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고양행주문학상 시부문 수상 소감>

[사진제공=고양행주문학상]
[사진제공=고양행주문학상]

[고양신문] 귀한 상을 받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이번 고양행주문학상은 제가 받는 첫 번째 문학상입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당선 소식은 평범했던 하루를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어두운 터널 같던 시간을 지나 힘겹게 낸 세 번째 시집이 이렇듯 다정한 격려를 받게 되어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양시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 도시이기에 첫 상을 받게 되어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고양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덕분에 고양시의 사계절을 빠짐없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꽃 박람회의 도시답게 봄이면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의 행렬을 바라볼 수 있었고, 푸르른 여름과 단풍으로 수 놓인 가을과 눈 덮인 겨울도 함께하였습니다.

특히 저의 출근길인 덕이동 172번 길은 봄이면 일 차선 길목에 도열한 벚나무 터널에서 분홍 꽃비가 쏟아지고, 교문 앞 오래된 목련 나무가 흰 봉오리를 횃불처럼 밝혀 들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꽃과 빛이 머무는 도시인 고양시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을 받게 되니 마치 빛으로 엮은 꽃다발을 받아 안은 듯합니다. 

부족한 시에 따듯한 신뢰를 전해 주신 예심 심사위원님들과 시집을 깊이 읽어 주시고 믿어 주신 허형만 선생님, 나희덕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언제나 지지와 응원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축하를 위해 먼 길 와 주신 선배님들, 문우들께도 반가운 포옹을 드려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계속해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상으로 커다란 환희를 안겨 주신 고양시문인협회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행주치마라는 이름에는 전쟁 때 여성들이 돌을 나르며 함께 싸우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연약해만 보이던 치마가 그처럼 힘센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행주치마는 그 유연함과 포용력을 통해 세계를 품어 안습니다. 너르게 펼쳐져 많은 것을 감쌀 수 있는 행주치마처럼 시를 쓰는 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건과 시간을 받아 안는 마음의 너비가 아닐까 합니다. 문장으로 엮은 앞치마를 입고 이 세계가 떨구는 귀한 생각의 열매들을 감사히 받아 품겠습니다. 

언제나 출근길에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는 덕이동의 다정한 나무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오래 쓸 것을 약속드립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이혜미 시인.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이혜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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