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정비구역’ 지정 과정에
아파트간 경쟁 치열·갈등 증대 우려 
기반시설 확충·이주대책 등
전반적으로 지자체 부담 커 
"내년 총선 앞둔 여론조성용" 지적도   

[고양신문]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또는 면제, 용적률 최고 500%까지 완화, 통합심의를 통한 절차 간소화. 

지난 7일 국토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안기는 주요 특혜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 특혜는 고밀도 개발을 부추기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아파트 단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칫 주민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고양시에는 특혜 대상이 될 수 있는 노후계획도시, 즉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에 해당하는 곳이 3곳이 있다. 일산신도시와 화정지구, 그리고 1990년대 개발 당시 ‘능곡지구’라 불렸던 샘터마을과 햇빛마을이다.

그런데 노후계획도시 전부가 곧바로 재정비(재건축·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양시는 ‘기본계획’(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노후계획도시 중 일부 구역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 특별정비구역은 지자체가 실제로 재정비사업을 하겠다고 계획한 구역이다. 그리고 고양시는 특별정비구역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재정비사업을 하는 구역 즉 ‘선도구역’을 지정해야 한다.

고양시가 내년 말까지 수립하려는 기본계획에는 ‘특별정비구역’ 지정 계획이 담겨야 하는데,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의 한 정비업체 전문가는 “고양의 노후계획도시는 준공 연도에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는데 노후도를 기준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사업성이 높은 역세권 단지 중심으로 지정했을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인데 역세권 중심의 지정은 재산 격차를 더 벌려 놓기 때문이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의 반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파트 단지 간 반목을 조장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설득력이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반시설 확충을 떠안은 지자체의 부담도 문제다. 이번 특별법으로 종상향 수준으로 용적률이 올라가면 상하수도·공원·학교·도로 같은 기반 시설 용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양시는 기반시설 확충 계획을 촘촘히 세워야 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예산도 뒷받침 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반시설을 확충하지 않은 채 용적률만 높인다면 주거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난개발로 이어진다. 한 전문가는 “용적률이 가지는 양면성이 있다. 용적률을 높이면 사업성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 있다. 하지만 용적률을 높인 만큼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이 기반시설 확충 등 공공기여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도리어 사업성이 낮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아파트 노후화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반길 일이지만, 기반시설 확충·이주대책 등 고양시가 떠맡을 부담 역시 크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아파트 노후화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반길 일이지만, 기반시설 확충·이주대책 등 고양시가 떠맡을 부담 역시 크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재정비로 인한 이주대책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정비사업 때 이주대책 수립 의무는 정비시행자가 지는 것과 달리, 이번 특별법에는 지자체가 이주단지 대책 수립을 주도하게끔 되어 있다. 

이처럼 이번 특별법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특별법 발표가 지자체와 충분한 논의 후 내놓은 것이라기보다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비업체 J&K 백준 대표는 “이번 특별법은 각 지자체가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불쑥 내놓은 것이다. 각 지자체는 특별법을 감당하기 위해 도시계획을 새로 짜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적어도 1~2년 동안은 사업이 가시화되지 않은 채 사업 추진 시늉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특별법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다분히 여론 조성용으로 발표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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