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주거실태조사 공공임대 현황&시민의식

고양시 주거실태조사 중간보고회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고양시민 공공임대 관련 주요 인식현황. 
고양시 주거실태조사 중간보고회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고양시민 공공임대 관련 주요 인식현황. 

 

4034명 대상 고양 첫 자체조사
덕양구, 청년1인가구 공공임대 호의적
‘고양형 임대주택’ 61% "필요하다"
수요자맞춤 양질공공임대 필요


[고양신문]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추진되어 온 공공임대 정책.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전년에 비해 무려 5조7000억원(28.2%)이 감축되는 등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양시 또한 마찬가지다.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고양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해오던 공공임대 사업이 하나둘 중단 혹은 변경되고 있으며 심지어 창릉신도시와 장항지구 등 국가사업에 대해서도 공공임대 비율을 줄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고양시민 대다수는 공공임대주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0일 2차 보고회를 가진 <고양시 주거실태조사 및 주거복지기본계획 수립용역>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민 10명 중 9명(89.8%)은 ‘공공임대주택이 고양시민에게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 주거복지정책 수립을 위해 진행한 이번 조사는 총 4034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고양시 자체적으로 수행한 첫 실태조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리서치와 고양시정연구원, 고양시가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년간 총 4034가구(덕양구 1543가구, 일산동구 1294가구, 일산서구 1197가구)표본으로 진행됐다. 조사방법은 종이설문을 활용한 대면면접조사(Paper Aided Personal Interview)로 자료수집 후 슈퍼바이저 리뷰를 통한 응답값 검증, 검증팀을 통한 전화검증, Data Cleaning을 통한 자료 일관성 검증, 에러문항에 대한 추가 전화 조사 등 엄격한 검증절차를 통해 결과의 품질 및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조사 결과 중 공공임대와 관련된 고양시 현황과 시민의식 등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40% 이상 “공공임대 입주의향 있다”
최근 정부와 고양시의 공공임대주택 축소 움직임과 달리 고양시민 대다수는 공공임대에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고양시 응답자 중 89.8%가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44.2%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서 나온 전국 평균 35.6%의 응답률보다 높은 수치다.

공공임대 필요성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지역은 덕양구였다. 조사 결과 2명 중 1명 이상(50.2%)이 공공임대 입주 의사를 밝혔으며 필요성에 대해서도 93.5%가 공감했다. 반면 일산서구는 공공임대 이용 의사와 필요성에 대한 답변 모두 가장 낮았다(35.4%, 81.3%). 이는 최근 덕양구에 상대적으로 주거취약계층이 많다는 점, 최근 지가상승률이 가장 높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계층·대상별로 구분해보면 소득하위층(60.7%), 임차가구(69.2%) 등에서 공공임대 입주 의향이 가장 높았으며 정책 대상 중에는 청년 1인 가구의 답변이 가장 높았다(69.7%).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길 법하다. 공공임대 필요성에 대해 90% 가까이 공감하는데 정작 입주의사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세부 응답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데 입주의향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기 싫어서’라는 답변이 3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집이 좁아서’라는 답변이 25.5%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흔히 공공임대 기피이유로 생각하는 ‘이미지가 안 좋아서’라는 답변은 17.8%로 의외로 높지 않았다. 

연구를 맡은 김리영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이 공공임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집이 좁고 자신의 동네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등의 불편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실제 수요자 의견이 반영된 양질의 맞춤형 공공임대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주거실태조사 공동연구를 맡은 김리영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
이번 주거실태조사 공동연구를 맡은 김리영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

 

고양시 차원의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추진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조사 결과가 있다. 바로 사회주택 필요성에 대한 답변이다. 조사 결과 무려 61.3%가 ‘고양시민에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공공임대주택 필요성 및 이용 의향에 가장 낮은 응답률을 나타냈던 일산서구가 사회주택 필요성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답변 수치(64.6%)를 나타낸 점이다. 이는 같은 임대주택 방식이라도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공공임대’보다는 사회적 주체가 운영하는 수요자 맞춤형 방식의 ‘사회주택’에 좀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리영 연구위원은 “물론 사회주택에 대한 개념 정의가 제각각일 순 있지만 타 지자체의 경우 용어 자체에 대해 거부감부터 나타내는 데 비해 고양시민들은 예상외로 긍정적인 답변이 높았다”라며 “이는 지자체 차원에서 주거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맞춤형 공공임대 공급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내 집 마련’ 3명 중 2명 “이사 가기 싫어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공공임대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공공분양이다. 최근 발표된 내년 국토부 사업예산을 보면 공공임대 관련 예산은 대폭 감소한 반면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등 분양주택(융자) 예산은 전년대비 1조793억원이 대폭 늘었다. 국토부는 “주거상향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분양을 확대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빚내서 집사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양시민들 또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는 높은 편이다.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89.8%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공공분양주택의 필요성과 이용 의향의 경우 각각 88.5%와 41.7%로 공공임대주택 답변에 비해 각각 –1.3%, -2.5%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주의향과 관련해 소득하위층의 답변이 크게 감소했는데(60.7%→44.9%) 이는 공공임대정책과 공공분양정책의 수요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자가 보유를 원하는 욕구와 공공임대정책은 상충되는 것일까? 실태조사 세부항목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답변한 응답자 3명 중 2명은 그 이유에 대해 ‘이사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오래 거주하고 싶어서’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는 ‘집값 변동으로 불안해서’(13.9%)라고 답변했다. 자산증식 혹은 노후자금 활용목적은 각각 6.6%, 3.1%에 불과했다. 

즉 집을 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 이동에 따른 부담감 해소를 꼽은 셈인데 이는 적정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고자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응답자들이 꼽은 것도 ‘자주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25.7%)였다. 
 

“임대 너무 많다”는 고양시, 실제 물량 경기도 평균 이하
고양시가 최근 공개한 인수위 백서에 따르면 장항공공주택지구와 관련된 정책 제안으로 ‘임대주택 비율조정’을 내걸고 있다. 현재 4288호 공급(36.2%)이 계획된 장항지구 내 공공임대주택 수를 LH와의 협상을 통해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동환 시장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만나 창릉신도시 내 공공임대주택 비율 감축 또한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고양시 내 공공임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시 공공임대 비율은 전체 주택 대비 10.4%로 경기도 평균인 10.7%에 비해 소폭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2019년 기준). 유사 규모 지자체들과 비교해봐도 수원시 9.3%에 비해서는 높지만 성남시 12.9%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장항·창릉 등 신규택지개발로 인해 2025년 기준 2만9000호 이상의 신규 공공임대주택이 추가될 예정이긴 하지만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고양시 자체적으로 추진한 공공임대 1560호의 공급이 불투명한데다가 주요 시정방침인 공공택지지구 내 공공임대 물량조정까지 이뤄낼 경우 숫자는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고양인재교육원에서 진행된 고양시 주거실태조사 2차 보고회
지난달 30일 고양인재교육원에서 진행된 고양시 주거실태조사 2차 보고회

 

한편 지난 30일 주거실태조사 보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양시 자체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병선 경기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고양시 주거현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실태조사가 나온 만큼 좀 더 공격적인 주거복지계획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가령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반지하 문제와 관련해 고양시가 매년 해당 가구를 2000세대씩 공공임대주택에 이주시키는 등의 선도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김해련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고양시민 대다수가 공공임대 정책을 원하고 있고 특히 시 자체적인 공공임대주택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이동환 시장은 이미 계획된 사업마저 중단시키는 등 퇴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마련될 주거복지계획에 다양한 정책적 고민이 담겨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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