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 - 서주현 명지대 응급의학과 교수가 1년 넘게 보고 기록한 의료현장

‘K-방역’ 빛보다 더 큰 그림자 
코로나19 치사율 1.28% 불과
과도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응급환자 치료는 더 어려워져
“바이러스 퇴치노력은 무의미, 
생태계와 조화 이루며 살아야“

서주현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1년 넘게 ‘전쟁’을 치르다 보니 정작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하는 ‘노오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고 앞으로도 바이러스 퇴치는 그 안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고양신문]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1월 말에는 확진자수가 두 자리 숫자를 넘어섰고, 2월 대구 신천지 종교집단으로 인한 1차 대 유행 이후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8월 광복절 대규모 집회로 인한 집단감염 등 ‘중대고비’가 수차례 반복됐다. 그런 중에 정부와 우리 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른바 'K-방역‘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2021년 7월 2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1억80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백9십만 명을 넘었다. 2012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 2494명과 사망자 858명, 2003년 사스 바이러스 유행 때 8096명의 확진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기록(표 참조)한 것과 비교하면 인류 역사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해야 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코로나19 vs 메르스 vs 사스 비교 [출처 : 코로나19(COVID-19) 실시간 상황판(www.coronaboard.kr)]
코로나19 vs 메르스 vs 사스 비교 [출처 : 코로나19(COVID-19) 실시간 상황판(www.coronaboard.kr)]

인류는 백신이 한창 보급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델타 변이 등 계속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와 여전히 ‘전쟁’을 벌이며 코로나 시대를 벗어날 날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감기 바이러스가 벌인 대국민 사기극?
“누가 나에게 지금 이 사태를 가장 짧게 정리하라고 한다면 ‘감기 바이러스가 벌인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이 다소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주요 일간지에 자주 나오는 낚시성 제목에 비하면 온건하다고 생각한다.”(서주현 지음, 『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 p.5 이하 같은 책)

하반기부터 새로운 방역 체계를 적용한다며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중에 접한 책의 제목도 의외였지만, 프롤로그에서 밝힌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총 234쪽에 이르는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서주현 교수가 우리 사회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이렇게 도발적 표현으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이유는 분명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1년 넘게 ‘전쟁’을 치르며 정작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의료현장에서 의료인의 눈으로 생생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환자 진료보다 감염고리 차단에만 집중
“걸리면 다 죽는 전염병의 감염으로부터 차단을 하는 게 아니라, 치명율 1.7%(2021년 3월 기준), 달리 말하면 생존율 98.3%에, 사망환자의 60%가 80세 이상인 질환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응급환자들을 길에서 떠돌게 하고, 멀리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게 해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옳은 일일까?”(p.132) 

열이 나는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며 진료를 받을 수 없었고, 심지어 큰 사고를 당하거나 심장질환, 뇌졸중처럼 긴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조차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원래 병원을 계속 다녀야 하는 환자들, 혈액투석, 재활치료, 항암치료 등을 해야 하는 사람들조차도 확진자인지 몰랐던 사람과 만났다는 이유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적확한지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였다.

서주현 교수는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명지병원에서 소아응급센터장과 응급의학과장을 거쳐 현재는 응급중환자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지난 해 2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별진료소를 지키며 일선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비행기 사고는 사망률이 거의 100%지만 아무도 비행기를 없애자고 하지 않는다. 음주운전이 위험하니 술을 모두 없애거나 5000여 가지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온갖 종류의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 또한 없애자는 소리는 하지 않으면서 유난히 코로나19에 대해서만 극심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왜인 것일까.”(p.199)

서주현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코로나19 정책이 환자의 진료보다 감염의 고리를 끊은 것에만 집중하는 듯하다”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실제 최근 코로나 델타변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사회적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당국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과 시행방법, 그리고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골몰해 있다. 

명지병원은 코로나19 듀얼트랙 헬스케어시스템 운영을 위해 본관과 분리된 독립된 건물 전체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고 있다. [사진 = 명지병원] 
명지병원은 코로나19 듀얼트랙 헬스케어시스템 운영을 위해 본관과 분리된 독립된 건물 전체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고 있다. [사진 = 명지병원] 

1000만 명 넘게 검사, 사망률은 1.28%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1일 00시 기준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총 검사자수는 1061만 명, 그 중 1,5%인 15만 명이 확진됐고, 2021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1.28%다. 백신접종도 1차접종자는 약 1534만 명(1차 접종률 29.59%), 접종 완료자는 약 515만 명(접종 완료율 9.73%)이다. 영국(66%)이나 미국(54%)의 접종 완료율에는 못 미치지만, 1차 이상 접종률은 이미 전 세계평균(23.5%)을 넘었고, 접종 완료율도 전 세계 평균(11.0%)에 근접하고 있다.(Our World in Data, 2021.7.1 기준)  

나이가 80~90대인 노인이 요양원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후 사망하거나,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으로 인해 코로나 양성으로 판정받고 나서 심정지가 와 사망한 경우 등도 모두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에 포함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서주현 교수는 사망 가능성이 더 큰 질환에 걸려도, 기저질환이 열 개가 넘어도 무조건 사망원인은 코로나19라고 하면서 반대로 백신은 왜 무조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은 2%가 넘지 않는다. 백신개발은 2%의 사망률을 0.5%로 낮추기 위해 하는 것일까? 그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이렇게 과도한 검사를 하며 버티는 것이 옳은 일일까?”(p.199)

코로나19 확진자의 99%는 증상의 경중만 있을 뿐 환자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코로나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도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무증상인 사람도 많았다. 서 교수는 “백신을 맞으면 열이 나도 코로나19 검사를 안 해도 되고, 약을 먹고 이틀 동안 지켜봐도 된다니, 백신만 맞으면 면죄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p.125)”고 허탈감을 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이 올까?
물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중증환자와 사망자 수는 더욱 감소할 것이고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19도 일종의 계절성 독감처럼 남게 될 것이라는 게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서 교수 역시 “코로나22, 코로나23, 코로나24가 안 생기면 좋겠지만···언제 더 독한 놈이 나타날지 모른다.(p.211)”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하는 ‘노오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고 앞으로도 바이러스 퇴치는 그 안에 들지 않을 것이다.(p.155)”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무리 백신접종을 늘린다고 해도 지구상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를 완전히 없애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사스나 메르스에 관련된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기 힘든 것처럼 코로나19 확진자수, 집단감염, 연쇄감염 같은 소식이 ‘2주간’ 첫 번째 뉴스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바로 그날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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