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종합
"기계가 아닌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인터뷰> 오현암 전국집배노동조합 집배국장
  • 방재현 인턴기자
  • 승인 2019.08.26 11:04
  • 호수 1433
  • 댓글 3

[고양신문] 집배원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예산결산소위원장인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집배원 1000명 증원에 따른 인건비, 연금부담금 등에 379억5200만원을 증액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거쳐 무사히 통과되는 듯했으나, 집배원들의 기대와 달리 마지막 관문인 소소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이 증발하고 말았다.

소소위원회는 여야 3당 간사들만 참여해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예산 규모와 항목을 확정 짓는 등 최종 마무리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예산조정소위원회와 달리 공식 협의체가 아니므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데다 속기록도 남지 않아 밀실합의, 쪽지예산 등과 같은 비판이 계속돼 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집배원들은 예산증액과 인력충원이 업무를 이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돼버렸다고 얘기한다. 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현암 전국집배노조 집배국장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인터뷰> 오현암 전국집배노동조합 집배국장

전국집배노조 오현암 집배국장이 업무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얼마 전 총파업을 철회하고 노사가 합의를 진행했다.

지난 7월 조합원들은 제1노조인 우정노조가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선포까지 이어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쟁의조정이 여러 차례 연기돼 역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교섭권을 가진 우정노조에서 전체 조합원 투표결과를 무시하고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대의원대회에서 우정노조 위원장과 지도부는 자신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서 힘을 실어달라고 얘기했고, 이후 총파업을 찬성했던 93%의 조합원과 대의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합의를 진행해버렸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투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번 협상이 졸속합의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주52시간제가 근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인력이 증원된 상태로 주52시간을 맞춰야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고 현재 부족한 인원들을 중심으로 주52시간을 맞추려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배송업무를 끝내고 들어오면 다음 날에 나가야 할 우편물을 구분하는데 주52시간에 가까워 오면 일을 끝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배원들을 강제로 퇴근시켜 버린다. 이것은 다음 날 업무에 가중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집배원들의 심리적 압박과 노동 강도를 더욱 가중하고 있다.

- 집배들의 고용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보통은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상시집배원으로 근무하다가 1년에 한 번 정도 시험을 통해 공무원 신분인 정규집배원으로 채용된다. 요즘 근로감독에 대한 문제가 있어 고용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현행법상 국가공무원법을 적용받는 공무원은 근로감독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정사업본부 집배인력의 30% 이상이 비공무원·위탁택배원 신분이기 때문에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된다. 여기서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공무원 신분인 집배원이 더 많다는 이유로 근로감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우정사업본부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는 우정사업본부를 특별회계로 두고, 이익이 발생할 경우엔 일반회계로 전출해갔다.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수익의 일정 부분이 다시 정부 재정을 채우는 데 쓰인 것이다. 이렇게 다시 정부로 들어간 돈이 2조8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00억원 정도만 집배원 충원에 쓰였어도 동료들의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재정이 어렵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문제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큰 짐을 짊어지는 것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란 것이다.

- 개선이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집배원들에게 업무부하량을 마치 성과표처럼 내리기 시작하면서 정말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배송하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우편, 등기, 택비 등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수치화시켜 부하량으로 내리는 것은 우리를 사람이 아닌 기계로 본다는 뜻이다. 또한 근무시간이 많이 나오는 우체국은 지방우정청으로부터 특별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자신의 실적관리를 위해서라도 강제적으로 퇴근시킨다. 우정사업본부와 지방우정청에서 정당하게 일한 시간은 초과근무로 인정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현장에선 아직도 이 지침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편이다. 개선돼야 할 것들이 정말 많지만 굳이 꼽자면 '집배인력 증원'과 '업무부하량 철회'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따듯한 인사와 함께 건네주신 냉수 덕분에 이번 여름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담당해야 할 세대수가 늘었지만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있다. 물품을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시민들께서 편히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파업이 무산되면서 집배원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집배원 당사자로서 동료들과 노동권익 향상을 위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해 지지하거나 걱정해주신 모든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지난 7월 노·사가 합의했던 7가지 내용을 요약하면 ▲집배인력 750명 배정 ▲농어촌 집배원 주5일 근무체계 구축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운영(‘20.1.1. 시행) ▲경인지역 신도시 등에 직종 전환 등을 통한 부족한 집배인력 확충 ▲노사가 함께 노력하여 어려운 재정상황 타개 ▲우체국예금특별회계 이익 잉여금의 일반회계 전출을 한시적으로 중단 ▲집배원의 업무경감 위한 소포사업 내실화 및 제도개선 (가. 고중량 택배의 매출은 영업목표와 실적평가에서 제외 나. ’19.7.1. 방문접수 요금인상 시행, ‘19.7월에 고중량 소포 요금인상 방안 마련 다. 집배업무 경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그 외 직원 업무 경감과 처우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 마련 및 노사 공동노력 등이다.

 

방재현 인턴기자  webmaster@mygoyang.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
전체보기
  • 부산 2019-08-26 23:36:09

    조합원은 죽어가는데
    노조 간부들은 격려 인사나
    다니고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들해
    그래야 우정노조원들
    집배노조로 다 넘어가지
    잘하고 있어   삭제

    • 일산 2019-08-26 22:27:00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하루가 밀리면 내가 배달해야할 등기.택배는
      쌓여만 간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저 기계처럼 배달만 한다.   삭제

      • 일빠댓글 2019-08-26 14:33:20

        총파업을 하는게 정답이었는데 안타깝다.
        19.8.26
        오늘도 한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사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책상앞에 앉아 손가락,입으로만 일하는
        사람들이 뭘 알겠나싶다.
        어느 직군이든 현장직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이건 컴퓨터 게임도 아니고 책상에서 조종하면
        움직이는 집배원은 게임속 캐릭터같다.
        죽던 말던 어차피 캐릭터는 많으니까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