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고양 대덕생태공원

고양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한강둔치
가지에는 연둣빛 새 잎, 땅위에는 소박한 들꽃
봄햇살 강바람 맞으며 느긋한 한나절 나들이

 

[고양신문] 고양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은 어디일까. 기자에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대덕생태공원을 꼽고 싶다. 고양시 경계의 가장 남쪽 땅이라는 지도상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강바람이 있고, 막힘없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의 느긋함이 있고, 무엇보다도 강변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 가지마다 피어나는, 일 년 중 가장 화사한 연둣빛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덕생태공원에서는 한강물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러 곳이다.

한강 하구의 풍성한 생태계

대덕생태공원의 범위는 위쪽으로 가양대교 하단부터 시작해 아래로는 창릉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방화대교 하단까지의 한강둔치를 말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고양시 대덕동, 현천동과 인접한 3.8km 구간이다. 이곳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여백의 땅이었다. 서울의 한강둔치마다 공원과 운동장, 수영장, 캠핑장 등이 조성됐지만, 고양시 구간이 시작되는 곳부터는 개발의 손길이 차마 미치지 않았다. 명칭도 서울지역의 지명을 빌려 고양난지생태공원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서울 한강공원과 행주나루를 잇는 자전거길이 조성되며 라이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가 됐고, 몇 해 전 비로소 고양시가 ‘대덕생태공원’이라는 고유한 이름을 붙이고 산책로와 생태관찰데크 등을 조성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됐다. 선버들과 갯버들 등 물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숲과 갈대 군락, 들꽃이 무성한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온전히 보전됐다.

지형적으로는 서해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아 하루에 두 번 물이 들고 나는 기수역(汽水域) 상부지역으로 샛강과 물골을 따라 말똥게를 비롯한 강 하구 생물들이 가득하고, 수변에는 창포, 마름, 줄과 같은 물풀이 풍성하다. 한강을 따라 올라온 물고기들과 고라니, 철새들도 이곳을 보금자리 삼고 있다.

한강을 배경으로 서 있는 수양버드나무.

소박하게 조성된 산책로와 관찰데크

대덕생태공원 나들이는 출발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두 개의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종로구운동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상류구간 A코스를 둘러볼 수도 있고, 대덕생태공원 주차장을 이용해 하류구간 B코스를 돌아볼 수도 있다. 물론 여유롭게 가양대교부터 방화대교 하단까지 전체 구간을 한 바퀴 돌아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공원의 상류에는 드넓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용치탐조대가, 하류 끄트머리에는 창릉천 합류구간의 경관과 철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행호탐조대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탐조대가 아니더라도 강변의 풍경을 접할 수 있는 포인트는 산책로를 따라 곳곳이다. 동글동글한 자갈밭이 펼쳐진 곳이 있는가 하면 새하얀 모래톱도 만날 수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질퍽한 진흙뻘이 운동화 바닥에 들러붙기도 하며 강 하구의 다채로운 지질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생태관찰데크 진입구간 중 하나인 말똥게다리 표지판.

아직은 물풀들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샛강을 따라 잘 조성된 생태관찰데크를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찰데크에는 자전거가 들어올 수 없어 보다 느긋한 휴식을 보장한다. 물망초 군락지 근처에는 물망초다리, 물고기들이 산란하는 물골 근처에는 잉어다리, 말똥게가 가장 많이 사는 샛강에는 말똥게다리 등 재미있는 이름들을 붙여 놨다. 인근 장항습지가 출입이 제한된 비밀의 정원이라면, 이곳 대덕생태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연 학습장이자 놀이터다.

대덕생태공원 봄나들이의 포인트는 연둣빛이 가득한 버드나무숲 구경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버드나무는 크기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늘어뜨린 긴 가지가 바람결에 머리를 감은 듯 찰랑거리는 수양버들이 있는가 하면, 키가 작고 가지가 짱짱한 갯버들, 선버들도 있다.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가지마다 터지는 봄빛은 하나같이 화사하다. ‘봄날은 연둣빛 물감을 흩뿌리며 온다’는 어느 시인의 감탄사가 이곳만큼 실감나는 곳이 또 있을까.

지면에는 작은 풀꽃들이 경쟁하듯 만개했다. 흰색과 연노랑, 연분홍, 연보라…. 크기도 색깔도 작고 소박한 꽃들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예쁘고 정겹다. 잉어다리 근처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채취하고 있다. 이맘때가 가장 부드럽고 향기롭다는 물쑥이란다. 연초록색 봄나물 향이 물씬하다.

물골 위에 조성된 생태관찰데크.

다양성 높은 생태공원 변신 기대

최근 대덕생태공원과 관련해 관심이 가는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 이재준 고양시장이 대덕생태공원을 방문해 “고양시 ‘미래의 땅’인 한강 둔치에 대한 고양시민의 권리회복과 친수 공간 확대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근린 친수지역으로 지정돼 다양한 용도의 정비가 가능했던 서울 한강공원과는 달리, 대덕생태공원의 많은 부분은 보전지역으로 묶여 있는 탓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발이 제한돼 온 것에 대한 적극적 개선 요구인 셈이다.

손을 댈 것인가, 보전할 것인가의 문제는 늘 깊은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무조건적인 보전이 생태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손댈 수 없는 보전지역은 오히려 훼손과 방치의 사각지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양의 대표적인 시민생태모니터링 단체인 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 역시 “시가 생태전문가와 함께 설계를 잘 해 생물 다양성이 월등히 높은 생태교육의 장으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장항습지라는 천혜의 보고를 이웃에 둔, 한강 하구의 자연과 생태를 가장 풍요롭게 품어내는 땅으로 다시 태어날 대덕생태공원의 미래를 함께 꿈꿔보자.

대덕생태공원 지면을 덮은 소박한 풀꽃.

 

멀리 방화대교가 어슴푸레 보인다.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대덕생태공원에서는 연둣빛 향연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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