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준공영제 현황과 과제① 도입에 따른 주요 쟁점은?

[고양신문] 한동안 고양시 교통정책은 서울 진입을 위한 광역교통망 구축에 집중되어 왔다. 일산신도시 건설 이후 30년간 택지개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양시 교통정책 방향이 서울 출퇴근 편의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온 것. 이로 인해 정작 지역 내 대중교통체계 구축방안은 등한시 됐다. 도심 외곽지역의 대중교통 소외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반면 간선버스 노선 보완 역할을 해야 할 마을버스 노선의 상당수는 중앙로에 몰리면서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 이후 버스업체 재정문제 등으로 배차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역간의 교통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양시는 최근 연이은 운전기사 이탈과 업계 경영난 등의 이유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이 단순히 어려움을 겪는 버스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목표는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통 편의성 확대가 되어야 하고 시민 누구나 어느 지역에 살건 대중교통에 소외되지 않는 공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가 올해 하반기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용역 발주를 앞둔 가운데 고양신문은 이번 주부터 해당 정책에 대한 분석과 타 지역 사례, 전문가 및 시민 의견 등을 다루는 기사를 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로 고양시 버스준공영제 추진 배경과 주요 내용, 쟁점 등에 대해 다뤄본다. 

마을버스 427대 중 76% 운행
기사 부족, 업계 경영난 심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영제
지원하되 공공통제권 높여야
부분공영화 등 다각 검토필요

 

늘어나는 배차시간에 시민불편 심각
5년 전인 2018년 고봉4통에서 출발해 풍산역을 거쳐 밤가시마을을 종점으로 개통했던 087번 마을버스. 개통 당시 고봉4통 마을회관에서 잔치를 열고 어르신들이 직접 시승식을 가질 정도로 애정이 큰 노선이었다. 하지만 개통 당시 배차간격이 40분에 불과(?)했던 이 버스는 현재 운행대수가 3대에서 1대로 줄면서 이제는 4시간에 한 대씩 오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의 버스가 되어버렸다.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지만 버스업체는 재정난과 버스기사 이탈로 인해 부득이 배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운행횟수 감소로 이슈가 된 087번 마을버스 사례다. 김운남 시의원이 당시 시의회에서 시정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고양시 마을버스는 현재 총 427대가 인가를 받았으나 실제 운행대수는 324대로 운행률은 약 76%에 그치고 있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야 할 마을버스가 100대 넘게 차고지에서 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마을버스조합 측은 “고양시 마을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960명의 버스기사가 필요한데 현재 근무 인원은 644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후 고양시 마을버스 기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 또한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개통된 087마을버스(사진)의 경우 운행대수 축소로 배차간격이 기존 40분에서 무려 3시간으로 증가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 고양시 마을버스 기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 또한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개통된 087마을버스(사진)의 경우 운행대수 축소로 배차간격이 기존 40분에서 무려 3시간으로 증가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버스운전기사 부족현상은 비단 마을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 말 기준 광역버스와 일반버스를 합한 고양시 시내버스 운전기사 수급률은 적정 인원 대비 60%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타 시군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운전기사들의 이탈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을버스의 경우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파주시에 비해 월급이 50만원이나 적고 일반버스 또한 서울시나 경기도 준공영제 버스들의 근무여건이 훨씬 좋다보니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감소, 천연가스와 경유 등 연료비 원가상승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버스업체들이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시 버스준공영제 도입 논의가 수면 위에 떠오른 것도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요인이 가장 크다. 백주현 고양시정연구원 도시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버스기사 수급난으로 인해 버스 운행률이 크게 낮아진데다가 경기도와 인근 지자체가 잇달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고양시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며 “때문에 작년 6월부터 시작한 4차 고양시 지방대중교통계획 연구용역에 버스준공영제 도입 방안을 추가 반영했으며 얼마 전 최종 보고회까지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시 담당부서는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별도의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예산규모와 적절한 도입 방안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버스준공영제 논의 본격화
노선권, 회계감사권 관건

