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고양, 노인돌봄 대안 찾자③ 임수경 보아스골든케어 대표
어머니 뇌경색에 아버지 뇌출혈
10여년 간병에 건강한 돌봄 고민
고양시 최대 장기요양시설 보아스
요양‧돌봄‧사회생활 함께하는 돌봄
[고양신문]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니 조금 더 신뢰를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아버님이 같이 부부실에 계셨어요. 1급 진단을 받으신 두 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매일 아침마다 환하게 웃고 인사를 나누셨는데 아버님이 심부전으로 지난 6월에 돌아가셨어요. 어머니가 아직도 충격으로 힘들어하셔서 제가 계속 머물며 돌봐드리고 있습니다.”
보아스골든케어. 2023년 11월 기준 고양시 노인의료, 노인주거, 재가노인복지시설을 포함한 노인복지시설 392개소 중 입소정원 240명으로 가장 큰 규모의 노인장기요양시설이다. 이곳은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냈던 임수경 대표가 갑작스레 돌봄이 필요해진 부모를 위해 직접 기획·설계하고, 운영하는 시설이다. 임 대표는 작년 『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에 계십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업인이었던 본인이 요양시설을 운영하게 된 이유와 갑자기 돌봄이 필요하게 된 부모를 돌보며 가족들이 겪게 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임 대표의 어머니는 2008년 뇌경색, 아버지가 2012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모두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 연배의 어르신들 대부분이 그렇듯 가정사를 모르는 남편은 가정 내에서 아내가 쓰러지자 ‘태양이 사라진 것’처럼 충격을 받았고, 가족의 일상은 함께 무너졌다. 종합병원, 재활요양병원을 10여년 가까이 오가며 긴 간병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병원비, 간병비 등에 월 700만~8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했다.
“부모님을 병원에서 집으로 모시고 왔어요. 요양보호사 여사님과 음식조리를 위해 가사도우미를 따로 고용했어요. 가족들이 시간을 내어 돌봐드리고, 집 내부도 돌봄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었어요. 두 분이 같이 집에 계시니 처음에는 편안해하시고 가족도 마음이 놓였지만 두 분만 있으니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더군요. 가족들도 돌봄을 하다보니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병원에서는 의료치료밖에는 할 수 없고. 그때부터 고민을 하게 됐어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덜 외롭고, 덜 상처받는 곳, 완벽하진 않아도 적당하게 덜 부족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 수는 없을까.”
‘신체 기능 유지와 회복을 위한 요양과 돌봄, 재활치료뿐만이 아니라 친구, 여가, 웃음, 놀이, 쉼’이 함께 있는 그런 곳을 꿈꾸며 임 대표는 보아스골든케어를 만들었다. 2020년 3월 일산동구 견달산로(문봉동) 3000평에 238명 정원으로 문을 열었다. 120명의 요양보호사와 간호사 14명, 맞춤식단, 부부를 위한 부부실 운영,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과 쾌적한 시설로 주목 받고 있다. 임수경 대표는 규정보다 정원을 더 줄여 조금 더 돌봄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죠. 보호자들이 부모님이 집을 좋아하는데도 시설에 모셔야 하는 상황을 어렵게 말해요. 기저귀를 오래 채운다, 학대를 한다거나 하는 뉴스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오셔요. 집에서 모시면 효자고, 시설에 맡기면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저도 부모님 때문에 전국 요양시설 다니면서 봤죠. 컴컴하고, 냄새나고, 무표정한 어르신들을 보면서 저런 곳에 우리 부모님이 가시면 어떻게 하나 싶었습니다.”
부양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고민이 시작되었기에 임수경 대표는 입소자와 가족 상담을 직접 한다. 각자의 상황을 알아야 그에 맞는 ‘맞춤돌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해보고 상황에 따라서는 보호자가 자주 찾아고고, 스킨십이 가능한 인근의 작은 시설을 찾아가라는 조언도 한다.
“프로그램 참여가 어려울 정도의 어르신들이라면 굳이 우리처럼 규모있는 곳보다는 정원 12명 정도의 작은 시설에 모시고 자주 찾아가 보라고 권해요. 재가, 요양병원 등 각자의 상황에 맞게 시설을 찾아보라고도요.”
다양한 시설이 많아지는 것은 환영한다는 임 대표. 다만 수익이나 투자 목적으로 돌봄, 요양이 산업화되는 것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우려를 밝혔다. 요양시설이 늘어나면서 그로 인해 고양시 고령화가 급속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그렇게 들어오신 어르신들을 잘 돌봐드리고, 젊은 이들도 살 만한 도시를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돌보는 이들의 돌봄’,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개선은 임 대표도 관심이 많다. “물가는 오르고, 종사자들의 인건비가 빠듯하게 나오는 정도”이지만 임대표는 “정원을 줄이고, 상급 병실로 운영을 하면 보호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보호자와 정부가 조금 더 부담을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