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위해 고양시가 고려해야 할 점은?
기업수요 많아야 지정 가능
지정됐다가 해제된 곳 많아
남은 면적 다 지정할지도 의문
지정되더라도 수정법 못 벗어나
경제자유구역 추진이 민선8기 고양시 최대 역점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취임하던 지난 1일 곧바로 ‘경제자유구역추진단’을 출범시켰을 만큼, 이동환 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있는 고양시로서는 기업유치가 어려운 현 상황을 타개하는 돌파구로서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 시장에게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때마침 지난 13일 고양시정연구원(원장 정원호)이 ‘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추진방안’을 주제로 킨텍스에서 개원 5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고양시정연구원 김형성 연구위원은 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유치방안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전면적 지정방안으로 고양시 전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며, 두 번째는 고양시에 중첩된 개발제한으로 전면적 지정이 어려운 경우 지구별로 단계적 지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양시가 경자구역 추진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 추진상황에서 우려되는 점 등도 적지 않게 논의됐다. 이날 세미나 내용과 산업통상자원부 취재 내용을 종합해 경자구역 추진의 ‘현실성’을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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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서 두 번째 주제발표를 한 김선배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경제자유구역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단순히 고양시 일정구역을 지정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집중개발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고양시 일정구역 개발이 주변 지역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쳐서 개발효과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에 지정해야할 이유, 산자부에 명확히 전달해야
김 센터장은 “마치 스마트폰(개발된 일정구역)이 다양한 앱(주변지역)과 연동이 되지 않는다면 전화기 혹은 소형 컴퓨터에 불과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산업 생태계에서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모든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고양시가 구심점이 된 상태에서 주변지역으로 개발효력이 미친다면 이러한 경쟁구도가 어느 정도 완화된다. 경기북부 산업발전의 구심점을 고양시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고양뿐만 아니라 파주 등 경기북부의 인접 시군과 연계해서 경자구역 지정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해보야야 한다.
김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지자체가 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두 가지 논리를 내세운다. 하나는 해당 지자체가 특정산업 인프라를 많이 보유하기 때문에 그 산업을 집중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다른 하나는 해당 지자체가 성장동력으로 유망해진 미래산업을 놓칠 수 없으니 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처럼 해당 지자체 입장에서만 경자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물론 고양시에 경자구역 지정이 왜 절실하게 필요한가를 산자부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경자구역을 왜 하필 고양시에 지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를 고양시가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경자구역으로 지정된 곳들 중에 애물단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는 곳이 나타나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총량관리제’가 갖는 의미 알아야
고양시는 산자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인 2023년에 ‘제3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이 수립되지만, 현재로서는 2018년에 수립된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의 테두리 내에서 고양시가 지정 추진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점은 ‘경제자유구역 총량관리제’ 도입이다. 산자부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총량(면적)을 360㎢로 못 박았다. 그런데 현재 지정된 9곳의 경자구역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293㎢로, 이미 81.3%를 점유하고 있다. 360㎢에서 향후 지정될 수 있는 여지는 67㎢ 밖에 되지 않는다. 293㎢ 중에서도 2003년 가장 먼저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두 곳이 차지하는 면적이 181.2㎢로 전체의 61.8%나 차지한다. 산자부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자부는 이에 대응하되 총량관리제 도입을 통한 무분별한 확대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산자부의 태도는 분명하다. 잘 운영되는 경자구역과 그렇지 못한 경자구역을 차별화하고, 필요하면 지지부진한 구역에 대해서는 해제라는 철퇴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의 이유진 연구위원은 “산자부는 남은 면적 전부를 경자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총량관리제 도입의 의도는 지정 기준을 더욱 엄밀하게 따져서 지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에서 또 다르게 눈여겨 볼 점은 기존에는 ‘선 지정 후 투자수요발굴’이었다면 2차 개정에서는 ‘선 투자수요발굴 후 지정’으로 전면개편됐다는 점이다.
‘경자구역 지정=기업유치’ 성립 안돼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수도권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을 받더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밀억제권역에 묶여있다면 국내기업 유치에는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고 전했다.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외국자본의 유치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동북아 산업의 거점으로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우선적으로 외국인투자기업에 규제완화,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 1차적인 수혜는 외국인투자기업이 가져간다. 외국인투자기업은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서 외국인투자비율이 10% 이상’이라는 조건을 갖춘 기업이다.
따라서 외국인투자비율이 10% 미만인 유망한 국내기업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자본을 많이 끌어들여 이와 연관된 국내기업도 수혜를 보면 경제자유구역의 실효성이 나타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제자유구역 내에 있는 사업체 6627개 중 외국인투자기업은 390개로 5.9%에 불과하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를 줘서 해외자본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취지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불거진다. 대부분이 과밀억제권역인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국내기업들은 그다지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역차별’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는 고양시 역시 일부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유치 혹은 산업단지 조성은 여전히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손동숙 고양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은 “경자구역지정이 기업유치와 일자리창출로 직결된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고양시 투자유치촉진 조례에 기업유인을 위한 인센티브가 명시되어있어도 기업유인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 경자구역 지정이 희망고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영기 고양상공회의소 회장도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제도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더구나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경자구역 추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