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
김포시 등 전국 30여개 지자체
공무원들 “불안감 줄어” 반응
행정 투명성·책임성 약화 우려 

고양시청 전경.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청 전경.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신문] 지난달 발생한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고 이후 고양시가 최근 시청 홈페이지에 공무원들의 이름을 모두 지우는 등 ‘신상정보 비공개’ 방침에 나서고 있다.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행정의 투명성이나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 18일부터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시장 등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각 부서 사무실 입구에 부착된 좌석 배치표에서도 사진과 이름을 지웠다. 3월초 인근 김포시에서 이른바 ‘신상털이’를 당한 공무원이 목숨을 끊은 뒤 공무원 사회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내린 결정이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홈페이지 공무원 ‘실명 비공개’ 방침은 25일 현재 전국적으로 30곳이 넘는 지자체
에서 시행 중이다. 경기도 내에서도 사고가 발생한 김포시를 시작으로 고양시와 화성시, 광명시 등 여러 지자체가 비공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무원노조 측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종문 고양시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그전까지는 ‘나도 김포시 공무원처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비공개 조치 이후에는 대부분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공무원 일각에서는 신상정보 비공개는 임시조치에 불과할 뿐이라며 악성민원을 근절할 강력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정보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은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공적 권한을 갖고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공개하는 것은 민주행정의 기본 원칙”이라며 “물론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제도적 대응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민원이 두렵다고 비공개 대응을 하는 것은 자
칫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 통로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영국이나 호주의 경우 고질적인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연락할 수 있는 직원, 시간, 수단 등을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단순히 이름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본질을 벗어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전국공무원 노조는 29일 서울에서 집회를 열어 강력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또한 관계 기관과 함께 제도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령들을 개정하는 등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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