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추비·용역예산 삭감안 통과 
시장 “발목잡기다” 성명 발표
예산 놓고 싸우는 시장·시의회 
시민 피해 우려, 해결 기미 없어   

15일 내년 고양시 본예산 대한 심의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인 고양시의회 본회의장에 시장과 공무원들이 불참했다.
15일 내년 고양시 본예산 대한 심의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인 고양시의회 본회의장에 시장과 공무원들이 불참했다.

[고양신문] 고양시의회 본회의장에 시장과 공무원들이 참석하지 않고 의원들만 참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행된, 내년 고양시 본예산 3조1667억원에 대한 시의회의 심의 결과를 경청하는 자리에 시장과 공무원들이 불참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시의회의 예산 심의·결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양시의회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이동환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례안과 내년 예산안을 처리했다. 같은 시각 이 시장은 본회의장 밖에서 고양시의회를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심사 멈춰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시장은 성명서를 통해 “취임 초기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 발목잡기가 시작됐고 그 주요타깃은 예산”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끊이지 않았던 시의회와의 거듭된 갈등이 내년 고양시 예산심사 결과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동환 시장이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심사 멈춰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고양시의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동환 시장이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심사 멈춰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고양시의회를 비판하고 있다.

내년 고양시 예산심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시장 공약 관련 용역 예산 대거 삭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장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포함해 업무추진비 약 26억여원 전액을 삭감했는데, 이는 시 집행부가 의회업무추진비 요구액의 10%인 1915만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한 것에 대한 시의회의 강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용역 예산 삭감에서도 시장에 대한 반감이 확연히 나타난다. 민선8기 핵심추진과제인 경제자유구역 등 도시여건 변화를 반영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예산 3억원 전액을 삭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이동환 시장은 예산편성권으로 시의회를 압박하고, 시의회는 예산 심의·의결권으로 이 시장을 압박하는 사태가 작년에 이어 되풀이 되고 있다. 예산을 놓고 시의회와 시장의 싸움을 보는 시민들로부터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한 민관협력추진기구 관계자는 “도시기본계획, 지구단위계획 같은 시로서는 꼭 필요한 용역 예산을 왜 삭감하는지 모르겠다. 시 예산은 절대 감정적으로 다룰 일이 아니다. 결국 시민 피해를 낳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의회와 시장의 극단적인 대립은 근본적으로 시장의 소통 의지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내년 고양시 본예산을 심의하는 예결위원 11명 중에 국민의힘 의원이 6명으로 민주당보다 1명 더 많음에도 업무추진비와 주요 용역 예산 삭감을 막지 못했다. 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시의원들마저도 이 시장 소통부족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영식 의장은 5일 본회의에 앞서 공식석상에서 작정한 듯 이동환 시장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김 의장은 “제9대 의회 개원 이래 신청사 문제, 시장의 잦은 해외출장과 본회의 불참석이야말로 과연 의회와의 소통, 협치, 협업을 함께 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화와 협치 없는 시장의 일방적인 행정행위야 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