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숲, 정원에서 치유받다’  박은영 교수 마을자치 강좌③

[고양신문] 세 번째 마을자치 강좌가 22일 주엽동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강좌는 박은영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가 ‘내 곁의 숲, 정원에서 치유받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이날 강의는 ‘정원’이 어떻게 ‘건강’, 그리고 ‘치유’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유익한 강의였다. 자연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치유 중에서 정원치유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양한 치유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정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고양신문·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사과나무의료재단·건강넷이 공동주최한 이날 박은영 교수의 강연을 정리해 옮긴다. 

22일 주엽동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은영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22일 주엽동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은영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정원진흥기본계획’이 산림청에 의해 발표되고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될 ‘2차 정원진흥기본계획’은 정원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정원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계획에서 말한 4대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정원치유 활동 지원을 통해 생활 속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원의 ‘치유’ 기능을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담양 소쇄원, 예천 초간정, 담양 명옥헌, 통영 수월 마을숲, 음성 골상촌 마을 숲 등 우리나라의 빼어난 정원과 숲은 과거 우리의 삶터였고 여기서 치유가 이뤄졌다. 그런데 현재 도시에서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심장병, 뇌졸중,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이러한 질병은 개인을 떠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적인 해결책으로 ‘정원 활동’이 등장했다. 

자연에서의 다양한 치유
치유농업, 산림치료, 원예치료 

자연을 통한 건강증진 효과는 분명히 검증되고 있다. 자연경관을 바라볼 때 뇌파 중 명상과 내부의 고요함 또는 평화로움과 많은 연관이 있는 알파파가 증가한다. 인체의 온열지수와 피부 온도 조사 결과, 자연경관을 바로볼 때 인체생리학적으로 쾌적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숲소리는 도심보다 생리적으로 편안함을 주며, 피톤치드 농도에 따라 알파파 활성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에서 이뤄지는 치유는 다양하다. 농업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치유 농업’이 있는가 하면, 숲이 주는 향기, 경관 등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산림치유’도 있다. 식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해 사회적 적응력과 건강을 얻는 ‘원예치료’도 있다. 

이에 비해 ‘정원 치유’는 수목원·정원의 다양한 기능과 자원을 활용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고 더 좋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정원치유를 목적으로 조성하는 정원을 따로 ‘치유 정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치유 정원의 탁월함은 바로 접근성이다. 담양소쇄원 같은 빼어난 풍광을 보러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치유 정원은 다른 치유활동과 달리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치유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 정원 가운데 대표적인 담양 소쇄원의 소쇄정(대봉대)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 정원 가운데 대표적인 담양 소쇄원의 소쇄정(대봉대)

정원치유의 다양한  해외사례
가드닝으로 긍정적 삶의 변화 

정원 치유의 대표적 해외사례로 영국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를 들 수 있다. 에덴 프로젝트는 고령토 폐광 위에 세워진 세계 최대 온실 정원에서 이뤄지는 치유 프로젝트다. 정신건강 약자에서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외부 전문 의료진이 에덴 프로젝트의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환자에게 추천한다. 불안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드닝과 재배를 통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인 ’Vounder garden‘은 12주 운영한 결과 참여자의 94%가 삶의 질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역의료기관 방문횟수가 40% 감소한 효과도 나타냈다. 에덴 프로젝트에는 정원걷기를 통한 심리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Walking Group’도 있다. 
 
또 다른 해외사례로 정원 국가인 싱가포르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아름다운 노화를 위한 실천 방안’의 일환으로 2016년 첫 치유정원을 오픈, 현재 6개의 정원을 공원 내에 조성했다. 2030년까지 30개의 정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일반 노인뿐만 아니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원활동 프로그램의 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병원 역사와 함께 한 정원 역사 
사실 정원의 역사는 병원의 역사와 함께 있어왔다. 16세기 의사나 식물학자를 위한 약초원이 치유정원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녹색자연, 자연광, 신선한 공기는 질병회복을 위한 기본 요소로 인식했기 때문에 중세 이후 근대 질병치료와 요양 시설의 건축에서 정원은 중시되어 왔다. 

‘생 레미 병원의 뜰’이라는 그림을 그릴 당시 화가 고흐는 ”정원에서 오랜만에 작업을 즐겁게 하며 정원에 만개한 꽃들과 그 안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다가 20세기 병원의 감염예방에 대한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원의 치유기능은 많이 축소됐다. 20세 이후의 의료시설은 시설적인 측면만 강조됐을 뿐,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직원들의 정서적인 요구는 간과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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