그렇다면 고양시가 도입하려는 버스준공영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일까. 일반적으로 버스준공영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향상과 운수업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민영제와 공영제를 섞은 모델을 이야기한다. 완전 민영제로 버스가 운영될 경우 특정 지역 노선은 중복되고 적자가 나는 외곽지역 노선은 경영논리에 따라 폐쇄될 위험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준공영제는 업체가 적자노선을 유지하는 대신 공공이 운영적자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버스준공영제는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이후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5개 광역시를 포함한 다수의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04년 서울시내 버스운영 및 서비스 개선 필요성과 함께 당시 청계천 고가 철거에 따른 버스노선 개편 문제가 맞물리면서 기존 민영제에서 준공영제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당시 서울시와 버스조합이 맺은 협약서의 주요 골자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수익금 공동관리제를 기본으로 한 버스업체 적자보전 지원, 두 번째는 서울시와의 노선조정 협의였다. 즉 운영적자를 공공에서 지원하는 대신 서울시가 노선조정이 필요할 경우 버스업체가 협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행 20년을 맞이한 현재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재정부담은 늘어난 반면 서울시의 노선조정 권한은 사실상 무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노선조정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을 가지고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덩치가 큰 버스회사들은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있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실제로 준공영제 도입 이후 유의미한 노선 개편사례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통해 버스업체에 지원한 예산은 4561억원에 달하지만 정작 노선에 대한 권한은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적자운영 지원에 따른 업체의 경영 개선 노력 소홀 등 도덕적 해이 현상으로 지자체 재정지원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이 현재 경기도가 도입하고 있는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다. 이는 공공이 노선권을 가지게 됨에 따라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고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업체가 자발적인 경영 효율화를 시도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제도적 한계는 여전한데 경기교통공사 측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선이 경쟁이 아닌 단독입찰인데다가 KD운송그룹 같은 대형 운수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사실상 입찰을 통한 경쟁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지자체 중 버스준공영제를 최초로 도입한 곳은 인구 85만 명 규모의 충북 청주시다. 2014년부터 도입논의를 시작한 청주시는 2021년 1월 수입금공동관리제 방식의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계약서에 시의 노선권과 회계감사권을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백주현 연구위원은 “청주시의 경우 재정지원 대신 버스업체에 대한 시의 통제권을 강화해 업체의 회계부정을 막고 공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며 “그 결과 시민들의 만족도가 향상되고 서비스가 나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중교통 서비스 질 나아질까 
고양시의 경우 작년 기준 마을버스 운영지원에 약 93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운영난 여파로 재정지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도권 환승할인에 따른 손실지원금 또한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등 이미 상당한 예산을 버스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버스운영체계는 민영제에 기반한 까닭에 버스노선 개편·조정을 위한 실질적 권한은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인근 지자체뿐만 아니라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와 경기도가 잇달아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고양시도 버스준공영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고양시는 1000번 등 광역버스 3개 노선과 경기도 시내버스 4개 노선에 대해 버스준공영제 참여를 발표했다. 광역버스의 경우 고양시가 35%, 시내버스는 70%의 재정지원 분담률을 갖게 된다. 백주현 연구위원은 “그동안 불공정한 재정분담률 문제 때문에 고양시는 참여를 미뤄왔지만 사실상 국가와 광역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제도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고양시 내 노선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7개 노선과 마을버스 85개 노선에 대한 버스준공영제 전환 여부다. 앞서 광역버스와 시군구 간 버스와 달리 고양시 내부노선에 대한 준공영제 도입여부는 전적으로 고양시 의지에 달려 있다. 백주현 연구위원은 “이참에 고양시의 구조적인 문제인 마을버스 중앙로 난립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버스준공영제 도입이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청주시 사례처럼 고양시가 노선권과 회계감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하고 친인척 임원 금지, 재무개선 의무화 등에 대해서도 협약서에 반드시 명시해 공공의 통제권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버스준공영제가 아닌 부분공영화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고양시가 예상하고 있는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재정지원 규모는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포함해 총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재정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대안을 놓고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사실 이용자 시민 입장에서는 버스준공영제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얼마나 편리해지느냐가 핵심”이라며 “어차피 지자체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꼭 준공영제여야만 하는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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