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하천 모니터링 보고서(1) 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

고양의 크고 작은 물길들은 풍요로운 동식물을 품고 있는 자연의 길이기도 하다. 고양하천네트워크에 소속된 단체들이 매년 각각의 하천에서 생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듣는 생태 모니터링의 성과와 보람, 그리고 하천에 대한 소개를 한 달에 한 번 연재한다. <편집자 주> 


고양생태공원 자연환경해설사들 의기투합
대화천과 장월평천 생태 모니터링 진행

신도시 건설하며 배수로로 만들어진 대화천
어느덧 다양한 생명 깃드는 도심하천으로

붉은발말똥게, 힝둥새… 반가운 손님 가득
“고양생태공원 메타세쿼이아길 꼭 걸어보세요”

대화천을 찾아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하천생태동아리 회원들.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을 찾아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하천생태동아리 회원들.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인터뷰] 임철호 회장·손순희 총무 

❚하천생태동아리를 소개해주세요.

고양생태공원에서 자원봉사하던 자연환경해설사들, 그리고 생태에 관심이 있는 몇몇 활동가들이 고양생태공원과 인접한 하천의 생태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기 위해 3년 전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대화천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2020년부터는 대화천과 가까운 장월평천에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니터링은 매달 2회 실시했는데, 처음에는 종의 구분이 어려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서로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모니터링 내용은 매달 결과보고서로 작성해 특이한 종, 또는 생태적 문제점 등을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모니터링과 함께 외래식물 제거, 하천 정화활동. 생태교육 등 하천을 가꾸는 일도 병행했습니다. 회원 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같이 생태활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였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격려도 하면서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은 어떤 하천인가요.

대화천은 일산지하차도와 인접한 서울도시가스 옆 신일산충전소 부근에서 시작해 법곳동까지 이어지는 5.5km 길이의 물길입니다. 30여 년 전 일산신도시 조성 당시 신도시 경계를 따라 배수로의 기능으로 만들어진 후 뒤늦게서야 소하천인 ‘대화천’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애초 배수로로 만들어진 까닭에 제방 안쪽으로 높은 콘크리트벽이 이중으로 만들어져 있고, 하천의 폭도 좁습니다. 안타깝게도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물의 오염도가 높을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생물종이 관찰되고, 새들의 생태통로 역할을 하는 등 생태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도심 하천입이다. 

대화천 둑방에 가득 피어난 개나리군락.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 둑방에 가득 피어난 개나리군락.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대화천 모니터링은 일산서구 대화마을 한내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해 이산포교 아래까지, 약 2km에 이르는 구역을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높은 수직벽이 하천으로 내려가는 길을 차단하는 까닭에 주로 하천 상부에 조성된 산책로 주변을 이용해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몇 군데 다리 주변을 이용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신도시 건설 당시 배수로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대화천.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신도시 건설 당시 배수로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대화천.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몇 종의 생물들을 기록했나요.

콘크리트로 덮인 하천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초작업에도 다양한 생명들이 찾아드는 자연의 신비로움은 매번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2019년 모니터링 결과 식물은 메꽃, 광대나물, 버드나무, 찔레나무, 갈대, 큰조아재비 등 53과 133종이, 곤충은 네발나비, 중국청남색잎벌레, 십자무늬노린재, 칠성무당벌레 등 8목 54과 114종이 발견됐습니다. 

조류는 17과 31종을 만났는데 여름철새로는 파랑새, 해오라기, 황조롱이, 노랑할미새, 겨울철새는 대백로, 청둥오리, 쇠오리 등이 목격됐습니다. 텃새는 큰부리까마귀,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중앙 산책로를 기준으로 경사면 위쪽은 환삼덩굴이 우점(優占)하고 있고, 아래쪽은 갈대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다른 식물종들의 번식이 까다로워 보였습니다. 곤충들 역시 여름을 지나며 콩과류 초본들이 제초되는 까닭에 대부분 한살이 과정을 관찰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나마 칠성무당벌레가 산재하고 있어서 한살이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산책로 군데군데 조성돼 있는 화단에는 먹이식물을 찾아 모여드는 나비와 잎벌레, 거미 등이 모여들어 작은 하천변 생태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류는 오염이 심한 수질 때문인지 미꾸라지, 붕어 등 극히 단조로운 생태계를 보였고, 백로과 새들과 민물가마우지들이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인근 마을에서 제비가 번식해 가을에는 어린 제비무리가 잠자리 사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화천 인근 대화마을 아파트 옥상에서 황조롱이가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노랑할미새도 오랫동안 머물며 하천변에서 번식을 했습니다. 

