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장항습지 지뢰폭발 원인과 대책

공익 활동가 치명적 상해 “안타까워…” 
군-환경부-고양시, 함께 대책 모색해야
위협적 M14 발목지뢰, 전방에서 유실
강물-바닷물 만나는 한강하구에 퇴적

60년대 대량 매설, 막대한 민간인 피해 
플라스틱 재질이라 금속탐지기 ‘무용지물’
군사 목적 상실 지뢰 “이제는 퇴출해야” 

4일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 부상자가 구급대원에 의해 긴급 이송되고 있다.
4일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 부상자가 구급대원에 의해 긴급 이송되고 있다.

[고양신문]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커다란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장항습지에서 진행돼 온 여러 사업과 활동이 전면 중단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본적인 관리대책이 새롭게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반복돼온 지뢰사고의 원인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 군당국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이번 기회에 명쾌히 정리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장항습지를 포함하는 한강하구 구간에서의 지뢰탐지는 어떤 방식이 실효적인지, 지뢰탐지작업의 시기와 주기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보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전방지역에 집중 매설된 어마어마한 양의 지뢰들을 원천 제거하는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본격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뢰폭발 사고와 관련한 궁금증과 고민들을 ‘Q&A’로 정리했다. 

지난 7월 이후 고양시에서는 총 4차례 지뢰폭발사고와 발견이 이어졌다. 1차 사고는 지난해 7월. 2차와 3차 발견은 지난해 9월, 그리고 지난 4일 4차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시민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고양시에서는 총 4차례 지뢰폭발사고와 발견이 이어졌다. 1차 사고는 지난해 7월. 2차와 3차 발견은 지난해 9월, 그리고 지난 4일 4차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시민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Q. 장항습지는 누가 관리하고 있고, 누가 출입하나.

장항습지는 자유로와 법면 하단을 따라 이어진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현재 한강유역환경청 소속의 관리인 2명이 장항습지방문자센터에서 근무하며 출입자관리를 하고 있다. 고양시민들은 사전 출입 허가절차를 거쳐 환경정화 및 생태교란종 제거, 생태모니터링, 생태탐방과 환경교육 등의 사업과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왔다, 또한 경작 허가를 받은 농민과 행주어촌계 어민들도 출입을 하고 있다.     

Q.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누구인가.

지뢰폭발로 안타까운 상해를 입은 김모씨는 단순 작업자가 아니라, 장항습지의 환경보전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소속 조합원이며, 민족문제연구소 고양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한 지역 활동가다. 김모씨의 사고에 대해 고양의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공익을 위해 일하다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Q.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상식적으로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군사무기인 지뢰에 의해 민간인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으니, 국가와 군당국이 1차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현재 장항습지의 공식 관리책임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가 사후 대책 모색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고양시 또한 시가 진행한 환경정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양시민이 상해를 입은 사실에 대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장항습지 관리와 활용의 한 축인 시민사회 역시 국가와 군당국, 지자체가 책임소재를 서로 떠넘기는지를 감시하는 동시에, 합리적이고 안전한 사후 대책을 모색하는 일에 역량을 보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 탐지된 M14 대인지뢰의 발견 현장 모습.
지난해 9월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 탐지된 M14 대인지뢰의 발견 현장 모습.

Q. 사고를 일으킨 지뢰의 종류는. 

이른바 발목지뢰라고 불리는 ‘M14 대인지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군에 의해 생산된 이 지뢰는 ‘악마의 장난감’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야기한 최악의 재래식 무기로 손꼽힌다. 폭약의 양은 적지만 지뢰를 밟은 사람의 발목 아랫부분을 정확히 상실시키는 무서운 무기이고, 직경 5.5㎝로 소형 참치캔처럼 크기가 작아 매립이 용이한 반면, 추후 식별이나 제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Q. M14 지뢰가 우리나라에 언제 도입됐나.

미군과 무기체계를 공유하는 우리 군은 1950년대 중반부터 M14 발목지뢰를 휴전선 부근에 집중 매설했다. 특히 무장공비의 침투가 빈번했던 1960년대에 DMZ는 물론, 민통선 지역에 어마어마한 양의 M14지뢰를 도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1970년대 이후 무장공비의 침투는 거의 사라졌지만, 수십만 발의 지뢰는 여전히 땅밑에 잠복하며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이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은 “종전 이후 지뢰로 남침 공비를 저지한 경우는 열손가락도 안 되지만, 민간인 피해는 수천 명에 이른다”면서 “군사적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M14지뢰를 방치하는 건 국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국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Q. 고양시 지뢰 위험지역은 어디인가. 

안타깝게도 M14 지뢰는 지난해 7월 이후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에서만 벌써 네 번째 출현이다. 지뢰 출현 범위도 넓다. 한강 상류에서부터 살펴보면 지난해 3개의 지뢰가 ▲대덕생태공원 ▲행주산성역사공원 ▲고양한강공원 공사구간에서 각각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 ▲장항습지에서도 발견되면서 고양시 한강하구 전 구간이 M14 대인지뢰의 잠재적 위험지역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방증됐다. 

Q. 한강하구의 접근, 향후 어떻게 되나. 

고양시와 지역 활동가들은 지난달 말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것을 계기로 다양하고 활발한 후속 사업들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뢰폭발이라는 충격적 소식을 접했다. 일단은 신뢰할 만한 안전대책이 수립·시행되기 전까지는 모든 출입과 활동들은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장항습지 외에도 ▲이미 개방된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의 안전 점검 ▲개장을 앞두고 있는 고양한강공원의 안전대책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강하구 생태·평화·역사를 아우르는 ‘관광벨트 사업’ 등도 안전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Q. 최소 50년 전에 매설한 지뢰가 최근에 한강하구에 출현하는 이유는.

