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생태평화기행 - 파주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 박경만 기자와
연천, 철원 이어 파주 DMZ 역사·생태 탐방
덕진산성, 도라전망대, 임진강 두루미·독수리
6월에 서해 섬, 8월에 백두산 나들이 이어져
[고양신문] 올겨울 고양신문이 진행한 하루여행 프로그램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가 12월 철원, 1월 연천에 이어 지난 15일 파주 나들이를 끝으로 3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DMZ의 생태와 역사를 오랜 시간 취재하고 연구한 박경만 전문기자의 흥미롭고 풍부한 해설과 함께 진행된 이날 나들이에는 45인승 버스를 가득 채운 참가자들이 한겨울 파주 생태평화탐방에 동행했다. 멀리 광주와 예산에서 온 손님들도 있었고, 두 아이를 포함한 4인 가족 참가자도 있었다.
특히 고양의 오랜 이웃인 김훈 작가가 참가해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동 중 잠시 마이크를 잡은 김훈 작가는 “겨울을 앞두고 호수공원에 철새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새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구나, 아직은 우리가 자연과 연결돼 있구나, 하며 커다란 감동을 느낀다”면서 “고양의 이웃들과 함께 가을에 철새들을 맞이하고, 봄에 떠나보내는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파주를 찾아 겨울을 나는 독수리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임진각에서 가까운 장산전망대였다. 오랜 세월 군사시설이었다가 탐방로가 민간에 개방된 장산전망대는 장산리 농경지와 임진강 하구의 넓은 자연섬인 초평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 포인트다. 참가자들은 전망대 바로 아래 농경지에서 한가로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독수리들을 망원경과 스코프로 생생하게 관찰했다. 박경만 기자는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사냥을 하는 이글이 아니라, 동물의 사체를 먹는 벌처”라며 “덩치는 크지만 대머리에 성격이 온순해 하늘의 수도승, 자연의 청소부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짙은 안개로 초평도의 광활한 조망은 볼 수 없었지만, 대신 강물과 숲과 초지가 안개 속에서 어우러지는 신비로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고구려가 쌓은 천혜의 요새 덕진산성
이어 통일대교 민통선 검문소를 통과해 장산전망대와 반대편에서 초평도를 내려다볼 수 있는 덕진산성을 찾았다. 도로에서 하차해 농로와 언덕길을 20여 분 걸어 올라가자, 임진강변에 솟은 봉우리를 따라 축조된 산성이 나타났다. 고구려와 신라가 임진강을 경계로 국경을 맞대고 있던 시절에 축조된 덕진산성은 주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하는 천혜의 요새로서 내성과 외성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다. 또한 산성 아래로는 한겨울 임진강 하구의 특징적 경관인 유빙이 강폭을 가득 채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대부분 덕진산성에 처음 와 본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인상적인 경관이 가까운 곳에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평화의 꿈 되새긴 도라전망대와 반구정
통일촌 부녀회에서 차린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차례로 방문했다. 지하의 깊고 좁은 갱도를 따라 군사분계선 코앞까지 접근할 수 있는 제3땅굴, 남측 대성동과 북측 기정동마을이 높게 솟은 태극기와 인공기로 마주하고 있는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도라전망대. 대표적인 안보관광, 반공교육의 장인 두 곳을 둘러보며 평화를 향한 노력들이 오히려 허물어지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새삼 되돌아보았다.
이어 임진강을 한번 더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반구정(伴鷗亭)을 찾았다. 황희 정승이 갈매기를 벗하며 만년의 시간을 보낸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곳 역시 견고한 철조망이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초평도에서는 꽁꽁 얼어있던 유빙들이 이곳에서는 조류에 따라 유유히 흐르는 또 다른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줄 몰랐던 장준하공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파주 탄현면 장준하공원이었다. 광복군 출신으로 <사상계>를 발행하며 박정희 군사정권에 맞섰던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장준하는 1975년 의문사했다. 파주시는 2012년 광복절에 그를 추모하는 묘역과 공원을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건너다보이는 검단산 아랫자락에 조성했다. 공원과 묘역을 함께 둘러본 참가자들은 조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고인의 삶을 더듬으며 더듬으며 DMZ 생태평화기행을 뜻깊게 마무리했다.
두루미, 독수리와의 경이로운 만남
3일차 파주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은 두루미와 독수리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것이었다. 연천, 철원에서와 달리 파주 민통선 안에서는 도로와 가까운 논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두루미 가족들과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고, 임진강변을 걷는 도중에는 십여 마리의 독수리들이 참가자들의 머리 위를 차례로 날아가는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올라온 참가자는 “생전 처음 두루미들을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DMZ 기행에 참가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우아한 자태에 감동했다”여 벅찬 소감을 말했다. 나들이를 마무리한 후에도 참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네이버 카페 '마을숲친구들)에 올라온 사진들을 감상하며 겨울여행의 추억을 나눴고, 몇몇은 사진작가의 솜씨로 찍은 멋진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고양신문 DMZ 여행, 올해 내내 이어집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박경만 기자는 “고양신문이 준비하는 DMZ 접경지역 여행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6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백령도~대청도로 떠나는 서해 접경지역 섬 여행이 진행되고 ▲8월 11일부터 17일에는 압록강~백두산~두만강을 잇는 북-중 접경지역과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결행한 하얼빈을 두루 탐사하는 7일간 백두산 여행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는 “가을에는 강원도 화천 양구 인제와, 강화 교동도 연평도 등 하루, 이틀 여행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올 한해 고양신문 친근한 벗들과 함께 DMZ 일원으로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을 떠나보자”며 초청 인사를 전했다.