대화천은 다른 하천에 비해 종 다양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한강하구 장항습지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환경을 개선하면 다양한 물새들이 찾아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한 대화천 하천정화활동.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한 대화천 하천정화활동.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모니터링을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지요.

대화천 모니터링의 가장 보람 있는 결과물을 꼽자면. 대화천 일대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말똥게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붉은발말똥게를 관찰한 점입니다. 대화천의 구조가 벽이 높고 하천 폭이 좁은, 커다란 수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말똥게들이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붉은발말똥게는 하구 습지나 갯벌에서 관찰되는 사각게과의 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감하여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사각형 등껍질과 특유의 말똥냄새 등은 말똥게와 같은데, 집게발과 이마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유생기에는 바다에 살다가 올라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의 갯벌흙에 구멍을 뚫고 서식합니다.

대화천에서 발견된 붉은발말똥게.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에서 발견된 붉은발말똥게.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서식조건이 까다로워 개체 수가 매우 적어 장항습지에서 드물게 관찰되다가 2019년 7월 대화천 모니터링을 통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개체 수가 매우 적은 붉은발말똥게를 대화천에서 만나니 참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특별한 새도 만나셨다구요.

대화천에서 만난 또 하나의 반가운 손님은 힝둥새입니다. 2019년 4월 모니터링을 하다가 하천 건너편 스트로브잣나무 사이로 날아오르는 새를 발견했습니다.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망원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니 바로 힝둥새였습니다. 힝둥새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할미새과의 나그네새입니다. 무리를 지어 땅 위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파도치는 모양으로 빠르게 나뭇가지로 날아오르곤 합니다. 

대화천은 한강과 인접해 봄, 가을 철새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하천 중 하나입이다. 바로 옆에 넓고 시끄러운 도로가 있음에도 키가 큰 침엽수들이 도로의 소음을 막아주고, 인적도 많지 않아 새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줍니다.  

대화천을 찾아온 반가운 철새 힝둥새.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을 찾아온 반가운 철새 힝둥새.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해마다 철새들이 찾아올 시기가 되면 ‘올해도 그 새가 찾아올까?’ 내심 기다려지곤 합니다. 그러다가 진짜로 만나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지난 초겨울 쇠오리를 처음 만난 날에도 ‘아, 이제 겨울철새들이 순서대로 찾아오겠구나’ 하며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화천을 찾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산책로와 나무 그늘이 잘 정비된 대화천은 인근 주민들의 여유로운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고,  평화누리 자전거길과 연결돼 자전거를 타고 대화천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둑방 윗길과 중간에 이중의 산책로가 있는데, 이산포에서 접근하는 길은 경사면을 따라 데크가 조성돼 있습니다. 하천 옆으로 큰 도로가 지나가지만 울창한 벚나무, 스트로브잣나무 숲이 차단벽을 만들어줘 삭막함을 덜어줍니다.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난 개나리, 벚꽃길을 따라가다가 흰뺨검둥오리 엄마를 줄지어 따라가는 아기오리들과 백로를 가까이서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대화천 벚꽃길.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 벚꽃길. [사진제공=하천생태동아리]

대화천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찾아가고 싶다면, 대화교에서 시작하는 고양피크닉공원과 고양생태공원 구간만이라도 꼭 거닐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피크닉공원에서는 피크닉 테이블을, 고양생태공원에서는 해설탐방을 예약 운영하지만, 산책만 즐길 계획이면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가도 됩니다. 고양생태공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시 개방됐기 때문입니다. 

피크닉공원과 생태공원에서는 대화천변을 따라 이어진 메타세콰이어길을 걸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장관이고, 하천에 찾아든 물새들의 모습도 멋집니다. 고양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에서는 오색딱다구리의 둥지도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고양생태공원 주차장에 서있는 이정표. 
고양생태공원 주차장에 서있는 이정표. 
대화천 최고의 방문 포인트인 고양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대화천 최고의 방문 포인트인 고양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고양피크닉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 
고양피크닉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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