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실 주최 소각장 입지선정 원칙을 위한 주민토론회

 

주민동의율 조항 삭제로 인해
고양·관산 소각장 부지 ‘급부상’
토지주 신청방식 민민갈등 우려
입지선정 앞서 ‘7대 원칙’ 제안


[고양신문] 고양시가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쓰레기소각장)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3차 주민공모 공고(5월 3일~6월 7일)를 발표한 시는 22일 1차 입지선정위원회를 열고 주민공청회 개최 일정과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 여부 등을 결정했다. 이미 두 차례 후보지 공모에 실패한 탓에 시는 이번 공모에서 ‘주민동의율 80%’ 조건까지 삭제하는 강수를 두는 등 어떻게든 소각장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각장 입지선정을 둘러싼 ‘광속행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공모방식은 주민동의 없이 토지주 절반의 동의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한 것이어서 이후 심각한 주민갈등이 예상된다. 자칫 행정은 책임을 면피하고 토지주와 주민들만 싸우게 되는 ‘민민갈등’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소각장이 어느 지역에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논의돼야 할 입지 선정에 대한 기준이나 원칙 등에 대한 공론화과정이 무시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벽제농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쓰레기 소각장 문제 주민토론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시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소각장 입지선정 원칙을 마련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심상정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현재 소각장 입지 후보지로 소문이 돌고 있는 고양동과 관산동 주민대표와 관련 전문가, 시 공무원 등이 참석했으며 약 1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열띤 관심을 보였다. 
 

하루 630톤 소각장 추진 앞서
원칙·기준 관한 공론화 거쳐야

“특정 지역에 대한 찬성반대 논쟁에 앞서 시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소각장 입지선정 원칙부터 마련해보자.”

심상정 고양갑 국회의원(정의당)이 밝힌 이날 토론회의 주요 취지다. 앞서 고양시는 두 차례 소각장 주민공모 과정에서 고양·관산동 지역 일부 토지주로부터 신청 접수를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주민공모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3차 공모에서는 주민동의율을 공모 조건에서 제외한 까닭에 특히 앞서 소각장 신청 논란이 있었던 고양동과 관산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행정의 일방적 소각장 입지선정으로 인한 주민 갈등은 이미 타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경우 작년 9월 서울시가 하루 1000톤 규모의 쓰레기소각장 설치를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인접한 고양시 덕은지구 입주자들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한 성은경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장은 “이미 750톤 규모의 소각장이 있는 상암동에 1000톤 규모의 소각장이 추가되면 사실상 서울시 전체 쓰레기의 절반이 이곳에서 태워지는 것”이라며 “이는 ‘발생지 처리 원칙’이라는 기본 원칙조차 무시한 반시대적이고 몰상식한 행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입지선정 과정을 살펴봐도 관련 법을 입맛대로 적용하는 편법·밀실 행정을 자행했으며 주민설명회 또한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등 시민들의 기본권조차 짓밟고 있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현재 하루 630톤 규모의 소각장 설치를 위해 입지선정을 준비하고 있는 고양시 또한 이러한 갈등이 예고된 만큼 사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피시설 문제에 대한 ‘갈등해소 가이드라인’ 14개 원칙이 마련되어 있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이해관계자 대표들이 입지선정 전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 △시설입지 선정 절차는 반드시 해당시설이 필요하다는 동의하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 △(행정이 주민들과의)신뢰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모든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것 △공모 등 자발적 절차를 통해 입지를 선정할 것 △한 지역에 유해 시설이 집중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만큼 이를 지양할 것 등이 명시되어 있다. 즉 사전에 소각장 설치를 위한 지역사회 기준과 원칙이 마련돼야 주민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별 분산 설치, 책임행정 등 제안
이 때문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예상되는 고양동·관산동 주민대표들을 중심으로 소각장 입지선정 원칙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길성 고양동 범대책위원장(주민자치회장)은 고양동 벽제지역에 그동안 서울 승화원과 시립공동묘지 등 기피시설이 밀집돼 온 점을 지적하며 소각장 입지선정에 앞서 ‘기피시설 독박금지 원칙’과 ‘고통분담의 원칙’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기피시설에 대한 피해보상조차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소각장까지 들어서게 된다면 우리 지역에만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꼴”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이 입지선정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각장 설치 원칙에 대해 각자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주민들
소각장 설치 원칙에 대해 각자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주민들

 

김문식 관산동 범대책위원장(주민자치회장)은 고양시의 ‘책임행정 원칙’을 강조했다. 고양시가 주민공모방식 뒤에 숨어 본인들의 책임을 면피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면밀한 검토를 통해 최적의 입지 후보지를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문식 위원장은 “서울 강남 소각장을 비롯해 인천, 창원 등의 경우를 보면 모두 도로망이 양호하고 주거지역과 단절된 곳에 소각장이 들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고양시는 주민동의 없이 토지주 신청만 받아서 ‘민민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직접 최적의 입지를 발굴한 뒤 주민들의 동의과정을 밟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완 내유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은 소각장 입지선정에 있어 ‘주거교육환경 최소 침해 원칙’과 ‘당사자 참여 원칙’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학부모회장은 “현재 소문이 떠도는 소각장 신청지 위치는 내유초와 불과 500m 떨어진 곳인데 만약 이곳에 들어설 경우 대형폐기물차량 이동과 연기 등으로 인해 심각한 교육환경 피해가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현재 직접당사자 6명(주민대표 3명, 시도의원 3명), 간접당사자 8명(전문가 6명, 공무원 2명)으로 된 입지선정위 구성을 재조정해 직접당사자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늘리고 이후 후보지가 추려질 시 반드시 해당지역 주민이 입지선정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정용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양시 전체 쓰레기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통합처리방식이 아닌 각 구별 분산처리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정용 부위원장은 “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비용과 관리문제를 이유로 통합설치 결론을 내렸는데 수송거리 증가에 따른 탄소배출 문제와 재난발생 시 대응문제 등을 고려해볼 때 각 구별로 소각장을 분산처리 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수송거리 최소화 원칙’과 ‘분산처리 원칙’이 입지선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소각장 추진에 관한 7대 원칙 제안문’을 작성해 이동환 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소각장 부지선정 주민공모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위한 기준과 원칙이 마련되지 않아 이날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오늘 마련된 원칙들이 향후 입지선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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