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시민 서포터즈 축제
가을빛 가득한 북한산 봉우리 바라보며
서명운동 응원메시지 축하공연 이어져
‘유현준 토크콘서트’ 뜨거운 관심 속 진행
[고양신문] 경기도와 고양시의 소중한 역사 유산인 북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응원하는 시민서포터즈 축제가 지난달 31일 ‘북한산성 세계유산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렸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기도와 고양시, 고양신문이 후원한 이날 축제에는 고양시민은 물론 서울과 남양주, 부천 등 타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도 자리를 함께 하며 북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한 목소리로 기원했다.
행사가 열린 ‘북한산 플레이’는 북한산 둘레길과 계곡이 교차하는, 북한산 자락 바로 아래 자리한 카페다. 참가자들은 가을이 물들어가는 북한산의 멋진 봉우리들을 올려다보며 넓은 야외 공간에서 진행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한쪽에서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서명운동과 응원 메시지 콘테스트가 진행됐고,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산성 알리기에 힘을 보태고픈 이들은 시민 서포터즈 가입신청서를 흔쾌히 작성했다. 축하 무대에선 천재 기타리스트 이강호의 멋진 공연이 펼쳐져 청중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서포터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유현준 홍익대교수를 초청해 진행한 토크콘서트였다. 방송과 강연, 저술활동으로 다양한 팬덤을 만들고 있는 유현준 교수는 깊이 있는 지성과 유려한 말솜씨로 청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북한산성과 고양시의 공간적 특징을 자신만의 안목으로 분석한 후, 북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와 고양시의 미래를 위한 흥미진진한 제안을 들려주기도 했다.
주최측은 “오늘 축제는 북한산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세계유산 등재의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향후 시민학교와 포럼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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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
[유현준 건축가 토크콘서트]
고양시 장점 ‘평평하다는 것’
퍼스널 모빌리티에 가장 적합
▮북한산을 대도시에 붙은 세계 최고의 명산이라고들 말한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거대도시 옆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는 곳이 없다. 더 놀라운 건 산 코앞까지 지하철이 닿는다는 거다. 직접 찾는 이들은 물론, 서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멋진 경치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산성의 특징이라면.
산성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도시국가가 발달한 유럽은 도시성곽이 많다. 이웃도시끼리의 전쟁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국제 전쟁이 열리면 산성으로 피신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대개 산의 지형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방어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지형을 이용해 최소한의 높이로 쌓고, 중간 중간 아치 형태의 성문을 만들었다.
▮몇 해 전 호수공원 재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정발산에서 호수공원을 녹지와 스트리트형 상가가가 어우러지는,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하자는 의견을 냈다. 일산 도시설계의 아쉬운 점은 녹지가 자동차 도로 중심으로 단절됐다는 점이다. 바라만 보는 녹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접근하고 이동하는 녹지축을 만들어야 한다. 호수공원을 더 안전한 공원 만들려면, 야간에도 주변에 불이 켜져 있고 바라보는 눈이 많은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 10만평에 이르는 CJ라이브시티의 마스터플랜 설계를 했다.
핵심 시설은 아무래도 2만명을 수용하는 공연장인 CJ아레나다. 세계 톱 클래스 규모로 만들어야 U2 같은 월드클래스 아티스트가 온다. 아티스트나 공연기획자 입장에서도 일산은 인천공항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일본, 중국 관객이 다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레나는 기둥 중심에 처마가 나온 한국적 건축을 모티프로 한다. 처마 아래로는 화려한 영상을 틀어 단청의 느낌을 연출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적 랜드마크가 목표다.
▮고양시가 가진 기회는 무엇인가.
고양시의 가장 큰 기회는 도시가 평평하기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 시스템(개인용 이동수단)을 만들기에 최적이라는 점이다. 교통량을 줄이면 차선이 줄어들고, 점점 녹지를 늘릴 수 있다. 고양시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교통체계를 만들면, 전국의 퍼스널 모빌리티 벤처기업이 다 여기로 모일 것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농지와 녹지는 더 잘 보존하고, 대신 이미 개발된 도심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농경지와 도시의 경계에는 새로운 농업기술이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시설들이 들어서면 좋겠다. 아파트의 구조와 형태도 완전히 업그레이드되면 좋겠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하이테크적이면서도 목가적인 도시를 함께 상상해보자.
▮건축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100명의 건축가가 있다면 디자인철학도 100가지다.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려면 일상 속에서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다시 배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건축가는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이다.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건축가의 일상이다. 그래서 문과, 이과, 예체능의 특징을 모두 지녀야 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제 3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가 화목해진다.
▮건축을 감상하는 안목을 가지려면.
일단 제가 쓴 책 읽으셔야 한다(웃음). 궁극적으로 건물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그 건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건축가는 인문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조각은 물건 자체 의미를 갖지만, 건축물은 사용할 때 의미가 완성된다.
▮정책 결정권자가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건축법규를 없앨 것 같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로마, 피렌체를 가보면 건축 스타일이 다 제각각이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로컬 법률에 따라 근대 건축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법규가 너무 강해서 획일적인 건물들만 나온다. 창의적인 건축물을 만나려면 법규를 줄여야 한다. 또한 그렇고 그런 건축물의 시대를 끝나려면 새로운 재료와 기술이 나와야 한다. 남들이 안 쓰는 재료를 사용하면 다른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친환경적이면서도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