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하천 모니터링 보고서② 고양자연생태연구회 ‘대장천’
※ 고양의 크고 작은 물길들은 풍요로운 동식물을 품고 있는 자연의 길이기도 하다. 고양하천네트워크에 소속된 단체들이 매년 각각의 하천에서 생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듣는 생태 모니터링의 성과와 보람, 그리고 하천에 대한 소개를 한 달에 한 번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올해로 9년째 대장천 모니터링·생태교육 진행
활동 결과물 모은 자료집도 꾸준히 발간
대장천에서 만난 생물들 무려 400여 종
뜻밖의 생물들을 만나는 기쁨도 크지만
생태교란종, 기후변화 실감하는 고민도
“경관 아름다운 대장천생태습지 찾아오세요”
[인터뷰] 이정희 대표·이한용 모니터링팀장
❚고양자연생태연구회를 소개해주세요.
[고양신문] 고양자연생태연구회가 활동을 시작한 게 2013년이니, 올해로 9년째네요. 당시 하천활동이라고 하면 대부분 하천정화활동만 떠올리던 시절이었는데, 고양자연생태연구회는 청소년 진로활동지원, 불법경작지 폐국화식재, 생태모니터링, 자료집 제작 등의 활동을 가장 먼저 시작하며 주목을 받았지요.
2014년에는 우리 단체가 중심이 되어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견달산천네트워크활동’을 소재로 전국 강의 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당시 기획, PPT 및 시나리오·판넬제작, 청소년 퍼포먼스기획 등을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해 거버넌스 부문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지요.
고양자연생태연구회가 주도한 견달산천네트워크에는 적십자, 저현고, 양일중, 원중초가 함께 참여했고, 이러한 활동이 고양하천네트워크가 결성되는 초석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11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기후 위기, 자원순환, 하천, 생태, 미세먼지, 도시텃밭교육 등을 주제로 ▲환경교육 ▲생태모니터링 ▲청소년동아리 활동지원 ▲특수학급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자연생태연구회의 자랑이라면 함께하는 회원들의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소통능력을 꼽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활동 첫해인 2013년부터 견달산천의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자료집을 제작했다는 점이지요. 자료집 제작은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장천의 생물종은 얼마나 되나요.
대장천을 모니터링하며 만난 생물종은 무려 400여 종이나 됩니다. ▲식물은 203종이 발견됐는데, 목본 20과 33종, 초본 43과 170종입니다. 그리고 ▲육상곤충 121종 ▲거미 11종 ▲담수무척추동물 16종을 기록했습니다. ▲어류는 12종을 만났는데 좀구글치, 갈문망둑, 밀어, 대륙송사리, 미꾸리, 각시붕어, 모래무지, 붕어, 잉어, 참붕어, 가물치, 큰입배스입니다.
▲24종을 기록한 조류에는 쇠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알락오리, 황오리, 깝작도요, 삑삑도요, 딱새, 물총새, 제비, 꾀꼬리, 황조롱이, 말똥가리, 꼬마물떼새, 민물가마우지, 백할미새,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물총새,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 왜가리 등이 있습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기뻤던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기대하지 못했던 동식물을 만났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서 대장천생태습지에서 버들붕어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는 어류학자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하나하나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니, 생물종들을 만났던 순간의 감동이 다시 떠오르네요. 특히 봄철 잉어 산란철에 혼인색을 한 잉어들이 떼를 지어 올라오며 산란춤을 추는 장면은 장관이었죠. 주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는지 ‘물고기 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을 자발적으로 붙여놓는 변화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대장천에서는 봄철마다 꼬마물떼새나 할미새들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모래톱과 자갈 등이 발달한 하천변은 아니어서 새끼를 기르는 육추(育雛) 과정까지 관찰할 수는 없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생물종이 있다면.
제비와 수크령을 소개해 드릴께요. 대장천 인근에는 기와집 등 오래된 가옥과 농경지가 많아 봄철이면 많은 제비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매년 제비들이 찾아와 흙을 빚어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고 이소(離巢,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하는 과정을 보면 새삼 경이로울 때가 많습니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도 제비를 반겨 흔쾌히 집의 처마를 내어주고, 제비 배설물도 마다하지 않으시니 고마운 일이지요. 주민들의 인심과 넉넉한 먹잇감에 매년 제비가 대장천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크령은 초가을에 대장천 습지 인근에 만개하며 대장천 둑길을 찾는 주민들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도 체감되나요.
철새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양상을 감지하기도 합니다. 여름과 겨울 철새의 이동 시기를 꾸준히 조사함으로써 남부 생물종의 북상이라든가 북부 생물종의 남방한계선 북상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양상변화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광대나물, 넓적배사마귀, 무당거미, 제비, 꾀꼬리, 백로류, 오리류의 계절별 이동조류 등이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이라 할 수 있지요.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환삼덩굴, 가시박, 서양등골나물 등 생태계교란 외래식물의 확산 역시 대장천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모니터링 활동의 보람이 있다면.
하천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이런 더러운 곳에서도 뭐가 살아요?” 하고 물어보는 주민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고양시에서도 맑은 하천 가꾸기를 위해 하천 정화사업이나 복원수를 재이용한 수질개선과 수량유지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를 인지하고 있는 주민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양하천네트워크 단체들의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민관이 협력하며 쾌적한 하천을 돌려주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주민들도 그 노력에 동참하기를 유도해낼 수 있다면 참 보람된 일이겠지요.
❚대장천은 어떤 하천인가요.
덕양구 원당로에서 시작하여 신평배수펌프장에서 도촌천과 만나 한강으로 유입되는 고양시 소하천입니다. 하천 인근이 주로 농지라서 주민의 접근이 많은 편은 아니지요. 하지만 끊임없는 폐농작물 쓰레기의 무단투기나 폐 구조물들의 무단적치가 상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제방의 불법경작 또한 생태계교란 외래식물의 유입, 인근 공장과 음식점의 정화되지 않은 오수 유입 등과 더불어 하천생태계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하지만 원능수질복원센테에서 복원된 재이용수가 원당로와 대장천생태습지 등 두 곳에서 상시 공급되어 연중 안정적인 수량이 유지되고 있으며, 수질도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대장천 중하류에 2019년 완공된 대장천생태습지는 대장천의 보물 같은 장소입니다. 습지의 생태계를 이용한 수질 자연정화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민의 쉼터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장천생태습지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생태적인 하천을 주민에게 돌려주려는 취지로 조성된 대장천생태습지는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빗물을 가둬두는 물독 역할을 하는 저류지 습지의 기능도 겸하고 있지요. 또한 경관도 아름답고 산책데크도 잘 조성돼 있어서 대장천생태습지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하천변으로 조경석을 쌓고 사이사이 수크령을 식재하여, 초가을 수크령이 피면 고가도로 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제격이지요.
습지에는 미나리, 금불초, 붓꽃류, 물억새, 갈대 등 수변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제방에는 배롱나무, 화살나무, 목련 등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푸른숲길 조성사업으로 대장천 양측 둑방에 식재한 메타세쿼이아와 이팝나무는 미세먼지와 소음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장천을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심 하천으로 가꿔나가기 위해 고양자연생태연구회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진으로 만나는 대장천의 생물종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