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구석 한뫼풍물단 대표 / 김수정 진밭두레보존회장
고양시 향토문화재 ‘진밭두레농악’ 공연으로
정발초 풍물반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 대상
전국적 전통문화 콘텐츠 발돋움 계기 마련
[고양신문] ‘경축! 제13회 경기도 청소년민속예술제 "진밭두레농악" 대상 수상’
고봉산 동북 기슭에 자리한 전통마을인 진밭마을(일산동구 성석동) 마을회관 앞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에 고양시 대표로 참가한 정발초등학교 풍물반이 진밭두레농악 공연으로 1등을 거머쥔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다.
진밭두레보존회와 고양문화원의 수고가 더해져 얻어낸 정발초 풍물반의 수상 소식은 고양시민 모두가 함께 축하해야 할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고의 자리에 오른 때문만이 아니라, 고양 땅에 전해오는 향토문화를 내일의 주인공들이 이어받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24년째 정발초 풍물반을 지도하고 있는 장구석 한뫼풍물단 대표와 김수정 성석농악 진밭두레보존회장을 함께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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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익히는 아이들 모습 대견하죠”
[인터뷰] 장구석 한뫼풍물단 대표
25년째 정발초 풍물반 지도
세대 잇는 전통문화 가교 역할
▮ 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정발초 풍물반을 소개해 달라.
25년 전 창단한 이후 각종 경연대회에서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며 고양시를 대표하는 초등학교 풍물반으로 자리매김했다. 반원이 50여 명이라 다른 단체에서 무척 부러워한다. 풍물반을 졸업한 후 예술학교나 국악학교에 진학하는 친구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전통의 가락을 익혀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대견하고 보람차다.
▮ 이번 대회에 진밭두레농악으로 참가했는데.
그동안 정발초 풍물반은 주로 연희풍물을 했다. 그러다가 제가 진밭두레농악패의 지도선생으로 초빙되면서 이왕이면 정발초 아이들에게도 우리 고장의 전통을 계승해주면 좋을 것 같아 진밭두레 가락을 가르쳤는데, 그 레퍼토리로 이번 대회에서 대상까지 수상을 해 모두가 함께 기쁨을 나눴다. 2022년에는 경기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나가게 되는데, 내년부터 잘 준비하려고 한다.
▮ 본인 소개를 해 달라.
전국초중고농악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후 풍물농악의 한길을 걷고 있다. 민속촌과 서울랜드 공연단, 김덕수 사물놀이패, 경기도립농악단을 차례로 거쳤고, 25년 전 고양시민이 된 이후 한뫼풍물단을 이끌며 농악을 전수하고 있다. 일산신도시에 초기 입주민이기도 하다.
▮ 정발초의 진밭두레농악 공연이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모임과 연습에 지장이 있었지만, 마스크 쓰고 소규모 단위로 연습을 열심히 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풍물과 소리의 완성도가 높고, 무엇보다도 진밭두레농악이 갖고 있는 풍부한 스토리를 공연 내용에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 전문가로서 진밭두레농악의 특징을 짚는다면.
진밭두레의 가락은 단순하면서도 경쾌하다. 하지만 농사놀이16마당, 고사덕담, 지경다지기 상여놀이 등 이야기가 매우 풍부하다. 또한 농사놀이에 군사놀이의 대형과 진법 등이 녹아들어있다. 과거 병농일치사회의 흔적을 보여주는 귀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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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두레가락이 이어지겠구나... 희망을 보았습니다”
[인터뷰] 김수정 성석농악 진밭두레보존회장
100년 역사 진밭두레농악 중흥 앞장
고양 넘어 전국적 전통문화 콘텐츠 희망
▮ 정발초 풍물반이 진밭두레농악으로 대상을 받았다.
청소년 풍물반이 진밭두레농악을 공연한 게 처음인데, 덜컥 큰 상을 받아버렸다. 진밭두레보존회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단원들이 고령화되며 대가 끊길까봐 걱정하는 게 모든 농악대의 고민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구석 선생님 덕분에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진밭두레농악을 익히게 됐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진밭두레농악이 새로운 세대에게 전승되며, 고양을 대표하는 향토문화재로서의 명성을 탄탄히 이어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 진밭두레농악을 소개해 달라.
진밭마을 벌판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져오던 소리와 가락이다. 전국 두레패 중 유일하게 농기 꼭대기에 태극기를 달고 있는데, 100년 전 기미3·1만세운동을 계기로 두레패를 다시 결성한 후 전통을 이어왔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도민속예술제에 고양시 대표로 참가해 3차례 우수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꾸준한 성과를 쌓아왔고, 2005년 고양시 향토문화재 42호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진밭두레 재창설 100주년 기념 공연을 성황리에 열기도 했다.
▮ 최근 몇 해 여러 상황으로 공연 무대가 축소돼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정월대보름날 달맞이행사가 진밭두레패의 가장 큰 잔치인데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벌써 4년째 행사를 열지 못하고 있다. 아쉽지만 다양한 발표 무대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 장구석 대표가 지도를 맡은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진밭두레패는 매 주 화요일 저녁에 마을회관 지하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생님으로부터 탄탄히 교육을 받으니 배우는 재미가 있고, 어느새 소리가 확실히 달라졌다. 자연스레 새로운 멤버도 늘고 있다. 특히 정발초 풍물반 아이들 몇 명도 마을회관을 찾아와 함께 연습을 하니 아주 흐뭇하다.
▮ 앞으로의 바람을 말해 달라.
어른들과 아이들, 청소년들이 함께하게 된 것을 계기 삼아 진밭두레농악을 고양시를 넘어 전국적인 전통문화 콘텐츠로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우선은 고양시의 역량을 모은 연합팀을 만들어 경기도민속예술제에 진밭두레농악 콘텐츠로 출전하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반드시 대상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회원들의 열정과 자발적 참여만으로 전통문화를 전승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고양시에서도 지금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고 확대된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