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고양, 노인돌봄 대안찾자5]
일본 도쿄 인근 나스마을 81세대 고령자마을
폐교를 주택으로 바꾸면서 거주‧문화‧자족까지
주거‧요양원‧임종준비하는 호스피스 공간 함께
[고양신문] “모여서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있고, 안심이 되는 마을입니다. 건강한 사람, 몸이 아픈 사람, 임종을 앞둔 이들이 주거, 요양원, 호스피스 공간까지 다양한 시설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신칸센 기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도치기현 나스마치에 자리한 나스마을. 고령화사회의 대안, 일본 돌봄 사례로 국내에 소개된 이후 한국에서 방문자가 줄을 잇고 있다. 시설·운영을 맡고 있는 가부라키 다카아키(64세)씨가 안내를 맡아 설명을 도왔다.
나스마을은 2018년 폐교한 초등학교를 주거공간으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2021년 3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2022년 1월 개호서비스 고령자 주택을 마련했다. 같은 해 5월 데이케어, 발달장애아동 방과후 교실 등 서비스 시설이 문을 열었다. 6월 교정 부지에 자립형 고령자주택을 착공, 2023년 1월 입주가 시작됐다. 초기 공사비는 총 10억엔(약 89억원) 정도 소요됐고, 민간 투자 1억6000만엔, 정부 보조금 2억4000만엔, 은행 융자 6억엔으로 충당했다.
마을의 시설은 학교건물을 중심으로 4개의 주거 건물, 학교 내부의 문화시설이 있다. 48세대의 건강한 자립세대 건물, 26세대의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이 있다. 교정 왼편으로는 임종을 앞둔 이들을 위한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중심에 자리한 문화 편의시설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현재 추가로 32세대 주거 건물을 짓고 있고, 나스지역에 나스마을을 추가로 2곳 정도 조성 중이다. 이곳은 건강한 고령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초기 1년반 정도는 논의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논의를 통해 문화, 커뮤니티 공간 등 시설에 대한 구성을 했어요. 이곳에는 출판사 사무실도 있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곳까지 총 81세대인데 적정한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100세대가 넘으면 소통이 어렵고, 30세대 미만은 경영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격월로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어 현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해 운영 방식에 반영한다. 하지만 공식 의사결정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이들을 위한 주거공간 내부 시설과 인테리어는 각자 얼마든지 가변적으로 바꿀 수 있다. 대략 1500만엔 정도의 비용을 한꺼번에 내는데 이는 15년치 월세의 선불 개념이다. 16년부터는 월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이외에 입주후 매달 서비스료 등을 추가로 내면 된다. 중간에 퇴소하면 월세를 계산해 나머지는 모두 돌려준다. 요양형 시설의 경우 월 11만엔(월세·생활비·관리비 포함) 정도를 내고, 돌봄 비용이 일부 추가된다.
처음 시설을 만들 때만 정부 지원금 등의 지원을 받았다. 자율성을 위해 운영비는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건강한 이들의 시설 운영에서 일정 부분 수익이 나서 서비스, 시설 운영에 사용한다. 요양시설은 전문 업체가 운영하는데 적자는 아니다. 주거공간에서 요청하면 요양시설의 의료나 돌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건강한 이들과 아픈 이들이 경제·인적으로 돕고 사는 방식이다. 이곳 70%는 독신 거주자들. 부부가 30%, 자녀가 장애인이고, 부모가 고령인 경우도 있다. 여성은 80% 정도다.
“보통 이런 커뮤니티공간의 사람들에게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걸 중요하게 당부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건전한 커뮤니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이좋게 지내는 것보다 존중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간의 갈등, 의무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가부라키씨의 대답이다. 나스마을 이용자들에게는 특별한 의무나 책임은 없다. 모임이 있으나 의무 참여는 아니고, 프로그램이나 시설 이용도 매우 자유롭다. 체험학습, 방제활동, 재해관련 예방 교육이나 먹을거리 교육이 진행된다.
사람이 모여살다 보니 갈등이나 다툼이 없을 수는 없다. 생활코디네이터가 관계를 조율하고, 대화를 유도한다. 생활코디네이터는 입주민이자 직원으로 생활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독자적 행동을 하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떠난 주거민들도 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존중이라는 큰 공감대 안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나스마을은 ‘나스마을 광장’이 건물과 토지, 주거공간을 운영하고, 요양원과 일부 시설을 계약 맺은 회사가 운영한다. 나스마을 광장은 지카야마 케이코(79세)씨가 사장, 리더이고 가부라키씨를 포함 2명의 이사가 있다. 가부라키씨는 재무‧행정 관련 업무를 한다. 지카야마씨는 35년 동안 고령자 주택 40여곳, 2000호 정도를 기획했던 기획자다. 가부라키씨는 ‘유이마루 나스’라는 다른 고령자커뮤니티에서 지카야마씨를 만나 이곳에 왔다.
다양한 세대, 건강한 사람들과 아픈 사람들이 함께 사는 커뮤니티. 나스마을을 만든 가치이다. 건강한 상태에서 들어와 아픈 이들을 도와주다가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임종시설은 보통 삶이 2개월 정도 남아있거나 유사한 경우의 사람들이 머문다. 이런 형태의 사이클을 한 곳에 모은 시설은 일본에서도 나스마을이 거의 유일하다.
“나스마을이 여성주의 커뮤니티로 출발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페미니즘이나 사회적 약자, 고령자, 장애인들을 포함해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이 기반이 된 것은 맞습니다.”
국내에서 처음 나스마을은 여성주의 실버커뮤니티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그렇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가부라키씨는 지역과의 소통, 활성화에 대한 기여에 대해서는 “아직 큰 영향은 없지만 이렇게 모여서 사는 사례를 만든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장애인,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한 주거 공간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고 답했다. 고령자, 아픈 사람, 죽음을 앞둔 이들을 위한 시설, 운영 곳곳에서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들이 나스마을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