M14 발목지뢰의 가장 큰 특징은 몸체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물에 둥둥 뜬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뢰를 매설할 때 안전끈을 매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지나며 끈이 삭거나 산불 등의 이유로 안전끈이 소실되고, 근래 들어 기후패턴의 변화로 한반도에 여름철 집중 호우와 홍수가 빈번해지며 한강 수계인 인제나 양구 등 전방지역에 매설됐던 지뢰가 계곡물을 타고 한강으로 유입돼 결국 한강하구 고양시구간까지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한탄강·임진강 수계인 연천·포천·철원 지역에 매설된 지뢰가 임진강을 타고 내려와 한강과 합류했다가 조수에 떠밀려 상류로 올라왔을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고양시 한강하구 구간은 한강과 임진강의 영향권에 모두 해당하는 셈이다. 
어디서 온 지뢰인지도 미궁이지만, 언제 떠내려온 지뢰인지는 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일으킨 지뢰가 장항습지가 완전히 잠길 정도로 홍수가 났던 지난해 여름에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은 부유물이 퇴적되기 쉬운 지형적 특성상 유실지뢰 위험성이 상존한다.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은 부유물이 퇴적되기 쉬운 지형적 특성상 유실지뢰 위험성이 상존한다.

Q. 전방지역에서 유실된 지뢰가 왜 하필이면 고양시 구간에 자주 퇴적되나. 

지형적 특성상 고양시 한강변이 부유물이 퇴적에 적합한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나 나무 등 물에 뜨는 쓰레기들은 유속이 빠를 때는 물과 함께 하류로 휩쓸려간다. 그런데 한강 하구는 서해바다의 간조와 만조에 따라 물의 흐름이 하루에도 두 번씩 바뀌는 곳이다. 다시 말해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과 바다에서 밀고 올라오는 물이 만나면 강 중심을 흐르던 부유쓰레기들이 기슭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갯골을 따라 물이 들어찼다가 빠지면 엄청난 양의 부유쓰레기들이 마치 거름망에 건더기가 걸리듯 한강하구 습지의 갈대밭이나 선버들숲에 얹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플라스틱과 깡통 등의 쓰레기들이 상시적으로 퇴적되는 한강하구 구간에는 언제든 M14 지뢰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사실 고양시 한강하구 구간의 이러한 지형적 특징은 풍요롭고 특징적인 생태계를 만든 자연의 축복이다. 거기에 인간이 만든 폭력적 무기가 끼어들어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Q. 지난해 고양시 한강하구 구간에서 지뢰탐지작업을 하지 않았나. 

지난해 고양시는 한국지뢰제거연구소에 의뢰해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산책로 주변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탐지작업을 진행했다. 고양 한강공원 공사구간이나 탐방로를 제외한 장항습지 구간은 예산과 작업방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별다른 지뢰탐지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대덕생태구간과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 지뢰탐지작업을 펼친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2차 지뢰발견지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대덕생태구간과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 지뢰탐지작업을 펼친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2차 지뢰발견지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Q. 장항습지의 지뢰탐지가 쉽지 않은 이유는.

M14 발목지뢰가 탐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폭장치를 제외한 몸체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일반적인 금속탐지기에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갯벌과 갯골로 물이 수시로 들고 나며, 갈대 고사체가 곳곳에 두툼하게 쌓여 있는 장항습지의 지형적 특징, 약 6㎢에 이르는 장항습지의 방대한 면적도 지뢰탐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한 전체 면적의 탐지를 끝냈다고 해도, 여름철에 장항습지에 다시 물이 찼다가 빠지면, 위험요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자가 한국지뢰제거연구소의 작업 현장을 취재했을 때, 민간전문가들이 손의 감각에 의지해 갈퀴로 부유물을 일일이 파헤치며 전진하는 방식으로 M14 지뢰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시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군당국에 의한 ‘금속탐지장비를 이용한 안전하고 광범위한 지뢰 탐지’는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   

Q. 향후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상시적이고 반복적인 지뢰탐지작업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적어도 여름철에 큰비가 내리고 난 후에는 반드시 지뢰탐지가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그 주체가 군당국이 돼야 하는지, 아니면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길지는 논의를 통해 결정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문제지만, 이전처럼 상해 위험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민간인들이 습지에 접근하는 일이 반복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탐지가 마무리된 구간과 위험성이 존재하는 구간 사이에 보다 명확한 경계표시와 통제장치를 마련해 관리공백을 방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려면.  

휴전과 대치라는 비극적 역사가 촉발한 70년대 이전의 재래식 무기경쟁의 그늘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고양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와 군을 상대로 전방지역의 지뢰를 순차적으로 없애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지뢰 실태를 조사해온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뢰 제거는 국민안전과 인권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권고와 기준에 따라 지뢰 제거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법률 및 제도 마련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과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역시 지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에서 제작·관리하는 국제표준인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을 정부가 즉각 도입해 전방지역의 지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지뢰폭발로 인명사고가 일어났던 김포대교 하단 부근. 
지난해 7월 지뢰폭발로 인명사고가 일어났던 김포대교 하단 부근. 
지난해 9월 세 번째 M14 대인지뢰가 발견된 행주산성역사공원 수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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