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사회적협동조합돌봄센터 설립
재가방문요약 시작, 주야간보호센터 내년 오픈 예정
[고양신문] ”먹을거리를 다루는 생협이 왜 돌봄사업을 하냐는 물음이 조합원 안에서도 있었습니다. 한살림의 먹을거리, 도농공동체 운동은 밥상을 살리고,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을 살리며 자연과 생명을 지킨다는 결성 취지를 생각하면 돌봄은 마땅히 해야할 일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은 조합원들과 2008년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2019년 돌봄기금 사업을 승인받았습니다.“
한살림고양파주돌봄센터 유현실 이사장은 생협이 돌봄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합원 4만7000명, 9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이사장 김기중). 이사회 안의 지역살림위원회가 먼저 돌봄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대의원회, 총회를 거쳐 동의를 모아갔다. 같은 가치와 대의를 중요시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상 누구 한 사람의 주장과 목소리로 사업을 할 수는 없었다. 2019년 2월 돌봄기금 사업 승인을 받고, 9월 돌봄기금 활동을 시작했다.
”다단계 사업하듯이 처음에는 그렇게 기금을 모았어요. 3%를 목표로 했는데 바닷물에 소금 농도가 3%라고 하더군요. 맹물을 짠물로 만드는 데 3%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조합원 4만명 기준으로 1200명을 목표로 했습니다. 현재 1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23년 9월 조합원 6명이 ‘한살림고양파주돌봄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같은해 12월 기준 1335명의 조합원이 기금으로 참여했고 참여기금은 6369만원이 모였다. 올해 6월에는 장기요양기관 지정 재가 방문요양사업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노인주야간 보호센터를 시작할 예정이다. 돌봄센터는 모여진 기금으로 다양한 공모사업도 하고 있다. 문촌사회복지관과 한살림식생활센터에서 알코올중독 환자들을 위해 같이 음식을 나누고, 장애아동들과 수업을 하기도 했고, 80세 이상 조합원들을 위한 안부 묻기 ‘이음’사업도 하고 있다. 길게 준비하고, 촘촘한 고민을 했던 만큼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재가방문요양을 위한 요양보호사 15명이 등록했고, 한살림 조합원과 이웃들을 대상으로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돌봄센터는 인권을 중심에 둔 존엄돌봄, 개별맞춤형 돌봄, 돌봄을 받는 사람과 제공자 사이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서로돌봄, 살던 곳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을 운영이념으로 삼았다.
“먹을거리도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원주에서 장일순 선생님이 먹을거리로 생명살리기 운동을 시작하셨던 것처럼 돌봄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가치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홍서경 센터장은 접수를 하러 시청에 갔다가 고양시에 요양보호나 재가방문 시설이 많다보니 경쟁도 치열하고, 폐업수준인데 신고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설이 많은데 굳이 왜 하려고 하느냐는 말이었을 터다. 한살림은 그렇게 시설이 많은데도 돌봄을 하는 이들과 대상자가 서로를 반목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한다. 홍 센터장은 일반 요양보호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이었다가 한살림돌봄센터로 옮겨왔다.
“일반 시설에서 돌봄은 분절화, 파편화되어있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노인들은 요양보호사들이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여깁니다. 서로 돌봄이 아니라 반목하는 거죠. 한살림처럼 사회적협동조합은 수익을 내지 않기에 보다 공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공공성이 강화된 단체가 원칙대로 운영하고, 규정에 맞는 처우를 하면서 사회적 돌봄의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한살림돌봄센터는 재가와 요양시설을 통합해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합 돌봄을 고민하고 있다. 집과 시설, 재가와 요양시설을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명을 살리는 돌봄의 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농촌, 생산자를 우선에 두는 생협을 30년 동안 생명운동, 도농공동체 운동을 펼쳐온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이 4만7000여명 조합원들과 함께 어떤 생명돌봄의 모델을 만들어나갈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