 수 있게됐다. 최경호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은 “과거에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있거나 회사를 운영하지 않으면 힘들었는데 2007년부터 사회적기업 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사람들이 모여서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용이해졌다”며 “이런 흐름에서 2016년 12월 현재 주택관련 협동조합이 서울에는 60개, 전국에는 120개 정도가 설립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 개발 택지가 고갈되고 아파트 위주의 도시가 포화상태가 되는가하면 1인가구의 증가도 사회주택을 도시재생의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수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은 1~2인 가구에 초점을 둔 사회주택의 전망을 밝게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1인 가구는 520만3440가구로 전체 가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2%에 이른다.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은 2인·3인·4인·4인 이상 가구수에 비해 높다.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이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59-12번지에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건설했다. 건물 하나에 전용 15.39㎡의 원룸, 전용 30.83㎡의 투룸, 전용 37.42㎡의 복층형 등 3가지 형태로 11가구가 마련됐다. 1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입주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만들기 전의 집(위)과 사회주택이 완성된 후의 집(아래) 비교.

현재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시흥시 등에서도 보이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사회주택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사회주택 확대를 위해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주택사업자와 주택을 구입 또는 임차하고자 하는 수요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약 80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을 사회주택 저변 확대를 위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최경호 센터장은 “주택도시기금법에 기금을 사회주택을 위해 쓰여질 수 있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 사회주택에 기금을 활용할 수 없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공급주체 틀 갖춘 사회주택, 전망 밝다”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최경호 센터장

서울시는 사회주택 공급을 확산해 시민에게 안정적이고 부담 가능한 주거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회주택 관련 첫 중간지원조직인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가 관련 조례에 따라 지난해 6월 개소했다. 사회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안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업신청 방법부터 입주 정보까지 실질적인 상담을 하는 곳이다. 유럽에서도 사회주택이 가장 활성화된 네덜란드에서 사회주택을 공부한 이후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로 부임한 최경호<사진> 센터장을 만났다.

-유럽에서도 사회주택이 가장 발전한 곳이 네덜란드다. 그 이유는.
도시화가 되던 시기에 나타난 위생문제, 주택난 문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시민사회는 합의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도시화 문제 중의 하나인 주택난 문제를 정부의 힘보다 시민사회의 협력모델에 의존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사회주택이 시장의 자율성을 교란한다는 목소리는 없나.
60~70년대 유럽에서는 주택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가치재(가치에 비해 적게 소비되기 때문에 정부가 권장하고 공급하는 재화)로 보자는 시각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주택 역시 교육이나 의료처럼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길 수 없다는 시각이 강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에게 사회주택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이라는 지침을 보내고 있다. 아무래도 시장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힘이 유럽 전반에 걸쳐 강해졌기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유럽의 사회주택은 과거에 비해 위축되는 경향은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주택문제를 시장경제의 효율성보다 사회통합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사회주택 외에 유럽에서 발달한 주거복지 차원의 제도가 있나.
저소득층 주거비 경감 차원에서 주거보조비 제도가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 많은 유럽국가에서 사회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주거보조비 제도를 둬 소득,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월세의 일정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주택 확산에 대해 어떠한 전망을 하고 있나.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사회주택 공급주체가 틀을 갖췄다는 점이다. 대부분 서울에 있기는 하지만 사회주택협회 회원사가 51개나 이미 구축되어 있다. 51개의 회원사들은 사회주택을 확산시키기 위한 자체 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둘째는 서울, 경기도, 전주 등 각 지자체는 비록 시행착오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사회주택을 서민주거대책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단위 아파트 단지보다 이제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소규모, 맞춤형 주거형태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셋째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수 있다. 일반시장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아파트 외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비자의식의 흐름에 비춰보았을 때 사회주택이 환영받을 수 있다.

-사회주택이 확산되는 데 있어 걸림돌은 무엇이라 보는가.
지어 놓은 집에 물리적 하자가 발생하거나 짓는 과정에 사업자가 부도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쉐어하우스 형태의 사회주택일 경우, 공동체가 중시되는데 이 때 갈등문제가 없을 수 없다. 또한 부동산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어 집을 가진 사람이 큰 이익을 남긴다면 사회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