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소비자 모두 과잉진료
상급의료기관 진료집중 현상
의료전달체계 무너지는 요인
의료보험 적자도 더 부추겨
[고양신문] “무릎관절로 병원을 찾았는데 실손보험이 있냐고 묻고는 수술을 권했다.”
“병원에서 실손보험 적용이 된다고 해서 쉬기도 할 겸 입원을 했어요. 병원비는 나중에 다 돌려받았죠.”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다 진료, 의료비 폭증 문제가 지적된 지는 오래됐다. 최근에는 실손보험을 활용해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비급여로 천만원대의 다초점렌즈 삽입 수술을 하는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고양시 지역의 소득수준별 건강불평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던 심철재씨(전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장)는 “실손보험이 방만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며 “일부 의사가 실손보험 가입환자에게 도수치료 등을 지나치게 유도하는 사례가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의료보험은 환자(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2023년말 기준 가입자가 3997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5145만 명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전체 인구의 80%에 육박해 고령자 등 가입 제약 연령을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감원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의하면 전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의원’의 비중(32.9%)이 가장 크기는 하나, 백내장 수술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고, 2022년 백내장 대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다소 감소했던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또한 무릎줄기 세포주사 등 신규 비급여 항목이 계속 출현하는 등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 차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9월 5일 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 급여 서비스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상급의료기관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과도한 집중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1차 의료기관의 적절한 문지기 역할을 통해 상급병원 이용이 조정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민간의료보험, 특히 실손의료보험은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상하기 때문에 이러한 통제 장치의 효과를 상쇄하고 상급의료기관 이용을 증가시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왜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에서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에 비해 모든 종류의 의료기관에서 모든 종류의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손보험 문제점을 위한 개선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