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 주최 시민공모
최종 수상지역 7곳에 이름 올려
훼손 위협과 마주한 하천생태 보고
공릉천친구들 “시민운동 확산 기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선정 '2023 이곳만은 지키자' 최종 수상지역으로 선정된 공릉천 하구 풍경.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선정 '2023 이곳만은 지키자' 최종 수상지역으로 선정된 공릉천 하구 풍경.

[고양신문] 생태계를 위협하는 과도한 하천정비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2년째 파주와 고양의 시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공릉천 하구와 주변 농경지’가 제21회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 수상지역 7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문화재청, 한국환경기자클럽이 후원하는 ‘이곳만은 지키자!’에는 △공릉천 하구와 좌우 농경지(공릉천친구들) △구례 사포마을 다랭이논(사포마을골프장건설저지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금호강 팔현습지(대구환경운동연합) △옥천 골프장 예정지(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원회) 등 자연환경분야 4곳과 함께 △부평 검정사택(손민환) △옛 고려내화주식회사 공장 건물(영남대로복원범시민추진위원회) △제국제마(帝國製麻)주식회사 사택(곽은비) 등 문화유산분야 3곳이 이름을 올렸다. 선정지역 명단은 지난달 31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곳만은 지키자!’는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고, 네티즌 평가와 서류심사, 전문가 현장심사를 거쳐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을 선정하는 캠페인이다. 때문에 최종 수상지역 명단에 든 것만으로도 대상지의 생태·역사적 중요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자, 보전운동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는 희소식이다. 

공릉천 하구 정비공사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2022년 2월 고양신문 삽입 이미지. 
공릉천 하구 정비공사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2022년 2월 고양신문 삽입 이미지. 

공릉천 하구의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은 고양신문에도 보람을 안겨준 소식이다. 본지는 지난해 2월 박수택 생태평론가의 제보를 계기로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공릉천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알리고, 이어진 기획보도와 유튜브 콘텐츠 제작, 시민토론회 주최를 통해 고양과 파주 시민들의 여론을 결집하는 디딤돌을 놓았다.  

하지만 공릉천 하구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오리무중이다. 일단 공사는 1년 반 넘게 중단됐지만, 공사 주체인 한강유역환경청과 정비사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들과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관계자는 “다음달 7일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에서 △내셔널트러스트 대상 △환경부장관상 △문화재청상 △한국환경기자클럽상 등 7개 부문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의 응모단체인, 파주·고양·김포 시민들로 구성된 공릉천 하구 지킴이 연대조직인 ‘공릉천친구들’ 역시 시상식 날 발표될 최종 결과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공릉천친구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선정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족자현수막 게시 캠페인.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족자현수막 게시 캠페인.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공릉천친구들 서면 인터뷰]

▮‘이곳만은 지키자!’에 응모한 이유는.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은 195억원을 들여 공릉천 하구를 정비한다며, 공릉천 둑방에 콘크리트 포장을 하고, 가로 2.5m, 깊이 2.5m의 콘크리트 U자 배수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 배수로는 국방부가 북한 탱크저지용으로 요구했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럽고, 동물들이 빠지면 도저히 올라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천과 논을 넘나드는 생명들에게 ‘죽음의 수로’일 수밖에 없다.

둑방의 콘크리트 포장 또한 공릉천과 주변 논습지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생명들의 삶을 동강낼 것이다. 포장도로가 개통하는 순간 숱한 차량통행이 이어질 것이고, 로드킬뿐만 아니라, 습지 좌우의 갈대숲에 둥지를 튼 새들이 떠나게 된다. 현재 공사를 이유로 관목과 풀들을 모두 베어낸 둑방 경사면에는 생태교란종인 단풍잎돼지풀만 무섭게 번성하고 있다. 공릉천 하구를 많은 생명들이 공존하는 생태공간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알리고자 이번 시민공모에 응모했다.

공릉천 둑방길 나무심기에 참가한 시민들.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공릉천 둑방길 나무심기에 참가한 시민들.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매월 1회 자연학교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릉천의 생태와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있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조류를 비롯한 공릉천 생물들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또한 공릉천 생명들의 사진과 구호를 담은 족자현수막 전시, 시민토론회, 생명 사진 전시회, 둑방 나무심기, 콘크리트포장 반대 맨발걷기 등 공릉천 지킴이 운동을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공릉천친구들 창립총회.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공릉천친구들 창립총회.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공릉천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가 ‘공릉천의 친구들’로 재편됐는데.

공릉천과 관련된 활동을 더욱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창립총회에서 조영권, 정진화, 박평수, 노영대 공동대표를 선출해 고양과 파주를 아우르는 연대를 구축했다. 또한 올해 안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하고, 좀 더 긴 호흡으로 홍보, 교육활동, 생태 모니터링·연구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사업, 습지보호구역 지정 운동을 통해 ‘훼손이 아닌 보전’으로 정책을 명확히 전환해내는 것이 목표다.

공릉천 자연학교 참가자들이 버들피리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공릉천 자연학교 참가자들이 버들피리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릉천친구들]

▮이번 수상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시민공모전 제목처럼 '공릉천, 이곳만은 꼭 지키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가까이는 파주나 고양의 이웃들에게, 나아가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생태·환경 활동가들에게도 공릉천의 소중함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릉천 하구는 파주에 있지만, 양주에서 발원해 고양을 지나온다. 먼 길을 흘러온 강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공릉천 하구는 생명다양성의 보고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수역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고, 계절마다 다양한 철새들이 날아온다. 이처럼 아름다운 공릉천이 지금 위험에 처했다.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반드시 지켜낼 수 있다. 

풍요로운 생태 보고인 공릉천 하구. 배경으로 보이는 아파트단지는 파주 운정지구다. 
풍요로운 생태 보고인 공릉천 하구. 배경으로 보이는 아파트단지는 파주 운정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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