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 작업자 ‘발목절단’ 참사
작년 7월 이후 4번째 지뢰 출현
람사르낭보 직후라 충격 더 커
한강하구 전역이 ‘지뢰 위험지역’
출입 전면 중단, 근본대책 절실
[고양신문]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인 장항습지에서 4일 오전 지뢰가 폭발해 환경정화작업을 하던 50대 고양시민 김모씨가 큰 부상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자는 급히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져 당일 오후 큰 수술을 받았지만, 정강이 아랫부분이 상실되는 안타까운 상해를 입었다.
사고가 발생한 장항습지 일대는 과거 군부대가 관리해온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지만, 2018년 군이 철수하며 현재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제거작업과 모니터링 등 장항습지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주로 고양시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환경청으로부터 출입허가를 얻어 진행해왔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김모씨 역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고양지부 소속으로 장항습지에서 오랫동안 생태교란종 제거와 부유쓰레기 수거작업을 진행해왔다.
안타깝게도 고양시 한강구간에서 지뢰가 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김포대교 하단에서 낚시를 하러 강변을 찾은 시민이 지뢰폭발로 큰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자 고양시는 민간기관에 의뢰해 일부 구간에서 지뢰탐지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M14 대인지뢰 2개가 추가로 발견돼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습지관리를 위한 제한적 출입이 조심스럽게 재개됐는데, 이번에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항습지가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달 말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는 낭보를 받아든 직후에 사고가 터져 고양시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장항습지 생태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사고의 당사자가 바로 나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사고 이후 고양시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우선적 노력 ▲고양시 관할 한강하구 전역에 대한 폭발물 탐색 군부대에 요청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전 구간출입 차단 ▲국방부 및 한강유역환경청과 안전대책 적극 협의 등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민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폭발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고, 한강하구 습지의 복잡한 구조와 지형, 크기가 작고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M14 지뢰의 특징 등을 고려할 때 한강하구 전역에 대한 실효적인 지뢰탐지 작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군당국과 한강유역환경청, 그리고 고양시가 머리를 맞대고 신뢰할 수 있는 시민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은 “군은 지뢰제거를 완료하지 않은 채 관할권을 고양시로 이관했고, 고양시는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지역의 관광벨트 개발에만 치중해왔다”면서 “고양시장은 군, 중앙정부,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장기적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적했다.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역시 16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성명서를 통해 “군사적 효용이 사라진 지뢰로 인한 사고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지뢰문제와 관련해 지역 정부와 민간단체를 포함하는 범정부 대책기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하단 관련기사에 상세 분석기사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