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심사 최대 쟁점
시, 의회 요청액의 90% 삭감
의회, 시 요청액 100% 삭감
감정적 싸움, 시민에 피해 우려
[고양신문] 고양시의회가 15일 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 약 26억여원을 전액 삭감한 내년 고양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업무추진비 삭감은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도 최대쟁점으로 떠올라 올해 1월 90% 삭감했다가 추경을 통해 50%가량 살아났지만, 이번처럼 처음부터 업무추진비를 100% 전액 삭감한 경우는 초유다.
당초 시의회는 1억9146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시 집행부에 요청했지만, 시 집행부는 이중 10%인 1915만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고양시의회는 살아남은 1915만원마저 삭감하고, 그 대신 시 집행부가 요청한 약 26억여원의 업무추진비도 100% 삭감하는 것으로 응하며 초강수를 뒀다.
업무추진비는 과거 ‘판공비’로 불렸던 돈으로, 외부 단체나 기관에 대한 식사대접이나 체육활동, 생일기념 등 직원 격려와 사기 진작을 위한 비용으로 주로 쓰인다.
고양시의회는 시 집행부가 제출한 내년 고양시 예산규모인 3조1667억원 중에 181억7148만원을 삭감했는데, 삭감한 액수 가운데 14.7%인 26억6332만원(의회운영업무추진비 1915만원 포함)이 업무추진비였다.
삭감된 업무추진비 26억6332만원은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관운영에 따른 경비인 ‘기관운영업무추진비’가 68개 사업에서 8억1598만원 △체육활동, 생일기념, 불우 직원 지원 등 직원 격려와 사기 진작을 위한 경비인 ‘정원가산업무추진비’로 58개 부서에서 사용될 1억6833만원 △정책 추진에 따르는 갖가지 경비인 ‘시책업무추진비’가 316개 사업에서 9억7791만원 △통상적인 실, 과 조직운영에 소요되는 잡비인 ‘부서운영업무추진비’가 151개 항목으로 7억110만원이 각각 전액 삭감된 것이다. 이 중에서 기관운영업무추진비’ 8억1598만원과 시책업무추진비 9억7791만원은 각 부서에 나눠져 편성되어 있지만 사실상 시장의 재량에 따라 직접 사용할 수도 있는 돈이다.
이처럼 이동환 시장과 시의회가 서로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것은 시장 작년 취임 이후부터 누적된 갈등이 다분히 감정적 싸움으로 번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정원가산업무추진비 1억6833만원, 부서운영업무추진비 7억110만원은 시장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돈이다. 그런데 시의회가 이마저 삭감한 것은 공무 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 노조는 시장과 시의회의 갈등이 업무추진비를 놓고 극한 대립을 보이자 시민 고통을 가중하는 싸움을 멈출 것을 압박하는 성명을 11일 발표했다. 노조는 ”시민 복리에 힘써야 할 시장이 시의회와 감정싸움에 진력한 탓에 100만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시장과 의회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예산안을 마련하는 데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사태가 이렇게 커진 데는 시장의 책임도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시의원은 “이동환 시장이 전임 시장 시절 취임한 산하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를 편성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퇴를 압박하기도 하고, 민주당 시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의도적으로 늑장 집행하기도 하는 등 치졸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취임 이후 시의회를 무시하는 태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아무런 자세 변화도 전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업추비 삭감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